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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 카포 Feb 14. 2023

ESG, 새로운 자본주의 구원자인가?

<자본주의 대전환> 리뷰

자본주의의 구원자라고 하면 누가 떠오르는가.


경제학을 조금이라도 공부한 사람들은 모두 존 메이너드 케인즈라고 답할 것이다.


자본주의와 경제학 하면 사람들이 떠올리는 것은 보통 '보이지 않는 손'이고, 경제학의 아버지 애덤스미스이다. 보이지 않는 손을 간략히 말하자면, 시장은 장기에는 모든 가격을 균형에 맞춘다는 것이다. 애덤스미스 이후, 자본주의는 수십 년 간 이른바 '야경국가'와 함께 국가가 시장에 손을 대지 않는 채로 지속되었지만, 이 '보이지 않는 손'이 모든 순간 작동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려주는 "대공황"이라는 극심한 경제 위기가 발생했고, 자본주의라는 체제 자체가 큰 위기에 빠졌다.


여기서 경제학의 구원자로 나온 사람이 존 메이너드 케인즈이다. 당시 경제학에서는 위기라도 장기적으로는 시장이 해결하도록 내버려 두면 '보이지 않는 손'이 해결해 준다는 입장이었지만, 케인즈는 "장기에는 우리 모두는 죽는다"라며 위기에 대한 적극적 개입을 주장했다. 케인즈는 1, 2차 세계대전과 대공황이라는 극심한 경제 위기에서 정부가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함으로써, '시장실패'를 극복할 수 있다는 이론을 만듦으로써, 자본주의를 구원해 냈다. 케인스주의 경제학을 통해 당시 미국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뉴딜 정책'을 만들었고, 이를 통해 전례 없는 경제 위기에서 미국은 벗어날 수 있었다. 이를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케인스주의 경제학"이라고 부르고, 일본에서는 "수정자본주의"라고 부르기도 한다.


케인즈가 태어난 해는 <공산당 선언>의 마르크스가 죽은 해이고, 케인즈가 본격적으로 활동할 시기부터 사후 약 3~40년이 자유주의와 사회주의 진영의 대결이 가장 치열했던 시기였다. 일부 경제학자, 정치학자들은 케인즈가 자본주의를 수정하지 않고, 대공황을 내버려 두었다면, 자본주의에 대한 회의감이 서민과 노동자들에서부터 강하게 촉발되어 체제 자체가 위기에 빠졌을 수도 있었을 거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케인즈 이후에 나온 "통화주의"(또는 신고전주의, 시카고학파), "포스트케인지언" 등 지금 주류경제학을 형성하고 있는 학파들 역시 당연히 케인즈의 영향을 상당히 많이 받았기 때문에, 케인즈는 충분히 "자본주의의 구원자"라는 수식어구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셈이다.




그리고, 케인즈 이후 80년 가까이 흐른 지금 자본주의 체제는 위기를 맞았고, 새로운 구원자를 필요로 하고 있다. 위기에 빠진 자본주의를 구하기 위해 가장 선두에 선 주자가 바로 ESG이다. 이 책의 리베카 헨더슨은 하버드대학교 특별교수로, 지속 가능한 자본주의를 연구하는 세계적 석학이고, 이 책은 그의 하버드 비즈니스스쿨 강의를 토대로 쓰인 책이다.

출처: 네이버 도서


우선, ESG란 무엇인가. ESG는 Environment(환경), Social(사회), Governance(지배구조)의 줄임말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판단할 비재무적 요소들이다. 기업과 국가가 지속적인 성장을 거두기 위해 ESG를 모두 고려한 경영을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기존의 자본주의 체제는 어떤가. 지금 시대에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기후 변화, 불평등 같은 문제들을 '외부 효과(Externalities)로 치부하고, 정부나 소비자들에게 전가한다. 지금 시점의 주주자본주의는 경영진들에게 이윤 극대화라는 요구를 내리고, 이것은 우리 사회의 생존 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주주의 이익, 단기적 성과에만 집중하는 주주자본주의 시스템은 기업에 의해 불확실한 가격 시스템, 기회의 자유 억압, 환경오염, 정치 통제를 불러일으켜 결국 기업이 의지하고 있는 제도를 파괴하고 있는 결과를 만들 거라고 한다.

