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의 뒷모습

삶의 편린

by RECO

이별의 아픔으로 고통이 짓누를 때 타이레놀 한 알이 진정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언년이를 찾아 헤맨 추노꾼처럼 영혼마저 풀어헤쳐져 퇴근할 때 배달 기사님이 살포시 놓고 간 엽떡에 쓰윽 웃어본 적이 있는가.


눈이 펑펑 내리며 칼처럼 추운 날에도 손가락이 땡땡 얼도록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사서 뇌의 주름사이로 들이부어본 적이 있는가.


만원 버스에서 뒷골목 쾌쾌한 맥줏집 냄새에 진저리를 치면서도 에어팟이 전해준 보사노바의 선율에 세포를 깨워본 적이 있는가.


나 혼자 사는 연예인 프로그램을 뒤로하고 일요일 오후 뛰쳐나온 트랙 위에서 에어줌조깅화가 탄성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사물이 이토록 사람을 위로하고 있었다니,

인간은 명을 다해 흔적도 없이 사라져도

그가 사부작거린 흔적들이 허옇게 남아있다.

3인용 가죽소파 한가운데가 푹 꺼진 채로 그 사람을 기억하며 삐걱댄다.


사람은 가고 사물만 남는다더니.

사물에 의지해온 삶의 편린들.

이런 것이 바로 사물의 뒷모습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