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교육자의 일기
많은 부모님과 교사들은 아이들이 실패하지 않기를 바란다. “안전하게 가자”, “이번엔 확실하게 성공해야 한다.” 그러나 리서치 교육에서 가장 큰 배움은 ‘성공한 결과’가 아니라 ‘실패의 경험’에서 나온다.
리서치란 본질적으로 ‘정답이 없는 문제에 도전하는 과정’이다. 아이들이 처음부터 완벽하게 해낼 수 있을까? 당연히 아니다. 오히려 아이들은 탐구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오류와 막힘을 마주한다. 실험이 실패하고, 가설이 틀리고, 자료 해석이 엉성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실패 경험이야말로 진짜 학습의 기회다.
실제로 내가 멘토링했던 한 중학생은 “도시의 빛 공해가 식물의 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라는 실험을 설계했다. 그는 인터넷에서 얻은 정보만으로 충분할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실험을 시작하자 빛의 세기와 방향, 식물의 품종 등 통제 변수가 너무 많아 결과가 엉망으로 나왔다. 실망한 아이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때부터가 진짜 수업이었다. 함께 변수를 하나씩 정리하고, 데이터를 다시 수집하며, 실패를 분석했다. 그 과정에서 아이는 단순히 ‘정보 소비자’가 아니라 ‘지식 생산자’가 되는 감각을 배웠다.
부모와 교사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는 ‘실패를 대신 막아주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가 실패하지 않으면, 문제 해결력도 자립성도 자라지 않는다. 오히려 실패를 통해 자신이 어떤 부분에서 미처 고려하지 못했는지를 깨닫고, 다시 시도하는 힘을 기른다. 이건 단순히 학업 능력을 넘어 삶의 태도를 바꾸는 경험이다.
또한 실패를 두려워하는 아이일수록 리서치 교육에서 더 큰 성장을 이룬다. 처음엔 “틀릴까 봐” 시도조차 망설인다. 하지만 작은 실패를 반복하며 점차 “실패해도 괜찮다”는 심리적 안전감을 갖게 된다. 이때 교사의 역할은 결과를 평가하는 심판이 아니라, 실패의 의미를 함께 해석해주는 동반자가 되는 것이다.
리서치 교육에서 부모와 교사가 실패를 바라보는 태도가 달라져야 한다. “결과가 안 나왔으니 잘못된 거야”가 아니라, “실패했으니 이제 중요한 걸 배우기 시작했구나”라고 말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실패가 곧 학습의 출발점이라는 메시지가 아이의 태도를 바꾼다.
미래 사회는 ‘정답을 외운 사람’이 아니라, ‘문제를 정의하고 끝까지 탐구하는 사람’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그런 역량은 실패 경험 없이는 결코 자라나지 않는다. 아이들이 안전지대에서만 학습한다면, 자신이 어디까지 도전할 수 있는지 결코 알 수 없다. 리서치 교육이 진정한 교육이 되려면, 실패가 과정의 일부가 아니라 본질임을 모두가 이해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부모님과 아이들에게 항상 이렇게 말한다. “실패해도 괜찮다. 오히려 그 실패가 네가 가장 많이 배우는 순간이다.” 그 경험을 통해 아이들은 점점 더 단단한 탐구자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