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BBI 시스터즈!
유아 임용을 합격하고 나서 기쁜 건 한 순간,
물밀듯이 나에게 몰려온 감정은 두려움이었다.
이미 사립유치원에서 호되게 보낸 시간이 있었기에
공립유치원 생활이 조금도 기대되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주변이 조용하고 함께 일하는 인원이 적을수록 편안함을 느끼는 나는
소규모 유치원을 간절히 원했지만,
신설의 대형 단설 유치원으로 발령받게 되었다.
발령을 받은 순간 그저 좌절뿐이었다.
왜 내 등수가 이런 건지 스스로를 원망하기도 했다.
스무 살부터 시작한 사회생활 경험과, 사립유치원에서의 아찔한 기억으로 나는 그 누구도 함부로 믿지 못하는 상태로 유치원에 발령받았다.
겉으로는 세상 밝은 모습을 자랑했지만, 동료들에게 마음을 여는 것이 아무리 노력해도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그녀들을 만났다.
그녀들은 나까지 함께하면 총 4명,
정식 명칭은 '삐뚤어질 거야 시스터즈'이다.
표기용 명칭은 아이유 님의 곡에서 영감을 받아
BBI 시스터즈! (이 선 넘으면 정색이라는 뜻)
평소에는 '삐씨'라고 간단하게 부른다.
우리 넷은 "삐뚤어질 거야"라는 포부와는 다르게 그 누구보다 성실하며, 일이 없으면 찾아서라도 하는 사람들이다 심지어 일도 잘한다ㅋㅋㅋㅋㅋㅋㅋㅋ
지옥 같았던 유치원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
우리는 20,30,40대 시절에 만나
지금은 20,40대이고
머지않아 30,40대가 된다
"세대를 초월한 우정"이라는 말이 쓰여야 마땅하다.
멤버 구성은 이렇다.
1. 경경
-우리의 맏언니, 정신적 지주, 인싸 중의 인싸
-모든 걸 꿰뚫어 보는 눈을 가졌다. 이 조직의 문제까지.
-두 아들의 엄마, 금쪽이 찾아내고 다루기에 전문가이시다. 나는 이분께 정말 많이 배웠다.
2. 미미
- 차분하고 지혜로우며 어디서나 묵묵히 할 일을 찾아내서 하고 있다.
-나와 정말 비슷한 감성을 가진 소울메이트
-아이들에게 정말 진심이신 분
3. 민민
- 나와 동갑내기 임용 동기이자 당시 대기발령 중
- 열정적이고, 밝아서 친해지고 싶은 매력이 넘친다.
- 현재 공립병설유치원 교사, 이 친구도 고난과 역경을 많이 겪어서 훌륭한 교사이다!
4. 해봄
-아이들을 아끼고 유아교육을 애정 하지만 내 자율성을 뺏는 건 절대 못 참는 자유 영혼
- 나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공부하고 용기 내는, 걸어 다니는 매뉴얼
-이 유치원에 5년간 발목 잡힌 신세
정말 개성 만점의 다채로운 구성원.
어떻게 친해진 건지 모를 희귀하고 귀한 인연이다.
신설이라 체계도 없고, 정신없는 상태였던 우리 원은, 나를 제외한 삐씨 3명의 자리조차, 심지어 옷과 가방을 둘 공간조차 만들어줄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우리 반을 내어드렸다.
물건도 놓고, 작업공간으로 마음껏 사용하시라고!
"스스로 챙기지 않으면 아무도 챙겨주지 않는다"는 부정적 신념이 가득한 나지만, 뭔가 해주고 싶었다.
그게 다 인연이어서 그랬나 보다:)
교실을 내어준 그 작은 배려 하나에
삐씨들은 내 인연이, 내 믿을 구석이 되었다.
생각했던 공립유치원 교사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현실에 좌절할 때마다 그녀들이 힘이 되었다.
하지만 슬프게도 삐씨들은
민민, 미미, 경경의 순서대로 내 곁을,
이 우당탕탕 유치원을 떠나갔다.
가지 말라고, 다들 가면 난 어떡하냐고 바짓가랑이라도 붙잡고 싶었지만
이곳에 남으라고 하는 건 내 욕심일 뿐, 그녀들에게 전혀 도움되지 않는 일이라는 걸 알기에
눈물을 머금고 심장을 떼어내는 기분으로 보내주었다.
이렇게 각자 배경도 다르고, 개성 넘치고, 세대도 다른 이 네 명이 유치원 밖에서도 인연을 이어나간다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하 지 만
우리 삐씨는 달랐다.
그렇게 우리는 또 보고, 또 보고, 계속 보고,
안녕이라고 말하지 않게 되었다.
우리의 진한 우정은 현재 진행형이다:)
사 랑 해 요 삐 씨 S2
사람 때문에 마음 다치고 버티기 버겁지만,
사람 덕분에 살아내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