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피플>, 이기심과 위선이 만들어낸 불편한 우리 사회의 자화상
“레이스 커튼 달았네.”
우리는 타인에게 '좋은 사람'으로 남기 위해 많은 배려와 노력을 다합니다. 그러나 이 행위의 이면에는 '정말 타인을 위한 것인가?'라는 의문이 따라붙곤 합니다. '착한 아이 증후군'과 유사한 '좋은 사람 증후군'이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타인에게 좋은 면모를 보여주고자 강박적인 행동을 하며 스스로를 증명하려 애쓰는 것이 아닐까요?
오늘 제가 나누고자 하는 이야기는 바로, 각자가 '좋은 사람'이 되고자 강박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아이러니를 날카롭게 꼬집는 작품, 연극 <굿피플>입니다. 퓰리처상 수상 작가인 데이빗 린제이 어베어(David Lindsay-Abaire)의 희곡을 바탕으로, 극단 기일게에서 제작하여 작년 낭독극으로 첫선을 보인 후, 올해 7월 씨어터 조이에서 본공연으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이 블랙 코미디가 우리에게 던지는 불편하지만 유효한 질문 속으로 독자님들을 초대합니다.
연극 <굿피플>의 주인공 메기는 장애를 가진 딸을 키우며 마트 캐셔로 어렵게 살아가던 여성입니다. 그녀는 잦은 지각으로 인해 일하던 마트에서 해고당하고 절박한 상황에 처합니다. 일자리를 구하고자 고군분투하던 메기는 우연히 성공한 고등학교 동창이자 옛 연인이었던 마이크에게 연락합니다. 마이크는 이제 의사가 되어 화려한 저택에서 살고 있죠. 메기는 일자리를 물어보고자 그의 사무실을 방문하고, 얼떨결에 그의 생일파티에 초대를 받게 되면서 예상치 못한 소동이 벌어집니다. "레이스 커튼 달았네"라는 메기의 한마디는 마이크의 현재 성공을 상징함과 동시에, 메기에게는 너무나 멀어진 과거와 현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듯합니다.
작품은 이들의 상반된 상황 속에서 벌어지는 심리 게임을 흡인력 있게 전개합니다. 고정된 무대에 가구와 소도구의 효율적인 활용, 그리고 암전과 노출을 교차하여 빠르게 전환되는 장면들은 마치 미국 가족 시트콤을 보는 듯한 경쾌함을 선사합니다. 낮은 조명과 함께 전환되는 무대는 극의 리듬감을 능숙하게 조절하며, 관객들에게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 유머러스하면서도 날카로운 경험을 선사합니다.
<굿피플>은 '좋은 사람'이라는 강박에 사로잡힌 메기와 마이크, 그리고 그 외 주변 인물들의 행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우리 사회의 사회적, 경제적 계층 차이와 유색인종에 대한 뿌리 깊은 차별을 블랙 코미디로 신랄하게 담아냅니다. 표면적으로는 일자리를 구하고자 고군분투하는 메기의 짧은 에피소드처럼 보이지만, 작품은 그 이면에 개인의 이기심과 허례허식, 그리고 냉정한 현실을 보여주는 요소로 가득합니다.
우리는 타인에게 예의를 갖추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만, 그 안에 무의식적으로 내포된 이기심과 편견을 스스럼없이 전합니다. 마이크가 메기에게 '도움을 베푸는' 방식 속에서조차, 그 안에는 자신의 현재 지위를 과시하고, 상대를 자신보다 아래에 두려는 위선이 교묘하게 숨어있음을 관객은 발견하게 됩니다. 마이크의 아내와 메기의 친구 또한 '좋은 사람'인 척하지만, 자신들의 영역과 기준에 맞지 않는 타인을 경계하고 때로는 쉽게 단정 짓는 모습을 통해, '선한 의도'라는 가면 뒤에 숨겨진 차별과 계층 의식이 만연해 있음을 보여줍니다. 결국 개인의 신념이 타인에게 무의식적으로 강요되는 불합리한 현실을 작품은 꼬집습니다.
<굿피플>이 비판하는 미국의 현대 사회는 사회적 편견과 차별이 만연해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비단 미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러한 현상은 현재 대한민국에도 동일하게 혹은 더 교묘하게 해당되고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작품이 던지는 메시지에 마냥 즐겁게 웃으며 볼 수만은 없었던 이유입니다.
연극 <굿피플>은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또한 메기나 마이크처럼 타인과의 관계에서 선을 넘기도 하며, 때로는 의도적으로 선을 그려 경계하고 있지는 않은지에 대한 뼈 있는 질문을 던집니다. 그렇지만 이를 쉽사리 드러낼 수 없기에 의도적으로 감추고, 화려한 말로 포장하며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자 노력하고 있지 않은지에 대한 깊은 성찰을 제공합니다. 결국, 완벽하게 '좋은 사람'으로 포장된 개인이 어떻게 사회적 위선과 편견을 재생산하고 있는지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연극 <굿피플>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합니다. 우리는 보편적으로 동의하는 '좋은 사람'의 행동과 언행으로 내면 속에 숨긴 진심을 감추고 있지 않은지 자성하라고요. '우리는 솔직히 좋은 사람이 아니라 좋은 사람인 척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이 뼈아픈 질문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강력한 질문으로 남아 긴 여운을 남깁니다.
이처럼 무거운 주제를 무겁지 않게, 위트와 통찰력 넘치는 블랙 코미디로 풀어낸 <굿피플>은 개인적으로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보시기를 강력히 추천합니다. 당신의 마음에, 때로는 불편하고 때로는 뜨거운 감정의 소용돌이를 선물할 것입니다.
저 역시 타인에게 품위 있어 보이기 위해, 연극 <굿피플> 속 인물처럼 무의식적으로 타인을 대하고 있지는 않은가 재차 생각을 되뇌어봅니다. 이 작품이 당신의 내면 깊숙이 숨겨진 '좋은 사람'의 가면을 잠시 내려놓고, 진짜 '나'를 마주할 용기를 선물하기를 바랍니다.
[작성자 정보]: 은밀한 수집가, 丁火 丁海緣 드림
[질문]: 연극 <굿피플>을 보면서 당신의 마음에 가장 강렬하게 다가온 '좋은 사람인 척하는 순간'은 무엇이었나요? 혹은 당신이 생각하는 '진정한 좋은 사람'이란 어떤 모습인가요? 댓글로 함께 이야기 나눠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