최근에만 생각해 보면, "환경오염"이 만들어낸 "기후 위기" 얼마나 가격 변동성을 증가시키고, 인간 공동체의 생존을 얼마나 위협하는지 전 세계가 체감하고 있다. 또한, 저자는 단기적인 이윤을 위해 '브렉시트', '트럼프', '극우'와 같은 포퓰리즘과 결탁한 기업들이 전 세계를 정치적 양극화로 이끄는 주체 중 하나로 보고 있다.


저자는 우리가 이러한 자본주의 시스템 자체를 전환해야 한다고 한다. 쉽게 주장을 요약하면,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방법과 메커니즘을 통해 기업의 "장기적인 성공"을 위해서는 단기적으로는 주주 가치를 극대화시키지 않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저자는 자본주의 전환에 필요한 5가지 요소를 말한다.

1. 공유가치 - 기업의 친사회적 목표

2. 목적 지향 기업 - 비전에서 행동으로

3. 재무 재설계 - 투자를 바꾸다

4. 협력 - 공익에는 공동으로

5. 시장과 정부의 균형

그리고 대부분의 페이지를 이 5가지 요소에 대한 설명과 기업들의 활동을 소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립톤, 월마트, 나이키, CLP, 도요타 등 ESG와 유사한 비재무적, 사회적 가치를 기업 활동에 투영한 기업들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반복적으로 "아키텍처 혁신(Architectural Innovation)"을 이야기하고 있다. 아키텍처 혁신이란, 시스템의 아키텍처, 즉 기업의 구성 요소 간의 관계, 목적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퍼즐의 조각이 달라진 게 아니라, 퍼즐의 조립 방식 자체의 변화를 의미한다. 단기적으로 비용이 늘어난 것이 장기적으로는 더 큰 이익이 된다는 것, 단기적으로는 주주에게 해가 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큰 이윤을 가져다준다는 것 등의 완전한 사고 변혁이 필요한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완전히 새로운 사고를 해야 하기 때문에, 외부자적 관점의 중요성을 피력한다.


주주자본주의의 대체재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도 소개한다. 직원들의 개인적 목적의식에 권한을 위임하고, 목적 지향적 업무를 할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높은 수준의 직원 만족도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기업이 단지 돈을 벌기보다는 우리 시대의 문제 해결의 주체로 나서기를 기대한다.


또한, 이를 위해 금융과 재무 단계에서의 변화를 필요로 한다. 재무 재설계의 단계는 다음 3가지로 이루어진다.


(1) 회계를 바꾸어 ESG 자료를 일상적으로 제출하게 한다.

(2) 임팩트 투자자(환경과 사회적 영향력에 집중하는 투자자), 직원, 고객 등에 의지한다.

(3) 기업을 지배하는 규칙을 바꿔 투자자의 압력을 감소시킨다.


금융의 변화를 통해 금융 부문이 사회에 대한 책임을 받아들이고, 투자에 비재무적 요소와 장기적 지속가능성을 반영해 행동해야 사회는 바뀐다고 말한다.


기업 간의 협력과 자발적 협약도 중시한다. 당연히, 자발적 협약은 취약한다. 장기적으로, 그리고 공동체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에는 '환경을 고려한 사업'이라는 구호가 이익이겠지만, 단기적으로는 약속을 어기는 것이 비용에서의 큰 우위를 만들기 때문에, 모두가 지속가능성과 장기적 이익을 위해 힘써야 한다는 자발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협약과 협력 체계는 다음 4가지의 요건을 가진다.


(1) 지속적인 협력이 모든 사람의 관심사여야 한다.

