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아닌 진짜 입시 후기
'심리'
많은 이들에게 끌리는 이 학문.
'학부 시절 사범대나 교대에서 전공하지 않았어도'
교사가 될 수 있는 길.
'전문상담교사'로 가는 길인 상담심리 교육대학원에 기적적으로 진학하게 되었다.
초록 창에 '상담심리 교육대학원'을 검색하면
수많은 광고글들이 뜬다.
그 광고들 사이에서 '진짜 개인의 입시 후기'를 찾는 건 모래 속 바늘 찾기처럼 어렵다.
그만큼 광고가 많고, 광고가 많다는 건 상담심리 교육대학원에 대한 수요가 많다는 것이고,
이는 이 전공의 입시경쟁이 치열함을 보여준다.
나는 2번(2022 전기, 2022 후기)의 입시에 도전했고, 지난주에 기적적으로 문 닫고 추가합격 연락을 받아 오늘 오리엔테이션을 앞두고 있다.
아직도 내가 상담심리 교육대학원 입시를 뚫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내가 도전한 건 전문상담교사(1급) 양성과정.
전문상담교사 1급 양성과정은 교원자격증을 이미 갖추고, 그 자격에 해당하는 학교에서 3년 이상의 교육경력을 가지고 있어야 지원 가능하다.
나는 유치원 정교사(2급) 자격을 갖추고 3년 이상의 공립 및 사립유치원 교육경력으로 도전했다.
부끄럽지만 내 귀여운 스펙은
서울권 3년제 유아교육학과 졸업(학점 4.0)
독학학위제 유아교육학 학사 취득(학점 4.5)
공립유치원 임용고시 합격
사립 및 공립유치원 교육경력 3년 이상
일단 학점은 높은 편이지만, 학부 학력이 메리트가 없고, 임용고시를 통과했다는 점이 매력적이지만, 교육경력이 많지 않았다.(면접 보러 가면 딱 봐도 몇십 년 차인 선생님들도 많이 계시다)
스펙이 많이 부족하다는 느낌,
라는 결론이었다!
처음엔 뭣도 모르고 유치원에 재직 중인 상태에서,
그것도 아픈 몸으로 버티고 있던 상태에서,
2022 전기 입시에 지원했다.
그나마 양심은 있었는지, 가장 가고 싶었던 딱 한 곳만 원서를 쓰고 면접을 보았다.
그리고 그 면접날 난 큰 충격을 받았다.
솔직히 '교육대학원'은 교사들의 전문성 증진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점이 크고, 일반적으로 입학이 그다지 어렵다고 여겨지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상담심리학과는 대학원 입시가 임용 못지않게 바늘구멍이래, 일단 많이 지원하고 어디든 붙여주면 감사의 절 하고 다녀야 한대"라는 장난 섞인 말을 듣고도, 나는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면접 현장에 와보니,
수험번호가 몇백 단위, 응시생들은 여러 곳의 큰 대기실에 빼곡하게 가득했고, 딱 봐도 베테랑 교사이신 것 같은 분들도 상당했고, 응시생이 많으니 면접시간이 오기까지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다.
그리고 이 중에서 몇 명을 뽑는지는 알 수 없었다
경쟁률은 정말 바늘구멍이라는 표현이 정확했다
그렇게 첫 입시에서 똑 떨어졌다.
당연한 결과였고, 그래서 속상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새 학기에 맞춰 휴직을 하게 되었고, 3월 한 달간 생기라고는 전혀 없이 누워만 있었다.
그런 나를 침대 밖으로 나오게 한 건,
교육대학원 후기 입시 시즌이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의욕 없이 무기력한 게 정상인 우울증 환자가, 일단 의무감에 책이라도 보겠다고 일어난 건 기적이었다.
나는 상담심리 대학원에 정말 진학하고 싶었다.
인간에 대한 관심이 높은 나에게 정말 끌리는 분야였고, 유아교육 외의 다른 전공을 공부하게 된다는 것도 끌렸고, 돈벌이가 되지 않아도, 전문상담교사 임용을 보지 않아도, 그냥 전공해보고 싶었다.
정말 말 그대로 그냥
해보고 싶었다.
상담심리대학원 입시생들의 바이블인 권석만 교수님의 책에 나오는 상담이론들을 이해하기 위해,
심리 이론들을 진짜 우울증 환자인 나에 적용해 대입해보았다.
어느 이론이던 한 문장으로 간추려서 대답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어설프게라도 책을 보지 않고, 상담이론이나 개념을 말로만 설명하는 연습을 했다.
기출 되었다는 질문을 직접 찾고 기출을 기반으로 예상 질문들을 직접 만들어서, 한 질문에서 나올 수 있는 여러 가지 답변들을 고민해보았다.
온라인 상의 합격생 특강이나, 유료로 판매되는 자료, 남이 만든 자료는 전혀 참고하지 않았다.
난 내 방법을 믿었다.
나는 총 4곳의 대학원을 지원했다.
체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라 학교에 맞게 준비하고, 시험 보러 이동하는 것 자체가 무리여서다.
4곳의 학교 중 한 학교에서는 서류 탈락을 했다.
두 학교에서는 전공 질문을 하지 않고, 나에 대한 인터뷰라는 느낌이 더 컸다. 대답은 다 했지만 변별을 무엇으로 하는지 의문이었다.
한 학교는 임용고시 면접 즉답형처럼, 전공 질문만 묻고, 대답하고 바로 '수고하셨습니다'와 함께 끝이 났다. 물어보신 3개의 전공질문에 모두 맞는 답을 이야기했지만, 잘 대답한건지는 확신이 서지 않았다.
모두 다 찜찜했다.
난 분명 답변을 다 했는데 '대체 뭐가 맞는 거지?'싶었다.
그렇게 합격 발표 시기가 되었고,
나는 지원한 대학원에서 모두 떨어졌다.
아픈 와중에 힘을 짜내어 공부한 만큼 속상했고,
속상한 다음에는 무엇을 채울 수 있을지 고민했다.
결국은 스펙 채우기가 필요했다.
청소년상담사 자격증을 준비하기로 마음먹었다.
내 상황에서 그나마 '만들 수 있는' 스펙이었다.
'9월부터는 자격증 준비를 해야지, 아무것도 안 하면 더 우울하니까.'라는 생각으로 휴식과 현재 참여 중인 교사 출판 프로젝트에 집중하며 지내던 중,
평소처럼 카페에서 책을 읽는데
전화가 왔다. 왠지 받아야 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안녕하세요. 김해봄선생님 맞으시죠?
이화여자대학교 교육대학원입니다. 상담심리학과 추가 합격되셨습니다. 축하합니다."
마법처럼 내 생일 전 날이었다.
기대도 하지 않고 있던 상황에서 추가합격 소식을 들었던 터라 입이 벌어진 채 다물어지지 않았다.
이렇게 '문 닫고' 입학하는 게 나에게도 벌어지다니!
그렇게 나는 질병휴직 중인 공립유치원 교사이자,
교육대학원생이 되었다.
대학원이 고통으로 다가와 우울 요소가 될지,
유아교육의 세상에서 벗어나 다른 세상을 배우며 우울을 줄여주게 될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일단 해봐야 알 수 있다.
나는 '무엇이든 해 봄'이다!
아차! 그리고 질병휴직 중에 교육대학원 진학하는 건 야간 수업이기 때문에, 휴직 상태의 교육공무원 신분에 문제가 전혀 되지 않는다는 걸 교육청에 확인받아 마음이 더 가벼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