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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디 Nov 28. 2023

왜 창업을 하려고 하는데?

나의 업의 본질 찾기

8월 어느 날의 NAVER 1784

2023년 8월 1일. 대학 동기이자 작년 한 해동안 함께 프로젝트를 했었던 친구(마르코)에게 연락이 왔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해보지 않겠냐고. 굉장히 솔깃한 이야기였다. 지금 하고 있는 인턴십도 8월 말이면 끝나기도 하고, 남은 마지막 학기에 병행할 무언가가 필요했던 터라 마르코의 제안이 무척 반가웠다. 또한, 작년에 같이 했던 뉴스레터 프로젝트 <개미제당>도 만족스럽게 마무리했고, 프로젝트 기간 동안 서로의 합도 잘 맞춰놓았기에 새롭게 할 프로젝트도 재미있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바로 그날 오후에 ZOOM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혹시 창업할 생각 없어?" 오. 창업에 대한 의지가 확고해 보이는 마르코의 말에 당황했다. 프로젝트를 생각하고 들어왔는데, 비즈니스를 이야기를 해서 흥미로웠다. 사실 작년에 진행했던 뉴스레터 프로젝트도 비즈니스를 꿈꾸긴 했다. 구독자를 많이 모으고 광고나 굿즈 판매를 통해 수익을 내는 걸 생각했지만 당초 기대했던 것과 다르게 셀링포인트가 생기지는 않았다. 결국 뉴스레터 활동이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은 채 끝난 게 모두의 아쉬움이었다. 마르코는 비즈니스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 남아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새로운 아이템을 통해 수익을 내보고 싶다고 했다.


나도 창업에 대한 생각은 있다. 다만, 그건 40대의 내가 이룰 목표라고 생각했다. 이제까지 좋은 직장에 들어가서 업력을 쌓고, 빠른 은퇴 후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계획을 바탕으로 학업과 대외활동, 인턴을 했왔다. 그래서 갑작스러운 마르코의 창업 제안에 선뜻 그래라고 대답하기가 어려웠다. 애초에 난 여러 대안을 생각하는 신중한 성격이고, 4학년 졸업반이기에 바로 취업을 준비하기도 빠듯하지 않을까란 생각도 했다. 그래도 졸업하자마자 취업하겠다는 생각은 적었던 터라, 남은 한 학기 동안은 비즈니스가 아니라 프로젝트 단위로 무언가는 함께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일단 뭐든 해보기로 했다.




음악이 흐르는 광교 LP 카페 '헤르츠'

2023년 8월 6일. 광교에 있는 LP 카페에서 첫 대면 미팅을 가졌다.


각자가 생각해 본 창업 아이템과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기로 했다. 마르코가 이야기한 건 유료 구독형 텍스트 기반 콘텐츠 플랫폼이다. 어떤 분야의 전문가 혹은 우리가 잘 모르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장의사 등)이 발행한 포스팅을 유료로 보는 서비스를 이야기했다. 아이템 기저에 깔려있는 '사람의 이야기는 가치를 갖고 있다'는 철학이 좋아서 해당 아이템으로 시장조사와 구체화를 진행했다. 그러나 이미 시장에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라는 우리 기획과 비슷한 서비스가 있고, 또한 이 서비스도 어느 정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 텍스트 콘텐츠를 유료로 봐야 한다는 소비자의 인식이 약하기 때문에 비즈니스가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했고 나는 그런 의견을 전했다.


아이템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나는 브랜딩을 공부하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모든 비즈니스 기저에 깔린 브랜드 철학즉, 창업자의 가치관이라고 생각해서 친구에게 왜 창업을 하려고 하는지 물었다.




'되게 본질적인 질문인데, 너는 왜 창업을 하려는 거야?'


'인턴 하면서 느꼈던 게 기업에 들어가면 회사의 부품이라는 생각도 들고,

조금 더 젊을 때 창업해 보는 게 좋을 거 같아서'


'아니, 그런 것보다... 음... 창업을 통해 이루고 싶은 게 있어?

