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런의 한계를 뛰어넘은 스릴러 연극, 숨 막히는 반전이 선사하는 쾌감
“아직 한 명 남았어요!”
최근 여름이 다가오면서 대학로에는 다양한 공포 또는 스릴러 연극 신작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기억의 숲>, <스위치>, <두 여자> 등 수많은 작품들이 무더운 여름을 날려줄 서늘한 경험을 선사하고 있죠. 저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숨 막히는 긴장감과 예측 불허의 반전을 즐기는 장르의 매력에 푹 빠져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제가 나누고자 하는 이야기는 바로, 현재 대학로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스릴러 연극 한 편, <701호>입니다. <딜리버리>를 제작했던 팀플레이 제작사에서 선보이는 이 작품은, 작은 극장의 한계를 뛰어넘는 독창적인 연출과 촘촘한 서사로 관객들의 심장을 조여오는 매력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연극 <701호>의 이야기는 평범한 일상에 불현듯 드리워진 그림자로부터 시작됩니다. 701호에 갓 이사 온 신혼부부 박진석과 설아린. 이들의 행복한 신혼 생활은 어느 날 자신들의 집 앞에 배송된 미상의 가방 속에 담긴 시체를 발견하면서 산산조각이 납니다. 시체를 신고하고자 경찰서를 가는 도중, 아내 아린이 납치되는 충격적인 사건까지 겪게 되죠.
사랑하는 아내를 구하기 위해, 그리고 이 미스터리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진석. 그는 우연히 인연이 닿은 아랫집 주민 김혜진과, 사건의 기묘함을 감지하고 찾아온 강태민 반장과 엮이면서 예상치 못한 복수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됩니다. '701호'라는 평범한 공간이 순식간에 벗어날 수 없는 복수의 덫, 혹은 운명의 미로로 변모하는 순간이었습니다.
<701호>는 오픈런 연극임에도 불구하고 무대의 접이식 장치를 활용하여 다양한 공간을 효과적으로 구성한 점이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오픈런 연극은 제작 예산, 무대 내구성, 조명 및 동선 단순화를 통한 배우의 빠른 적응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전환 무대를 잘 사용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701호>는 이러한 한계를 뛰어넘어, 접이식 무대 장치를 통해 아파트의 복도, 701호 내부, 다른 공간들로 자연스럽게 전환하며 극에 풍부한 공간감을 제공했습니다. 이는 관객들이 서사에 깊이 몰입하고, 한정된 무대 공간 안에서 더욱 넓고 복잡한 사건의 흐름을 따라갈 수 있도록 이끄는 탁월한 연출이었습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무대는 예측 불허의 사건 전개와 완벽하게 어우러지며, 마치 거대한 장치극을 보는 듯한 감각을 선사했습니다.
스릴러 연극의 핵심은 바로 '반전'에 있습니다. 저는 유추 가능한 반전과 유추하지 못하는 반전이 적절히 조화되어야 극을 추리하는 진정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관객들이 미리 던져진 단서들을 통해 스스로 사건의 퍼즐을 맞춰나가고, 예상했던 반전을 찾아냈을 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동시에, 전혀 예상치 못했던 새로운 반전을 마주했을 때 비로소 장르가 제공하는 극한의 놀라움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죠.
<701호>는 이러한 스릴러 장르의 묘미를 관객들에게 완벽하게 전달하고자 다양한 연출과 장치를 통해 촘촘하게 구성된 작품이었습니다. 충분히 유추 가능한 단서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교묘하게 숨겨진 반전들은 관객들로 하여금 끊임없이 의심하고 추리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는 연극이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 관객들이 직접 참여하여 해결해야 하는 거대한 수수께끼처럼 느껴지게 했습니다.
연극 <701호>를 통해 저는 복수의 끝은 알 수 없으며, 궁극적으로 복수로 인해 복수하는 자마저 변질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느꼈습니다. '아직 한 명 남았어요!'라는 대사는 단순히 물리적인 복수의 대상이 남았다는 의미를 넘어, 복수심이라는 감정이 인간의 영혼을 어떻게 잠식하고 영속시키는지를 묻는 듯합니다.
이처럼 <701호>는 오픈런 연극임에도 불구하고 장르가 지닌 재미를 충분히 충족시키며, 동시에 복수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는 잘 만든 작품입니다. 공연을 보면서 '진정한 복수란 무엇인가', 나아가 '복수의 불완전성이 생기는 이유가 무엇인가'에 대하여 깊이 생각에 잠기게 하는 하루였습니다.
오픈런 연극을 접하고자 한다면 <701호>를 꼭 한번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적어도 장르가 전하는 서늘한 재미와 뇌리에 박히는 질문들은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P.S. 이날 저와 함께 관극을 해준 찰스 덕분에 오랜만에 배우들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오픈런 연극의 묘미 중 하나인 소중한 포토타임의 기회가 되어 더욱 즐거웠습니다!
[작성자 정보]: 은밀한 수집가, 丁火 丁海緣 드림
[질문]: 연극 <701호>를 보면서 당신의 마음에 가장 강렬하게 다가온 '반전'은 무엇이었나요? 혹은 '복수의 끝'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게 되셨나요? 댓글로 함께 이야기 나눠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