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블루베리
가게 옆 모퉁이를 돌아가면 두 개의 화분이 있다. 하나는 수년이 지난 것이고 나머지는 작은 화분이다.
사 오 년 전 친구에게 받은 화분 하나는 낯가림도 없이 그해부터 열매를 맺었다. 탐스럽게 익어가던 열매는 마침내 짙은 블루를 만들었다.
블루베리
조심스럽게 한주먹을 움켜쥐고 한 알씩 입에 넣었다. 성에 차지 않아서 한주먹을 입안에 넣었다. 입 안은 깊은 푸른 맛으로 채워졌다. 맛이 아닌 색으로 입을 채웠다. 그날부터 줄곧 익어가는 블루베리를 땄다. 소유와 결실 입안을 채우는 즐거움이 한동안 이어졌다.
다음 해도 마찬가지였다.
그해 늦은 가을 블루베리 화분에 비료를 줬다. 다음 해가 되자 블루베리 나무는 열매를 맺지 않았다. 나무줄기나 잎사귀만 짙은 초록빛이었다.
두 해를 건너뛴 블루베리가 올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었다. 날마다 굿모닝이었다. 이제 소유나 결실을 떠난 또 다른 즐거움이 된 나무였다. 말하지 못한 아픔을 치유하고 일어선 나무에게 격려하고 있었다.
엊그제 아침이었다. 나무를 빼꼼히 보고 있던 난 알아차렸다. 블루베리 나뭇가지가 잘려나간 것이다. 자세히 보니 열매 맺은 줄기였다. 모조리 잘려나간 나뭇가지를 보고 있자니, 화가 났다.
누가 왜 어째서.
cctv로 확인하고 싶었다. 모퉁이로 들어가는 못된 뒷모습을 발견해서 찾아내고 싶었다. 열매 맺은 나뭇가지를 보고 과감히 잘라버린 그 사람의 눈과 손을 원망해 봤다. 하지만, 그 사람이 누가 됐든 블루베리 열매는 돌아오지 못한다는 사실을 안 순간 모든 것은 허무했다.
어쩌면 나는 예측했을지도. 내 입에 들어갈 블루베리의 새콤한 맛과 달콤한 기분을. 입 안 가득 채웠던 몇 년 전의 색감을 다시 찾고 싶었을 것이다.
섣부르게 욕심을 냈다. 역시 뜻대로 되는 것은 없다는 것을 알려줬다. 화분을 준 친구에게 내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는 것으로 위로 삼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