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다가 갑자기 눈물 흘려버리는 그런 날 있잖아

임지 비자 소지자의 해외살이 현실, 사회 초년생에게 각박한 하루

by 수민

유독 그런 날이 있다. 괜찮지 않지만 괜찮다고 위로하며 위태위태하게 버티다가 정말 예상치 못한 순간에 울컥 터져버리는 순간. 세상에 무슨 갓 스무 살 때 알바하다가 사장님한테 혼난 애도 아니고, 스물일곱이나 먹어놓고 일하던 도중에 갑자기 눈물이 터져버릴 줄이야.


최근 스스로를 많아 몰아붙이긴 했다. 투잡 뛰면서 일주일 꼬박 7일을 꽉꽉 채워 일을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학생 비자가 끝나가는 시점으로 졸업 비자를 신청하는 시기가 찾아왔다. 비자 신청 비용 때문에 열심히 일을 하고 있긴 했는데 막상 버는 순간 다 돈이 나가는 걸 보니 허무하기 짝이 없었다. 만 25세의 사회 초년생이 대체 무슨 돈이 있어서? 지금까지 꼬박꼬박 일해서 모아둔 돈 이제 좀 돈 모아 보나 하는 순간, 어림도 없지! 뜻밖의 비자 신청 비용으로 한국돈 약 400만 원 정도가 들었다. 사회 초년생에게는 상당히 부담되고 큰 금액이다. 가난한 (가난하기보단 여유가 없는 정도로 하자. 우리 집은 지극히 평범한, 지방에 사는 중산층이다.) 유학생 신분으로 타국에서 살아남기란 정말 쉽지 않다. 남들 일할 때 일하고, 남들 놀 때도 일해야 하는데, 그럴 때마다 터무니없게 비싼 비자 값에 휘청거린다.


호주 워홀 온 사람들이 만드는 인스타 릴스를 나는 잘 보지 않는다. 그분들이 올바르지 않은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니라, 워홀로 짧게 1년, 길게 3년 호주에 살아본 경험으로는 정말 그 삶에 녹아드는 것이 힘들다고 본다. 따라서, 단순히 호주가 돈을 많이 벌 수 있대! 여행하면서 자유로운 분위기래! 하는 미디어의 릴스들만 보고 호주로 훌쩍 오기엔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워홀러서의 삶과 유학생으로서의 삶, 그리고 또 이민자로서의 삶은 각자만의 다 다른 스테이지의 고충이 다 있기 마련이다.


물론 나 또한 이민자분들에 비하면 햇병아리다. 호주 생활 7년 차라고 하지만 원래 사람은 본인 주변이 세상의 전부라고 착각하기 쉽기에 나의 기준에서 생각하기 마련이지 않은가. 호주가 정말 살기 좋은 나라일까?

확실한 건 영주권이 나오기 전 임시 비자를 소지한 사람에게는 정말로 각박하디 각박한 나라가 바로 호주다. 유학을 하고 로컬 친구들과 경쟁하다 보면 더 느껴진다. 호주는 차별이 없고 다들 친절하다고? 천만의 말씀이다. 카페나 레스토랑 캐주얼 잡을 할 때와 직장 생활을 하는 건 또 다르다. 나는 그나마 다국적이 어우러진 호텔에서 직장 생활 중인데 그 와중에도 프런트팀과 어드민팀에서 또 그 차이가 확연하게 느껴진다,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해본 적은 없지만, 한국으로 치면 정규직 비정규직 차이가 은은하게 느껴지는 그런 느낌이랄까. 보는 눈들이 많아 대놓고 차별할 순 없지만 은근한 그런 눈빛 말투 제스처들이 있다.


이런 직장 생활을 견디는 것만으로도 힘든 타국 생활 중에 비자 신청비용, 신청 서류 등등 혼자 생각하고 준비할 것들이 너무 많았던 나는 과부하가 걸린 상태로 매일매일 일하며 재부팅으로 가까스로 버티고 있었던 것이다. 평소처럼 일을 하고 있는데 너무 힘이 들어서 나도 모르게 한숨을 푹 쉬었다. 서비스직이다 보니 게스트들 앞에 있을 때는 항상 웃어야 해서 혼자 있는 시간에서나마 억지 미소를 잠깐 풀곤 한다. 한숨을 푹 쉬었는데 갑자기 속에서 나도 모르는 울컥하는 무언가가 쏟아지는 느낌이었다. 나도 모르게 백 오피스로 달려 들어가자마자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같이 일하던 동료한테 양해를 구하고 어떻게든 빨리 진정해 보려고 숨을 후후 내쉬며 감정 정리를 하는데 이 놈의 눈물이 도무지 그치지를 않는 거다. 가까스로 진정하고 다시 일하러 복귀했지만 참 쉽지 않은 날이었다. 과연 그 눈물을 흘리게 한 내 안의 감정은 무엇이었을까? 과로로 누적된 피로감, 외국인 노동자로서 보호받지 못한다는 서러움,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는데도 비자 컨디션으로 인한 나의 한계를 느낄 때의 좌절감, 그로 인한 주변과의 비교 그리고 열등감, 도무지 끝이 없이 이런 생활이 반복될 것 같다는 불안감과 세상을 향한 원망 등 복합적인 감정이었겠지. 나를 위해서라도 건전하지 못한 마음 상태였다. 나는 누구보다 긍정적인 사람이고 사고의 전환을 좋은 방향으로 돌려서 지금까지 잘 버텨왔다고 믿는데, 이런 감정 상태였다는 것을 스스로 지각하고 나니 참 나 스스로를 좀 더 많이 돌봐줘야겠구나 생각했다.


힘든 날을 보냈다고 해서 남들이 나를 배려해 주는 그런 따뜻한 세상은 없다는 것은 진작에 깨달은 나이다. 퇴근 후 훌훌 털고 운동하러 가서 그날은 유난히 더 운동을 잘 마무리하고 왔다. 분노에 가득 차서 그랬을까 시원하게 잘 분출하고 온 것 같아 개운했다. 살다 보면 엉엉 울면서 세상에 나만 이렇게 힘든 것 같은 나약한 마음이 드는 날이 있다. 항상 명심해야 한다. 나만 힘든 게 절대 아니라는 것, 험난한 세상에서 다들 각자만의 고충을 안고 고군분투하면서 그렇게 버티는 것임을. 살아간다는 게 뭐 그다지 특별할 것도 없다. 이렇게 또 한층 성장한 나를 스스로 다독거려 줄 수밖에.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