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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미아 Jul 12. 2024

4. 수앵이 또는 쇠양이마을

  수앵이 마을은 엄마가 부르던 이름이다. 그곳엔 포도밭이 있었다. 그 시절 어떤 집도 그런 과수원을 갖지 못하던 때였다. 감나무 밤나무가 가장 흔하던 곳이었다. 엄마의 사투리가 구전처럼 나에게 전해졌던 수앵이. 난생처음 포도밭을 간 건 중학교 1학년이었다. 엄마가 어울린 아주머니들과 함께였다. 지금도 의문인 게 엄마는 포도밭 과수원에 가서 호기롭게 포도를 사 먹을 사람이 아니었다. 

  원두막도 있던 포도밭은 약간 경사지였다. 나무아래 주렁주렁 매달린 포도를 보며, 큰아버지 집에 있던 앙상한 포도나무를 견주었다. 비교도 안 될 포도송이는 신기함 그 이상이었다. 큰맘 먹고 나들이를 한 사람들이 여기저기 보이고 학교 채육선생도 있었다. 

  나는 그때까지 물감이나 크레파스가 아니면 진한 보라색을 맘껏 보지 못했다. 먹으려는 욕심보다 짙은 보라색에 맘이 끌렸고, 포도송이가 더 볼거리였다. 지금 생각해도 포도를 먹은 기억은 희미하다. 엄마의 나들이 옷이나 아주머니들 모습이 보인다. 무슨 생각이었을까. 포도밭 나들이. 엄마 표현을 빌리자면 평생 엎어져 일만 했는데 말이다.

  엄마의 사투리는 이 지역으로 오면서 마을 사람들에게서 옮겨졌다. 그들은 마을 이름이 행정구역상 있어도 꼭 다른 이름으로 불렀다. 그 마을의 특징을 표현한 이름인데 글자로 익히지 않은 이들은 입에서 입으로 전했다. 지금 말로 부캐다. 

  나는 학교를 다니기 시작하면서 그런 이름이 헷갈렸다. 또한 엄마가 구사하는 사투리가 싫어서 꼭 행정구역으로만 말을 했다. 

   나는 늘 이렇게 물었다. 

“거기가 어딘데에? 왜 그렇게 말해. 헷갈리게.”

  이제 그곳은 도로 확장공사 중이다. 느리게 지어지는 건축물처럼 십 년도 넘게 공사 중이지만, 완성돼 가는 모양새다. 그러면서 포도밭 옆으로 다니던 길은 사라지고 우회도로가 생겼다. 

새로 만든 도로는 신호등이 갖추어졌다. 띄엄띄엄 가는 고향이지만, 다니던 길에 대한 향수가 있어서 차를 세우고 이곳저곳 둘러보곤 한다. 

  참 포도밭은 오래전 사라졌다. 

 어느 날이었다. 그곳을 지나면서 보니 새 도로에 이정표가 만들어졌다. 길 방향을 알리는 이정표는 사거리였고. 그곳에 포도밭이 있던 동네 이름이 새로 만들어졌다. 아니 사실은 오래전부터 존재했던 이름인데 길이 바뀌면서 이정표에까지 이름을 드러낸 것이다. 

 쇠양이 마을. 이게 맞는 걸까. 검색을 했다. 햇빛이 많이 비치는 양지바른 동네로 흘러가는 냇물에 ‘소沼’가 있어서 불리어진 이름인데 지역 방언상 ‘소沼’를 쇠라고 부른다는 말이었다. 나는 지금까지 여기 이름을 잘 못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곳은 쇠양이 마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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