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사적인 일기장, 브런치를 감정 쓰레기통으로 쓰는 날
곧 나와 결혼할 남자는 형이 있다. 살뜰하게 가깝지도 않은 사이. 프로그래밍 코드를 짜다가 도움이 필요할 때, 내가 수 번 "똑똑한 형 뒀다 뭐 해. 형한테 전화해 봐~"라며 종용해야 비로소 전화를 거는 사이. 그리고 그 형은 우리보다 한창 빠르게 결혼을 했다.
우선 근본적으로, 이해가 안 간다. 왜 내가 이 남자와 결혼한다고 해서, 뭐 남편의 형까지는 그래, 핏줄이 섞였다 해도, 왜 형의 부인까지도 '형님'이라고 부르며 내가 윗사람으로 대접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외동인 나는 이제야 친구들이 남매자매끼리 싸울 때 단골멘트로 써오던 "그럼 더 일찍 태어나지 그랬어."를 진정 느끼게 됐다. 역시 먼저 태어난 것이 대수였던 거구나!
우선 형님이 내 윗사람인 건 차치하고도, 나는 그녀가 싫다. 밖에서 만났다면, 바로 거리를 벌렸을 거라 장담한다.
그녀의 말투는 매번 나를 기분 나쁘게 한다. 예컨대, 내가
"저는 A호텔에서 묵어보고 싶어요~" 하면, "A가 무슨 좋은 호텔이야ㅋㅋ"라고 말하고
(참고로 태국에서 A호텔의 제일 싼 방은 1박에 100만 원, 제일 비싼 방은 1500만 원이다.)
"처리할게 많네요. 정리할 것도 많고~"라고 말하면 "앉아서 정리하는 게 뭐가 힘드니~?"라고 말한다.
사실 '나도 이런 말투를 했던 적은 없나...' 반추해 보는 기회를 줘서 고맙기도 하지만, 내 성장과는 무관하게 앞으로도 그녀는 내게 저런 식으로 대하겠지.
그래서 그녀를 만나고 오면 기분이 참 짜증 난다. 업신여김 당하는 느낌이라서. 이렇게 남을 깔고뭉게는 사람들을 '정말로' 싫어한다. 하긴 이런 느낌을 좋아하는 사람이 어딨겠냐만. 서도. 그래서 어지간하면 만나고 싶지 않은데, 시가와 가깝게 사는 형님 덕분에 행사나 가벼운 저녁마저도 함께하는 경우가 많다.
그녀는 내가 동서라고 생각하고 가족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형님이 가족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건방지더라도, 어쩌겠는가. 이게 MZ라면, MZ라고 치부해 주길. 내게 가족의 범주는 아껴마지 않는 사람들이다. 사랑한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사람들. 그 외는 친척이나 먼 친척 정도라고 정의한다.
청첩장을 드리니 청첩장이 귀엽다, 문구가 좋다는 말은 일언반구 없이, 첫마디로 '우리 식장과 가까운 곳이 좋은 호텔이라며 전날 거기서 호캉스를 해야겠다.'라고 얘기하는 형님을 윗사람으로, 아니 가족의 범주로 묶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분이 불쑥불쑥 올라오는 나와는 다르게, 스트레스받는 내게 '좋은게 좋은거지. 흘려봐. 왜 그리 예민하게 구냐'는 듯한 남편의 태도는 나를 더욱 혼란스럽게 한다. 결혼 한 달 전에, 이렇게 속이 답답한 게 맞는 건지. 친구들한테 말하니, [웰컴 시가월드]란다. 왜 진작 얘기 안해줬는지. 회사생활이면 차라리 퇴사라도 할 수 있지, 시부모님의 문제라면 뒤 안보고 엎기라도 하지. 애매하다. 애매해.
우리 둘은 참 좋은데, 이럴 줄 알았음 결혼 안 하고 연애만 주구장창 했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