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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하려고 회사를 그만둔 이야기

싼 걸 살 바에야, 역사적 신고가를 사겠어요.

by 요주인물

아침, 저녁으로 양치질하면서 거울을 볼 때마다 꼬박꼬박 생각한다. "와씨, 너 뭐가 되려고 이러냐."

차라리 '아 나 좀 예쁜것 같은데." 같은 거면 더 좋았을 것 같은데. 쩝.

우리 할머니는 나한테 자주 말했다. 남들에게 인정받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그런 내가, 연봉을 절반 넘게 깎고 작은 동네 이비인후과에 다니면서, 주식을 한다.




주식을 제대로 공부하기 시작한 건 올해 2월달부터였다. 주식만이 경제적 자유를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묘한 끌림을 느꼈다. 사실 이보다 더 확신할 수 있던 것은 아무리 열심히 해도 노동수익으로는, 내가 원하는 삶에 도달할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내게 가져다 준 것은 추세추종이었다. 전문가의 말이 내 머릿속에 물음표를 띄웠다.

싼 종목을 사는게 아니고, 추세를 탄 종목을 사야한다며. 안 오른 종목이 아니라, 이미 신고가에 온 것을 사야한다고. 아마 그때부터 책을 보고, 매일 차트를 돌려보며 공부다운 공부를 시작했다. 대뜸 유튜브 알고리즘에서 누가 추천해서 사는 그런거 말고.


그즈음, 나름 익숙해진 회사가 얄궂게도 망해가는 중이었다. 원래 같으면 바로 취업준비를 했어야 했다. 한창인 30대 초반에 커리어를 견고히 해도 모자랄 판국이니까.


하지만, 주식 공부를 좀더 해보고 싶었고, 아침에 단타를 해보고 싶다는 욕구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회사 사람들한테는 요가강사를 해보겠다고 얘기했다. 왠지 주식하겠다고 그만둔다고 하면, 무모한 사람으로 볼 것 같았다. 그리고 회사사람들한테 새벽에 요가다녀온 건 얘기할 수 있어도, 주식에 대해서 미주알 고주알은 말 할 수 없는 점도 한몫했다.




4월 초, 트럼프가 무차별적인 관세를 발표했다. 그리고 4월 7일, 코스피 저점에서 내 계좌 한켠에서 오래도록 또아리를 틀고 있던 마이너스 40% 이상의 종목들을 모두 손절했다. 새벽에 요가를 하고 회사 출근하던 길에, MTS를 켜서 모두 한번도 주문해본 적 없던, 시장가로 모든 종목을 팔아버렸다.


그리고 4월 9일에 트럼프가 관세를 철폐했다. 손절한 애들이 모두 제자리로 올라왔다. 지하철에 앉아서 눈물이 주륵주륵 났다. 그러면서도 웃음이 났다. 원칙 없이 한 매매가 이런 결과를 주다니. 정치상황에 화가 나기 보다, 그냥 대충 매매하는 내가 싫었다. 원래대로라면 이미 손절을 했어야 했으니.


다시는 "이즘 되면 싸네. 한번 사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종목을 사지 않겠다고, 대충 매매하지 않겠다고 가슴에 깊이 새겼다. 주식으로 내 삶의 새로운 파트를 만들어 보리라 다짐했다.


KakaoTalk_20250830_221550952.jpg 출근하는 길에, 지하철에서 우는 내가 너무 찌질하고 어이없어서, 남편에게 보낸 나의 사진.




이즈음 되면 이제, 내가 주식으로 승승장구 하며 예수금 500만원이 5천이 되고, 5억이 되고 해야겠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500만원으로 5, 6월 상승장에 벌게 된 100만원을 횡보장이 시작하자마자 모두 시장에 반납했다.

(100만원이라고 하면 그럴지도 모른다. 에게? 백? 백 벌자고주식을 해? 라고. 안타깝게도 실력이 받쳐주지 않기에 비중을 싣을 수 없는 것도 나의 슬픔 중 하나다. )


한동안 멈췄던 브런치를 다시 쓰고 싶었다. 서두에서 말했듯, 어제부로 무려 33살이 된 내가, 다른 사람과 다른 삶을 살아보려는 이런 모습들이, 어쩌면 남들에게 용기를 줄 수도 있지 않을까. 뭐 대략 이런 사람들도 있다는.


무엇보다도 나는 불안하고 걱정이 될 때마다 해방구로 글을 쓴다. 지금의 내가, 스스로 어련히도 걱정이 되기에 본능적으로 브런치를 찾았다. 더더욱 나는 주식을, 남편은 선물을 하기 때문에...


KakaoTalk_20250830_222415403.jpg 선물... present아니고..futu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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