나는 새우와 홍게를 파는 작가다. 유럽채소, LA갈비, 샤인머스켓, 밀키트 같은 것들도 취급한다. 매장이 있는 것은 아니고, 온라인에서 <우리의 즐거운 부엌>이라는 타이틀로 공동구매 형식의 작은 식품 사업을 꾸려가고 있다. 1인 기업이다보니 소싱, 마케팅, 셀링, 회계, CS 등을 북치고 장구치며 혼자 다 하고 있다. 시간을 쪼개 글도 써야 하기 때문에 늘 하루가 모자르다는 느낌이다.
사주상으로는 친한 사람들과 먹고 마시고 떠들며 철학적이고 예술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심포지엄 인생이라고 하는데, 내가 어쩌다 ‘장사’라는 걸 하게 되었는지 아직도 때때로 낯설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나의 기질과 완전히 어긋나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고객들은 알겠지만 내 장사는 좀 풍류적인 데가 있기 때문이다.
경기가 좋지 않아 남들이 다 앓는 소리를 하고 있는 와중에도 내 사업은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자랑이라고 해두자. 장사는 처음이고 배운 바도 없지만 나만의 방식으로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다. 내가 주로 활동하는 무대인 페이스북에서는 나를 ‘거상’이라고 불러준다. 약간의 놀림과 애정이 섞인 별명인데 나는 이것이 싫지 않다. 천성이 게으른 데다 빼빼로의 초코 부분만 똑 떼어 먹는 것처럼 재미만 추구하는 내가 이토록 일에 열중하는 것을 보면 장사가 주는 정서적 만족감도 분명히 있는 것 같다. 무형의 것들, 정신적인 것들의 세계에서만 헤매다가 물성을 가진 무언가를 다루는 일을 시작한 것이 내게 긍정적인 전환점이 된 부분도 있다. 안개가 가득 끼어 있는 정원의 꽃밭 같기만 하던 내 머릿속이 지금은 전봇대가 서 있는 쨍한 오후의 골목처럼 환해졌다고 할까.
소설을 쓰면서 장사를 하는 것. 이 두 가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나만이 구축할 수 있는 세계가 새로 생겨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이곳에 그 '세계'에 관한 이야기를 조금씩 풀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