어떤 세상을 만들고 싶다던지 그런 거'


'음...'




사실 나도 질문을 던지긴 했지만, 나 스스로도 대답하지 못한 질문이었다. 나나 마르코가 각자가 해왔던, 할 수 있는, 하고 싶은 일이 어렴풋한 형태로 덩어리 져있긴 했지만 서로의 합을 맞출 수 있을 만큼, 그리고 창업을 시작할 만큼 선명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우리는 무엇보다 어떤 일을 하고 싶고, 어떤 가치관을 갖고 있는지 각자 더 고민해 보기로 했다.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과 답변(좌), 발급받고 뿌듯했던 사원증(우)

내가 일에 대한 가치관이 흔들린 건, 올해 상반기 인턴을 하면서였다. 고등학생 때부터 '일 잘하는 멋진 사람이 되어서 돈 많이 벌고 성공해야지'라는 꿈이 있었다. 그래서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학생회, 홍보단, 동아리 등 나의 역량을 끌어내어 가치를 높일 수 있는 활동들을 닥치는 대로 했다. 너무나 피곤한 순간도 많았지만, 이걸 헤쳐나갈 역량이 된다는 자만심과 이걸 해냈을 때의 나의 모습에 대한 기대감으로 워커홀릭 같은 삶을 살았다. 수많은 활동을 거쳐 운이 좋게도 올해 상반기에 네이버에서 인턴십을 하게 되었다. 누구나 알고, 누구나 가고 싶은 꿈의 직장이라는 곳에서 인턴십을 진행하면서 너무 많은 보람과 배움이 있었다.


너무 큰 목표를 이루다 보니 그다음 단계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 마케터로서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 마케팅 직무도 다양한데 무엇이 나한테 어울릴까. 스스로의 역량을 마케터로만 한정 짓고 싶은가. 그 무엇보다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 일에 치여 살더라도 스스로 행복하기 위해서는 나만의 가치관이 뚜렷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면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으려 했다.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을 나열하고 연결하면서 나를 선명하게 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렇게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을 통해 나온 답은,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세상이 더 좋아지도록, 가치 있는 메시지를 던지고 싶다'였다.



결국 마케터는 나의 이런 가치관을 실현할 수 있는 '직무'였던 것이고, 나는 '세상을 이롭게 만드는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던 것이었다. 스스로를 뚜렷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되니, 직무라는 한계를 넘어 가치관을 바탕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지 않겠냐는 자신감이 생겼다.




2023년 8월 28일. 


우리는 다시 만나서 근본적인 이야기를 나눴다. 왜 이 프로젝트를 하는지, 이루고 싶은 게 있는지, 관심 있는 분야가 있는지. 몇 차례의 대화를 통해 도출된 결론은 마르코나 나나 '사람의 이야기에 소구 된다는 점'이었다. tvN <유퀴즈 온 더 블록>을 보면 유명인부터 일반인, 특수직업인들이 출연하는데, 저마다의 이야기를 갖고 있고 이는 시청자들에게 재미나 감동과 같은 가치를 전하고 있다. 이 처럼 사람이 가진 이야기를 통해 가치를 끌어내는 비즈니스를 하고 싶다는 접점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대화를 하면서 신기했던 건, 우리가 작년 한 해 이야깃거리를 전해드린다며 구독자와 소통했던 뉴스레터를 했던 것과 초기 창업 아이템으로 '텍스트 기반 콘텐츠 플랫폼'을 이야기한 것이 우리의 기저에 깔려있는 '이야기라는 소구점'이 무의식적으로 발현된 게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다. 두 사람의 접점이 생기니 어렴풋한 방향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야기의 가치를 전하는 프로젝트를 만들어 보자'



먼저, 프로토타입의 형태로 프로젝트를 하면서 사업가능성을 확인하고,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면 비즈니스로 넘어가자고 이야기하며 프로젝트의 첫 단추를 끼웠다.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한 창업 이야기 EP.01

유튜브 채널을 통해 프로젝트 기록을 만나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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