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D-28
퇴직 전 리프레시 연차를 즐기는 중이지만 2년 동안 재택근무를 했던 터라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평소와 같은 시간에 일어나 세수를 하고 의자에 앉아 요청 온 의뢰들을 정리한다. (준비 중인 일이 있다)
허기가 질 즈음 밥 생각이 나 아침 준비. 아침은 평소와 같은 빵과 계란과 요플레.
정말 별 다를 것 없는, 심지어 퇴사를 내기 전과 똑같은 아침이었는데 이상하게 오늘따라 그 아침이 다르게 느껴졌다.
따뜻한 햇살과 선선한 바람 가을 날씨 탓도 있었겠지만, 징징 울리던 회사 메신저 알림이 꺼진 탓도 있었겠지만
그보다도 오늘의 아침을 다르게 만든 건 아침을 맞이하는 나의 마음가짐이었다.
'오늘 오전엔 의뢰서를 정리하고, 오후엔 남은 작업을 해야지'
'정 안되면 의뢰인님께 상담 요청을 드려봐야겠다'
준비 중인 일을 혼자 머릿속으로 정리하고 한 입 베어 문 빵이 왜 그렇게 맛있게 느껴졌는지..
남들 따라 했던 입사, 돈을 많이 번다기에 시작한 일.
심지어 그 일도 잘 해내지 못해 우왕좌왕하다 무기력해지기를 몇 번.
회사에서 느꼈던 감정들과는 달리 내가 원하던 일을 시작하고 나니 평소와 같던 아침도 다르게 느껴졌다.
물론, 회사를 다닐 때처럼 벌 수는 없겠지만.. 때론 그 이유 때문에 후회를 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앞으로 내 일을 함으로써 느끼는 행복이 지금과 같다면, 그래서 일주일에 몇 번은 이런 아침을 맞이할 수 있다면
나는 그것만으로도 퇴사를 잘한 일이라고 여길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