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리서치 교육이 학교 문화 전체를 바꾸는 이유

어느 교육자의 일기

by 김박사의 생각들

변화의 동력

많은 사람들은 리서치 교육을 ‘소수 우수 학생들의 특별 활동’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 리서치 교육이 한 교실에 들어오면, 단순히 몇몇 아이의 포트폴리오를 채우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교사, 학급, 학부모, 나아가 학교 문화 자체를 변화시키는 강력한 동력이 된다.


art_1678171080522_dd4264.jpg


질문 중심 -> 사고의 확장

리서치의 본질은 질문을 중심에 두는 것이다. 이때 교실의 공기가 달라진다. 선생님이 “정답을 말하는 사람”에서 “함께 탐구하는 동료”로 역할을 바꾸기 때문이다. 어떤 교실에서는 매주 ‘질문의 날’을 만들어 각자 궁금한 점을 발표한다. 처음에는 대부분 “이걸 꼭 해야 해요?”라고 묻지만, 점점 아이들은 자신이 진심으로 알고 싶은 것을 찾아내기 시작한다. 그 질문은 자연스럽게 수업 주제를 넘어 삶의 문제로 확장된다.


리서치가 문화를 만드는 방식

실제로 내가 함께했던 한 중학교에서는, “학교 급식의 잔반량을 줄일 수 있을까?”라는 소규모 프로젝트로 시작했다. 처음에는 일부 학생들만 관심을 가졌지만, 데이터를 수집하고 결과를 공유하자 친구들이 스스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결국 이 작은 실험은 학급 전체의 급식 태도를 바꿨고, 학교 운영위원회에 제안서까지 올려졌다. 한 반의 프로젝트가 학년과 학교로 퍼져나가면서, “우리도 해볼까?”라는 분위기가 생겼다. 이게 바로 작은 리서치가 큰 문화를 만드는 방식이다.


교사, 학부모의 변화

교사에게도 변화가 일어난다. 리서치 교육을 접한 선생님들은 “아이들이 이렇게 깊이 생각할 줄 몰랐다”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교사 스스로도 탐구의 즐거움을 다시 느끼고, 단순히 커리큘럼을 ‘소화’하는 역할을 넘어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연구자로서의 자부심을 찾게 된다.

학부모의 시선도 달라진다. 기존에는 성적과 결과 중심으로 아이를 평가했다면, 리서치 과정을 지켜보며 아이의 태도와 몰입을 보게 된다. “우리 아이가 이렇게 주도적으로 무언가를 해본 건 처음이에요.” 이런 변화는 가정에서도 아이의 자존감과 동기 부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질문 하나가 교실을 바꾸고, 작은 탐구 하나가 학교 문화를 바꾼다.

이처럼 리서치 교육은 단순히 ‘한 번의 프로젝트’가 아니다. 그 과정을 통해 교실 문화가 바뀌고, 교사와 학생의 관계가 달라지며, 학부모의 관점까지 확장된다. 결국 이것이 학교 전체를 바꾸는 씨앗이 된다. 질문이 중심이 되는 문화, 탐구를 두려워하지 않는 문화,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가 퍼질 때 비로소 교육의 본질적 혁신이 가능하다.

나는 늘 이렇게 믿는다. “질문 하나가 교실을 바꾸고, 작은 탐구 하나가 학교 문화를 바꾼다.” 그리고 그 작은 실험이 쌓이면, 결국 교육이 사회를 바꾸는 토대가 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왜 '실패 경험'이 최고의 리서치 교육이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