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보는 사람만 5명
나는 신규 개원하는 유치원에,
심지어 구성원 대부분이 신규교사로 구성된 곳에 발령받았다.
교사들은 공립유치원이 처음이어서, 어디까지가 정당한 지시이고, 어디부터가 너무한 지시인지 알 수 없었다.
결국 우리 유치원은 '갑질'이 일상인,
타 유치원에서는 당연하지 않은 부당 대우가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는 조직문화가 형성되었다.
언젠가부터 무언가 단단히 잘못되었음을 느꼈던
나는, 이런 문화가 정당한지 백방으로 알아보았고,
우리가 심각한 '갑질'을 당하고도, 계속된 가스 라이팅으로 이걸 당연하게 여겼다는 걸 알고 좌절했다.
앞으로 이 유치원에서 남은 임기가,
마치 실형 선고처럼 느껴졌다.
꽃길은 아니어도, 그래도 가시밭길은 아닐 거라 믿고 유아 임용을 준비했는데...
때로는 사립유치원보다도 더 답답한 조직 문화에 숨통이 조여왔다.
언젠가부터 나도 교육공무원이면서,
"하... 이래서 공무원들이 욕먹는 건가? 참 '공무원스럽게' 일한다"라는 부끄러운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유치원에서
'투쟁'의 삶을 선택하게 되었다.
잔 다르크가 화형을 당하듯, 결국엔 손해 보는 건 나일 걸 짐작했지만...!
난 이 유치원 문화에 내가 젖어드는 게 싫었다.
관리자의 지시가 '부당하다'는 의사 표현을 하기 위해, 갈등을 지독하게 싫어하는 나였지만
나 자신을 갈고닦아 용기를 냈다.
"지금 지시하신 사항은 -에 의해 과다 행정입니다"
"과다 행정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신경 쓸 시간이 줄어들어서 거부하고 싶습니다"
당연히 원장 원감님은 펄쩍 뛰셨다.
눈빛부터 달라지며 '이 바닥에서 당연하다, 원래 그렇게 하는 거다'는 근거 없는 억지를 펼쳐 나갔고,
나는 그럼 원장 원감님의 지시를 납득할 수 있는 근거를 보여달라 하곤 했다.
원장 원감님은 그나마 선생님들이 다 있는 회의 시간에는 품위를 유지하시려 노력하셨지만,
다른 선생님들이 없을 때 원장실에서 원장, 원감, 나 이렇게 셋이 대화할 때는 마치 날 잡아먹을 듯했다.
그래도 절대 굴하지 않았다.
'요즘 교사들 바보 아니란 걸' 보여주고 싶었다.
찍히는 건 두렵지 않았다.
원장 원감님도 나에게 찍히셨으니까!
그렇게 나는 유치원에서 항상 '긴장 상태'에 불안함이 가득했고, 안 그래도 예민한 기질의 사람이라
강박을 달고 살았다.
당연히 건강할 수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믿었던 학부모님께 입에 담을 수 없는 폭언, 위협,
협박을 듣게 된 나는, 이 충격과 더불어 교사를 전혀 보호하지 않는 관리자의 태도로 인해 상처받아
무너지고 말았다.
병원에서는 초진인 나에게 '입원 직전의 심각한 우울증 및 신체화 증상 발현'이라는 진단을 내리셨다.
결국 새 학기부터 휴직을 결정했다.
그런데 이 유치원에서는 휴직 과정조차 고통스러웠다.
내 주치의께선 '3개월 이상의 부정 장기간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서를 써 주셨다.
사실상 언제 나을지 모른다는 거다.
진단서는 의사의 고유 권한이고, 병원에서는 우울증 병명으로는 긴 진단기간을 써주기 어려워,
'이게 해줄 수 있는 최대한의 기간'이며, 휴직을 연장해야 한다면 얼마든지 더 써주겠다고 하셨다.
휴직기간은 진단서를 토대로 하여 '원장이 결정'하도록 되어 있다. 진단서에 명시된 기간대로가 아님이 교육공무원 인사실무 매뉴얼에도 명시되어 있다.
우리 원장님은 역시나,
솔직히 기대도 안 했지만
'3개월'만 인정하고 '부정 장기간 치료 필요'라는 문구는 인정하실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셨다.
서러웠다.
나는 이 유치원에서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을 만큼 열심히 임해 왔고, 내가 맡은 일은 신속 정확하게 해내 왔고, 학급 운영에도 최선을 다했는데...
원장님은 '부정 장기간'이라는 문구에는 책임을 지고 싶지 않으신 듯했다.
이해해보려 노력했지만, 누가 봐도 내 상태는 3개월은 무슨, 3년은 치료해야 할 것 같은 모습이었기에...
서러움에 울고 불고,
진심으로 살고 싶다고 애원해보고,
병원을 마지막으로 가는 그날까지의 의무기록지를 제출하겠다고까지 했지만
원장님은 끝끝내 '3개월'만 인정하시겠다며,
"의사도 얼마나 치료가 오래 걸릴지 몰라서 기간을
부정 장기간으로 진단했는데 의료인도 아닌 내가
선생님이 얼마나 아플지 어떻게 알아요?"
라며 내 갈기갈기 찢긴 마음에 비수를 꽂으셨다.
정신질환의 특성상 당연히 기간 명시가 어려운 건데. 도저히 말이 통하지 않으니
나는 더 이상 투쟁할 힘이 없었다.
이번에도 내가 졌다. 하지만 졌잘싸.
결국 현재 3개월만 인정받는 진단서로
2달 반마다 휴직을 연장 중이다.
2주가 깎이는 이유는 공무원답게 처리기간 때문이다^^
2개월 반의 질병휴직 연장을 이번 주에 또 처리했다.
'부정 장기간 치료'를 인정하시지 않은 덕분에
2개월 반마다,
나는 진단서를 떼기 위해 심리검사를 받고, 진단서를 발급받아 등기로 보내고 원감님께 연락드리고 있다. 유치원에 ptsd증상이 있는 상태인데 이 과정들이 꽤나 괴롭다.
원감님께서는 매번 휴직 연장 서류를 받고, 연장처리를 하며 기간제 교사 재계약 절차를 거친다.
내 자리에서 수고해주시는 기간제 선생님은 야금야금 연장되는 계약, 이 재계약이 언제까지 이뤄질지 불투명한 상황이니 불안하실 거다.
행정실장님 역시 휴직이 연장될 때마다 행정적인 연장처리를 계속하시고, 기간제 재계약 업무를 계속 반복하신다.
행정실 주무관님께서도 필요한 서류가 생길 경우 번거롭게 휴직자를 챙겨야 하고, 기간제 급여를 따로 계산하셔야 한다. 항상 늦어지는 처리 덕에 일이 딜레이 되는 건 일상이다!
한 사람의 책임 회피가
무려 5명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