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 위에서 일하고 먹고 삽니다.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기쁜 소식을 받았습니다.
투고 계획란에, 이러한 저러한 글을 써 보겠습니다 하고 짐짓 거창한 계획을 들려드렸습니다마는,
저의 마음을 온전히 옮겨 놓는 곳으로서 이곳을 운용해보고 싶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하는 아주 고리타분하고 틀에 박힌 방식으로 제 자신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어릴 적부터 유달리 외국어, 그리고 외국문화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때문에 영문학과를 꿈꿨지만 그 당시 열풍이던 국제통상학과로 진학. 그 결정이 저를 여기까지 오게 만들었습니다.
국제통상학과에서 <기업과 경영>을 학문하는 것이 적성에 맞지 않다고 생각한 저는 대학원 진학을 결심하고, 전부터 관심사였던 <비교문화>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저는 인문학에 입문하였고, 철학, 문화학, 정치학 등을 접하는데, 역시, 기본 베이스가 부족한 탓인지 혹은 실력과 노력의 부족 탓인지 그저 지적 허영을 마구잡이로 채우며 머릿속에는 늘 세상에 대한 물음표 투성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엉덩이는 꽤나 무거운 편에 속해, 인천국제공항의 장소성 연구 : 한국 특수적 의미망과 권력 작용을 중심으로 라는 제목의 석사논문을 완성했습니다.
공항이라는 장소는 다양한 문화가 스쳐 지나가는 곳, 다양한 언어가 들리는 곳이며, 무엇보다도 저와 모든 여행자들에게 설렘을 주는 곳입니다.
알랭 드 보통이 히드로 공항에 일주일간 머무르며 쓴, <공항에서 일주일을: 히드로 다이어리>, 그리고 "공항"을 "비-장소(Non-place)"로 명명한 프랑스의 인류학자 마크 오제에 감명을 받은(?) 저는 공항을 연구 주제이자 대상으로 삼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졸업 후.
공항에 대해 이제는 2차 자료를 통해서가 아닌, 직접 공항을 온몸과 피부로 느껴보고 싶어 공항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되었습니다. 저는 많은 국적의 외국인을 접하고 그들과 잠시 대화를 나눕니다. 저는 여행을 오가는 한국인들과 인사를 합니다. 또한 다양한 직군에서 일하고 있는 공항 노동자들과 가벼운 목례를 나누기도 합니다.
공항에서 자고, 먹고, 휴식하고, 일합니다.
마크 오제가 공항을 인간의 정체성 형성이 이루어지기 어려운 "비장소"로 명명한 글에 대해서, "아니다! 예컨대 공항에서 일하는 상주직원의 경우는 노동이라는 정체성 형성을 경험한다!"라는 반론이 곳곳에서 제기됐고, 제 짧은 소견으로도 공항을 비 장소로 부르기에는 그 속에서 정체성을 경험하는 인간 무리가 너무 다양할 것 같았습니다.
이제는 제가 그러한 예측의 근거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담지한 "공항 노동자"가 되었습니다.
공항 노동자로서, 제가 이곳에 대해 어떤 글을 쓰게 될지 저는 너무 기대가 됩니다.
마음을 그대로 옮겨두고 싶은 투고 장소인 만큼, 때로는 비문이 섞이거나 두서없는 글이 될 수 도 있을 것 같습니다. 미리 너른 양해를 구합니다. 읽어주신 분이 계시다면 진심을 다해 감사하다는 말씀 올립니다.
쓸 거리가 있을 때마다 자유롭게 업로드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