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의 예술로 과거를 추적하다 : 다큐시어터가 전한 침묵된 진실
“형제 복지원은 부산에만 있지 않습니다.”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사건에 대해 순간의 놀라움은 존재하지만,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이내 무관심해지곤 합니다. 그리고 이 무관심은 시간과 함께 '무관심의 연대'를 형성하여, 사건의 쟁점은 점점 희미해지고 결국 잊혀져 갑니다. 형제복지원 사건 역시 이러한 무관심의 연대 속에서, 수많은 기록과 외침이 경악스럽게도 계속해서 실시간으로 무시되고 있습니다. "부산에만 있지 않습니다"라는 저 한 마디는, 형제복지원과 같은 인권 유린 시설이 전국 각지에 만연했으며, 이는 부산의 특정 시설을 넘어 우리 사회 보편적인 병폐였음을 강력하게 경고하는 비명처럼 다가왔습니다.
오늘 제가 나누고자 하는 이야기는 바로 그 잊혀 가는 사건을 오랜 기간 추적 연구하고 끊임없이 무대를 통해 기억하려는 작품, 다큐시어터 <집으로 돌아가는 길 : 형제복지원의 기억>입니다. 극단 플레이위드에서 제작한 이 공연은 단순한 연극을 넘어, 다큐멘터리, 미디어, 오브제, 이머시브, 음악극 등 다양한 예술 양식이 융복합하여 사회적 아픔을 입체적으로 풀어냅니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1975년부터 1987년까지 부산에서 '부랑인 선도'라는 명분 아래 수많은 시민들이 영문도 모른 채 강제 수용되어 폭행, 강제노역, 암매장 등의 끔찍한 인권유린을 당한 사건입니다. 수많은 생명이 그곳에서 비참하게 스러졌지만, 그 진실은 여전히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다큐시어터 <집으로 돌아가는 길 : 형제복지원의 기억>은 바로 이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는 창작진들의 치열한 노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작품입니다. 창작진들은 직접 부산 지역을 답사하고, 피해자들을 인터뷰하며, 그 중 한 분인 피해자 한종선 씨의 이야기를 무대 위에 재현했습니다. 이처럼 창작진이 형제복지원 사건을 조사하면서 알게 된 사실과 흔적, 그리고 현재까지의 상황을 무대에 올리기 위한 오랜 연구와 수많은 대본의 검수와 퇴고가 느껴지는 진정성 가득한 작품이었습니다. 이 작품은 2025년 7월 31일부터 8월 8일까지 연우소극장에서 공연될 예정입니다.
'다큐시어터'라는 명칭처럼, 이 작품은 다큐멘터리의 성질인 정보성, 객관성, 보편성을 담으면서도, 연극의 특징인 기승전결, 갈등, 유희성을 함께 담아냈습니다. 이 두 가지 성질은 서로 양립하기 어렵습니다. 미디어의 특성인 편집성과 무대의 특성인 현장성을 한 무대에서 조화롭게 내포시키는 것은 희곡 서사의 균형을 맞추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길 : 형제복지원의 기억>은 이 양립하기 어려운 과제를 놀랍도록 정교하게 구현해냈습니다. 극의 서사는 다큐와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지만, 오브제, 라이브 미디어, 음악극, 힙합, 인터뷰 등 다양한 연극적 장치를 활용하여 다큐멘터리적 사실에 연극적 재미를 부여했습니다. 예를 들어, 무대 위 스크린에 실제 인터뷰 영상이 송출되는 가운데 배우가 그 증언을 재현하며 관객들에게 다큐와 연극의 경계를 넘나드는 경험을 선사했습니다. 파편화된 진실 조각들을 조립하는 듯한 정교한 무대 연출은 마치 복잡한 태엽으로 구성된 기계장치처럼 수려하게 구현되어 관객들에게 극에 대한 깊은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이 작품은 형제복지원 사건이 단순히 '비극적인 사건'이라는 점에서 멈추지 않고, 사건에 대한 자각을 통해 '무관심의 연대'에 대한 인지를 관객들에게 질문하는 점이 가장 강렬한 영감을 주었습니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사실 수많은 인터뷰, 재판, 기사, 방송 등 최근까지도 다양한 매체를 통해 언급된 사건입니다. 하지만 우리들의 기억 속에는 어쩌면 이렇게 생각될지도 모릅니다. '그런 사건이 있었다고 들어는 본 적 있어?' 저 또한 피상적으로만 알던 사건의 내막을 듣고 깊이 자성하게 되는 공연이었습니다.
이 공연을 통해 저는 우리가 '무관심의 연대'에는 익숙하지만, 진정한 '연대'에는 각박한 존재들이라는 것을 상기하게 됩니다. 나아가 작품은 부산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의 수많은 지역에서 유사한 인권 유린 사건이 발생했음을 지적하며,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사회 곳곳의 사각지대에 대한 문제점을 적확하게 보여주었습니다. 피해자들의 고통에 침묵하고 눈감았던 무관심의 연대와, 이제라도 그들과 공감하고 진실 규명을 위해 행동하려는 연대가 선명하게 대조되며 관객들에게 큰 울림을 안겨줍니다.
다큐시어터 <집으로 돌아가는 길 : 형제복지원의 기억>은 분명하게 관객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중요한 질문을 던지며 무대 예술의 매력을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과거의 비극적인 사건을 최신의 예술 형태로 기억하며 현재의 우리에게 잊지 말아야 할 책임감을 일깨우는 것이야말로 무대 예술이 지향해야 할 올바른 방향성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작품은 단순히 비극을 재현하는 것을 넘어, 관객 한 명 한 명을 역사의 증인으로 초대하며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그렇기에 기회가 되신다면 다큐시어터 <집으로 돌아가는 길 : 형제복지원의 기억>은 꼭 한번 보시기를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이 작품을 통해 무대 예술이 지향해야 하는 올바른 방향성을 느끼고 많은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이 공연이 전하는 연대의 메시지에, 저만의 '연대'를 담아 이 후기를 통해 함께 전하고자 합니다.
[작성자 정보]: 은밀한 수집가, 丁火 丁海緣 드림
[질문]: 다큐시어터 <집으로 돌아가는 길 : 형제복지원의 기억>을 보면서 당신의 마음에 가장 강렬하게 다가온 '기억'은 무엇이었나요? 혹은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역사'에 대해 어떤 '연대'를 만들어갈 수 있을까요? 댓글로 함께 이야기 나눠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