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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연구 방법론의 진화, 그리고 2024년 노벨상

어느 연구자의 일기

by 김박사의 생각들

2024년 노벨상

2024년, 노벨상 시상식은 과학계뿐 아니라 전 세계 연구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물리학상과 화학상 모두 인공지능(AI)과 밀접하게 연관된 연구에 돌아갔기 때문이다. 연구실에서 AI 도구를 활용하며 느꼈던 변화와 고민이, 이제는 노벨상이라는 가장 권위 있는 무대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셈이다. 이 거대한 흐름 속에서 한 연구자로서 내가 경험한 AI 시대 연구 방법론의 진화와, 그 의미를 정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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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으로 증명된 AI의 힘

올해 노벨 물리학상은 존 홉필드와 제프리 힌튼에게 돌아갔다. 이들은 인공신경망과 머신러닝의 토대를 마련한 공로로, “오늘날 강력한 기계학습의 기반이 되는 발견과 발명”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홉필드 네트워크와 볼츠만 머신은, 오늘날 우리가 논문 요약, 데이터 자동 분석, 자연어 처리 등에서 활용하는 AI의 뿌리가 된다.

화학상 역시 AI가 주인공이었다. 데미스 허사비스와 존 점퍼(구글 딥마인드)는 AlphaFold라는 AI 시스템을 통해 50년 넘게 풀지 못했던 단백질 구조 예측 문제를 해결했다. 이들의 연구는 단백질 설계, 신약 개발 등 생명과학 분야에 혁신을 불러일으키며, “AI와 생명과학의 융합이 가져올 미래”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연구실에서 목격한 AI의 변화

이런 노벨상 소식을 접하며, 최근 연구실에서의 경험이 떠올랐다.
논문 요약은 이제 ChatGPT나 Paperpal 같은 AI가 몇 분 만에 해준다. 데이터 분석 역시 파이썬 코드와 AI 기반 자동화 툴 덕분에, 예전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된다. 학생들은 “이제 정말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다”며 AI의 편리함을 반긴다.

하지만, AI가 모든 답을 주지는 않는다.
AI가 추천한 논문만 참고해 실험을 설계한 학생이 예상치 못한 결과에 당황하는 모습을 보면, “질문을 던지는 힘”과 “비판적 해석”이 여전히 인간 연구자의 몫임을 실감한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정리하고, 반복적이고 복잡한 작업을 대신해주지만, 연구의 본질인 ‘새로운 질문 만들기’와 ‘의외성의 발견’은 기계가 아닌 인간의 영역이다.


AI의 한계와 연구자의 역할

2024년 노벨상 수상자들도 “AI의 윤리적 사용과 한계”를 강조했다.
AI가 만들어내는 결과물에는 데이터 편향, 블랙박스 문제, 그리고 창의성의 한계가 존재한다. AlphaFold 역시 신약 개발의 혁신을 이뤘지만, 그 결과를 해석하고 실제 임상에 적용하는 건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678.

연구실에서 나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강조한다.
“AI가 내놓은 답은 참고일 뿐, 최종 판단은 네가 해야 한다.”
AI의 발전이 연구의 효율성을 높여주긴 했지만, 비판적 사고력과 윤리 의식, 그리고 창의적 질문을 던지는 힘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AI와 함께 성장하는 연구자의 자세

2024년 노벨상이 보여준 건, AI가 연구의 ‘속도’와 ‘범위’를 혁신적으로 넓혔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연구의 ‘방향’과 ‘깊이’는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나는 앞으로도 AI와 함께 연구하는 시대에

더 많이 질문하고

더 깊게 파고들며

예상치 못한 가능성을 두려워하지 않는

연구자가 되고 싶다.


질문하는 힘

기술은 변하지만, ‘탐구하는 태도’만큼은 변하지 않기를 바란다.
2024년 노벨상은 우리에게, AI가 연구의 동반자가 될 수 있지만, 연구의 주인은 결국 ‘질문하는 인간’임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었다.
AI 시대, 연구실에서 내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는 바로 이 ‘질문하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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