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일곱 살의 이유
유치원에는 5-7세의 아이들이 있다.
어린 나이일수록 성장의 폭이 커서 쑥쑥 자라기 때문에, 5,6,7세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각 연령마다 특징이 명확하고,
선생님들마다 선호하는 연령이 다 다르다.
선생님의 강점과 취향에 맞는 연령이 있는 것이다!
난 교직생활 내내 7세 바라기였다.
흔히 미운 네 살, 미운 일곱 살이라고 많이 부르는데,
실습 때 4세에 잠시 있었고, 7세 담임을 해온 결과.
이런 말을 만들어 유행시킨 부모님들의 마음이 너무나 이해될 정도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4세 때 갑자기 고집이 어마어마하게 세 지고,
7세 때 갑자기 자기주장이 어마어마하게 세 지는
시기여서 이런 말이 생기지 않았나 싶다.
우리의 일곱 살들은 자기주장이 아주 강하다.
4세들이 자기주장을 '고집'이라는 행동의 형태로 표현한다면,
일곱 살들은 '말'로 자기주장을 하게 된다.
그만큼 자신의 생각과 기분을 인식하고,
언어로 표현하는 능력이 훅 자라는 시기인 것이다.
부모님들의 입장에서 보면,
우리 아이가 내 품 안의 아기였는데,
한순간에 독립적인 개체가 되려는 조짐을 보이는 시기가 바로 일곱 살이다.
부모님들은 아이들의 갑작스러운 변화가 당황스럽고, 당해내기 쉽지 않은 7세들의 주장에 '미운 일곱 살'이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것이다.
유치원에서도 7세 담임의 장점은
말로 소통이 가능하다는 것,
언어적 소통이 원활하기에 유치원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수업이 가능하다는 것,
교사로서 다양한 시도를 해 볼 수 있다는 것.
확실히 어린 연령보다 손이 덜 간다는 것.
단점은
아이들과 교사의 '기싸움'이 존재한다는 것,
아이들 간의 미묘한 갈등을 잡아내기 어렵다는 것
( 어린 연령은 눈에 확 띄게 싸우지만 7세들은 선생님 앞에서는 언행을 조심하는 편이다)
아이들의 주장을 꺾기 위해서는 '논리적인 답변'으로 아이들을 납득시켜야 한다는 것
7세 아이들은 글을 읽을 수 있게 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져 궁금한 게 많고, 그래서 물음표 살인마가 된다는 것
등이 꼽힌다.
아이들과 대화하고 소통하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고,
언어 표현에 민감해 아이들의 아직은 서툰 말들을
잘 교정해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나에게는
7세가 최고였다.
우리의 일곱 살들은 초등 취학 전 연령이다 보니,
많은 부모님들이
우리 아이가 초등학교에 가서 초등학교의 분위기와 학습을 따라갈 수 있을지를 걱정하신다.
유치원 교사로서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아이들은 생각보다 적응을 잘한다는 것
이다. 학습도 초등학교 생활에 재미를 느낀다면 훌륭하신 초등학교 선생님들의 가르침에 잘 따라갈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다만, 이 일곱 살 시기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우리 아이는 자기주장을 어떻게 표현하는지'
이게 아주 중요하고,
7세 시기에 유치원과 가정에서 꼭 배워가야 한다.
- 자기주장을 억지로 하는 게 아니라 마땅한 근거를 대서 이야기할 수 있는지,
- 자기주장이 혹시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거나 상처를 주는 행동은 아닌지,
- 무조건 싸우려는 태도보다는 '설득'의 대화를 할 수 있는지,
- 다른 친구의 주장도 들어보고 적당히 '협상'을 할 수 있는지
이런 인간관계의 기초가 되는 '바람직한 말하기'를 꼭 지도해야 한다.
사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위에 열거한 내용들을
못하는 어른도 수없이 많다.
하지만 유치원의, 일곱 살 시기의 아이들은
수없이 지도하면 가능해진다. 조금씩 성장한다.
'교육을 하면 아이가 변할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이 유아교육의 매력이기도 하다.
일곱 살 때, 인간관계의 기초인 '대화법'을 올바르게
배워야 한다.
그래야 나의 제자가, 나의 아이가
점점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 어디서 누구와 함께하더라도 사랑받는 사람이 될 수 있다.
뛰어난 능력이 없더라도, 존재만으로도 사랑받을 수 있는 비법이 '대화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미운 일곱 살이지만,
아이의 억지 주장을 무조건 억누르지도 말고,
무조건 받아주지도 말아 보자!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내가 말하는 태도와 내용이 듣는 사람에게 어떨지"
를 연습해볼 기회를 꾸준히 만들어 주어야 한다.
물론 귀찮다. 어쩔 때는 질려서 그냥 확 누르거나,
져주고 싶을 때도 많다.
그래도 교사는, 부모는 매일매일 가르치고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고 연습해볼 기회를 주어야 한다.
유치원 시기가 아니면,
더 이상의 기회는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학교에 가면, 정말 공부하느라 바쁠 것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