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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리서치 교육은 모든 전공의 토대가 되는가?

어느 연구자의 일기

by 김박사의 생각들

리서치는 공통의 언어

리서치는 단순히 과학 분야에서만 필요한 능력이 아니다. 오히려 리서치는 모든 학문이 공유하는 공통 언어이며, 문제를 정의하고 방법론을 적용해 해답을 찾아가는 사고의 틀이다. 예술에서도, 인문학에서도, 사회과학에서도 리서치 역량은 학문의 근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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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도 리서치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미술을 전공하려는 학생이 있다고 해보자. 많은 사람들이 예술에는 리서치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현대미술은 특정 주제나 사회 현상에 대한 심층적 연구를 토대로 창작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내가 멘토링했던 한 학생은 “동시대 청소년의 불안감을 시각화하는 작업”을 하기 위해 심리학 논문과 인터뷰 자료를 수집했다. 이를 통해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단계를 넘어, 주제에 대한 본인만의 해석과 관점을 담아낼 수 있었다. 이 경험이 바로 예술 속 리서치의 힘이다.


인문학의 리서치

문학이나 역사 분야도 마찬가지다. 텍스트를 해석하는 작업 자체가 리서치 과정이며, 자료를 비교·분석하는 사고 훈련이 이루어진다. 문학을 좋아하던 다른 학생은 한국 근대 문학 작품에 나타난 가족 서사의 변화를 연구하기로 했다. 그는 고전 문헌을 읽고 시대적 배경을 조사하며, 문학 비평의 다양한 관점을 비교했다. 이 경험은 단순히 책을 좋아하는 수준을 넘어, 학문적 논의를 주도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었다.


과학분야의 리서치

STEM 분야에서는 리서치의 중요성이 더 직관적으로 보인다. 물리학을 공부하는 학생은 실험과 검증을 통해 가설을 점검하고, 공학에 관심 있는 학생은 문제 해결을 위해 모델을 설계한다. 내가 지도했던 또 한 명의 학생은 “학교의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는 설계”라는 과제를 수행했다. 데이터를 수집하고 시뮬레이션을 돌리며 문제 해결 능력을 체득했고, 그 과정에서 공학 진로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리서치는 모든 전공의 토대

이처럼 전공 선택 이전에 리서치 경험을 쌓으면, 학생은 스스로 적성과 흥미를 발견할 기회를 얻게 된다. 무작정 입시에 맞춰 진로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실제 탐구 과정에서 자신이 무엇을 즐기고 견디며 몰입할 수 있는지를 경험으로 배우게 된다. 이것이야말로 리서치 교육이 모든 전공의 토대가 되는 이유다.


학문의 경계를 허무는 리서치

궁극적으로 리서치는 미래 사회에서 학문적 경계를 허무는 융합적 역량을 키운다. 예술과 과학의 접점, 인문학과 기술의 교차점, 사회적 문제와 공학적 솔루션의 연결고리. 이 모든 것은 탐구에서 출발한다. 리서치 교육은 어떤 전공을 택하든, 어떤 길을 가든 반드시 필요한 사고의 기초 체력이다. 아이가 한 번이라도 진짜 리서치를 경험한다면, 이후 어떤 학문을 만나더라도 주체적이고 창의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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