(2) 협력이 당장 편익을 가져다주면서, 협력하지 않는 비용이 커야 한다.

(3) 협력을 다하지 않을 때 쉽사리 적발될 수 있어야 한다.

(4) 규칙 위반 시에 처벌이 가능해야 한다.



정부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자유 정부와 포용적 정치를 통해 번영을 촉진할 수 있고, 시장과 상보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기업의 의견에 휘둘리는 정치보다는 기업의 목소리와 다른 이해당사자의 목소리를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정치의 필요성을 말한다. 이를 저자는 덴마크의 사례를 참고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끝으로, 저자는 단지 소비자일 뿐인 우리가 ESG라는, 사회와 공동체를 위한 새로운 자본주의 시스템에 기여할 수 있는 6단계의 방법을 말하며 책을 마무리짓는다.


(1) 자신의 목적을 발견하라.

(2) 당장 의미 있는 일을 하라.

(3) 자신의 일에 가치를 부여하라.

(4) 정부에서 일하라.

(5) 정치적으로 행동하라.

(6) 자신을 돌보고, 기쁨을 찾아라.



기후변화는 인류가 현재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이다. 1990년 IPCC 1차 보고서 이래로, 인간의 활동에 의해 배출된 온실가스 때문에 지구온난화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기정사실로 굳어졌다. 그 이후 세계 각국과 국제기구, NGO단체 등은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실, 기후변화 자체는 인류가 막을 수 없다. 그 속도를 줄이는 것이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IPCC 5차 보고서의 기후변화 시나리오인 RCP 보고서 중 온실가스를 지금과 같은 추세로 배출하는 RCP 8.5에 따르면, 2100년 지구의 기온은 연평균 4.8℃가 증가하고, 우리나라는 연평균 6℃가 증가한다. 지구온난화에 의한 이상 기후, 자연재해, 생태계 파괴, 지구촌 갈등, 식량문제 등 여러 문제들이 더 심각해질 것이다. 기후변화를 지연시키지 못한다면, 지구는 기후위기로 인한 디스토피아가 될 거라고 예상되고 있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ESG와 같은 움직임들은 전 세계적 흐름이고, 트럼프 등 극우 포퓰리즘에 의해 다소 흔들리긴 했지만, 인류가 나아가야 할 방향임에는 틀림이 없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에 따르면 2019년 한국은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명목 GDP 10대 국가 중 3위일 정도로 많은 양의 탄소를 배출하고 있고, 2016년 ‘기후악당’ 국가로 규정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탄소 배출권 거래제를 보다 활성화하고, 에너지 전환의 속도를 가속하고, ESG 경영 시스템을 국가적으로 확립함으로써, 이런 불명예를 벗어던지고 기후 변화를 막는 데 선도하는 국가가 되어야 한다. 파리기후협정과 신기후체제에서는, "국가와 기업이 얼마나 장기적으로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냐"가 곧 기업이나 국가의 가치가 된다. 그리고, 그 장기적 성장, 즉 지속가능성의 척도가 "환경", "사회적 가치", "지배구조"인 것이다. 친환경 공정과 에너지 전환, 재벌 체제 및 배당 최소화로 인한 기형적 지배 구조 개선, 포용적인 가치 추구가 곧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도 이 체제에서의 경쟁력을 기르기 위해 보다 환경에 대한 논의와 개선을 가속해야 한다.




ESG는 진정한 자본주의의 새로운 구원자에 등극할 수 있을까. 우리는 기후변화와 양극화라는 지구 공동체에 드리운 거대한 그림자에 맞서서 ESG라는 무기를 통해 기존을 체제를 유지하며 생존할 수 있을까. 이 책은 마치 ESG 경영에 대한 교과서와 같은 책이라고 생각이 된다.


기후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는 기업에
투자하지 않겠다. ESG는 기업-주주 공동 번영을 위한 자본주의 수단이다.

-세계 최대 자산 운용사 블랙록 CEO
래리 핑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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