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진을 부모님께 알리지 못했다.

K-장녀 스스로가 가진 과한 무게

by 해봄

즐거운 생일을 보낸 다음날,

저녁부터 뭔가 이상한 낌새가 느껴졌다.


나는 예민한 기질이라 조그만 몸의 변화에도 민감하고, 유치원에서 지난 1년간 보건교사 역할을 수행하며 코로나에 굉장히 민감해졌다.

오죽하면 유치원에서 하도 손을 씻고 소독해대서 습진이 생길 정도....!




워낙 약한 몸이고, 요즘 더 컨디션이 안 좋아서

몸살이겠거니 하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이상했다.

목이 붓고 간질간질한 게

딱 코로나의 느낌이 강하게 왔다.


하.. 내가 그동안 얼마나 유난 떨며
조심해왔는데...

내 몸에 들어온 코로나 바이러스는 숙주가 약한 몸인걸 알아채었는지 목이 간지러운 지 채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음식을 삼키기 힘들 정도로 붓고, 갈라지고, 열이 나기 시작했다.

엄청난 반응 속도였다.

증상이 처음 느껴진 건 일요일 저녁,

나는 일요일 밤에 바로 증상이 심해져 키트를 했다

선명한 두 줄.

역시나,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희미한 것도 아닌 선명한 두 줄, 양성이었다.


고민도 없이 타이레놀을 삼켰지만, 두통과 38도가 넘는 발열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다음날 눈을 뜨자마자 병원에 오픈런했다.


병원에서도 역시나 양성이 나왔고, 증상이 다양한 만큼 엄청난 양의 약을 처방받았다.

그래서 나는 평소에 먹던 우울증 약 8알 +코로나 14알+ 기침약 물약 3포까지.....!

하루에 25개의 약을 복용하게 되었다.


약 먹는 것만으로도 몸이 버티질 못해 제대로 걸어 다니지 조차 못했다.

하지만 이 와중에 집에 부모님이 안 계셨다.

하필 내가 자가 키트를 한 날, 오전에 휴가를 떠나셨기 때문이다.


집에는 나와 동생 둘 뿐이고,

동생은 스케줄 근무를 하는지라 출근을 해야 했다.

여느 현실 남매와 같이 평소에 전혀 대화를 하지 않지만 그날만은 동생이 먼저 전화를 걸어왔다.

엄마한테 말했어?
나는 1시간 있다가 출근해야 해
그냥 얼른 엄마한테 말해. 쓰러질 수도 있잖아

난 차마 부모님에게 내 확진 소식을 알릴 수 없었다.

어렵사리 전화를 걸었지만 잘 도착했는지,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는지 묻고, 즐거워 보이는 엄마에게 끝내 확진 소식을 알리지 못하고 전화를 끊었다.


부모님이 함께 확진되셨을 때도, 오히려 멀쩡한 고위험군인 나를 격리시켜버릴 정도로 걱정하셨던 분들인걸 너무 잘 알기 때문이었다.

내 확진 소식을 알면, 마음 편히 놀기는커녕

지금 당장 서울로 돌아오지만 않아도 다행이었다.


동생의 입단속을 하고, 부모님께 말하지 않고 나 혼자 아프기로 결정했다.

찝찝한 상태로 출근하는 동생에게 자주 아파봐서 괜찮다며 애써 웃어 보이며 배웅해주었다.


동생이 출근하고 난 후,

코로나로 나올 수 있는 모든 증상들이 날 찾아왔다.

근육 하나하나, 뼈마디까지 아팠고,

열은 39도를 넘어, 정말 제정신이 아니었다.

스스로 냉찜질팩을 얼려서 열을 낮추고, 냉각 패드를 붙여 열을 내리기 위해 애를 썼다.

그 와중에 약기운에 자주 잠드니까. 불면증 환자로서 그런 건 좋았다!


고열을 앓고, 아파하고, 스스로 처치하고, 지쳐 쓰러져 잠들기를 반복했다.


왠지 모를 서러움이 밀려왔다.

왜 나는 가족들이 다 있고 사이좋은 화목한 가정에서 지내는 데도, 서글프게 혼자 아파야 할까,

아프다는 걸 티 내지 못한 내 탓이 틀림없지만 그날은 유독 서러운 K-장녀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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