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별로 간 너

아프지 말고 행복하기를

by 해봄

나의 제주도 집, 여가 쉐어하우스에는

마스코트 반려묘들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대장.

그녀의 이름은 오 달 수.

코 옆에 까만 점 같은 무늬가 있어 달수가 되었다.


그녀는 최근 별이 되어 고양이별로 떠났다.

마지막을 함께하지 못해 미안하고 슬펐고,

어딘가 구멍 뚫린 듯 휑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여가하우스에서의 제주살이는 일종의 훈련이었다.

휴직하고 1년간 새 대인관계없이 집에서 지냈는데

일상생활을 흉내 낼 수 있는 정도로는 회복했으니

나를 집 밖 세상에 던져두고 적응시키겠다는

나름의 인지행동적 치료방법이었다.


내가 나의 상담자가 되어 부여한 과제.

집을 떠나서도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무난히
어울리고 최소한의 건강을 유지하며 지내기

그렇게 간 여가하우스에서 달수를 만났다.

달수는 움직이는 걸 좋아하지 않지만 사람을 좋아해

사람을 보면 다가오는, 살가운 고양이였다.


부모님께서 동물을 좋아하시지 않아

평생 반려동물과는 살아본 적 없는 나.

달수는 인생에서 처음으로 함께한 반려묘가 되었다.



달수와 나

달수는 모두에게 다정하고 살가운 고양이였기에

동물을 대하는 게 서툰 나에게도 선뜻 엉덩이를

내어주었다.

쉐어하우스 식구들에게 고양이 만지는 법부터

사료 주는 것, 츄르 주기, 놀아주기까지 하나하나

배우며 고양이들과 친해졌다.

그중에서 달수는 노력하지 않아도 나에게 먼저

다가와주는 고양이였다.


썬베드에 누워 있으면 어느새 쪼르륵 배 위에

올라왔다. 달수의 오동통한 몸을 통통 두드리면

머릿속 잡념과 가슴에 쌓인 한이 잊히는 듯했다


달수를 바라보고, 사료 주고, 통통 몸을 두드릴 땐

‘아 평화로움이란 게 이런 것이었지 ‘ 떠올리며

항상 안고 있는 불안과 긴장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어쩜 세상에 이렇게 선하고 순한 고양이가 있을까?



달수에게 가장 고마웠던 건,

어두운 제주의 저녁에 항상 문 앞, 때로는 골목까지

나와 식구들을 반겨준다는 것!


음식을 소화하려면 운동을 해서 소화시켜야 하는

나는 아무리 무서워도 저녁 요가는 꼭 해야 했다.

저녁 요가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도민들이 많이 거주하는 마을이라 안전하지만

겨울 섬의 깜깜한 하늘은 불안도가 높은 나에겐

어쩔 수 없이 긴장되는 무서운 길이었다.


큰길을 지나, 큰 골목에 들어와, 정말 어두운 작은

골목으로 들어오면 왠지 모를 두려움에 발걸음이

빨라졌다. 그리고 곧 만나게 되는 반짝이는 두 눈.

바로 달수다.

달수의 눈을 보고 나면 긴장은 사르르 풀려 달수와

편안하고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식구들이 놀러 나가고 혼자 쉬는 고요한 집에서도

마당은 언제나 달수와 냥이들이 지키고 있기에

마음 편히 쉼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내가 한 달 반의 시간 동안 많이 의지했던 달수.

존재 자체로 식구들에게 웃음을 선물하던 달수.

둥근 몸으로 새 식구를 반기고 식구들을 지켜주던

우리의 달수.




고양이 별의 가장 크고 반짝이는 별이 된 너.

덕분에 고마웠고, 아늑하고, 행복했다.

우리가 달수 덕에 행복했던 만큼 달수도 행복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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