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푸드를 잃는다는 것.
내 소울푸드는 오랜 시간 동안 변함없이
'떡볶이'였다. 매콤하고 달달한!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희로애락의 순간들을 모두 떡볶이와 함께 했고!
나에겐 1일 1 떡볶이란 절대 질리지 않는 것이었다.
심지어 매우 까다로운 기준을 가진 떡슐랭이라,
기준을 통과하지 못한 것은 떡볶이로 취급하지
않았다. 맛이 검증된 떡볶이만 찾고는 했다.
그랬던 내가, 이젠 떡볶이를 먹고 싶어 하지 않는다.
어쩔 땐 떡볶이를 피하고 싶기도 하다.
"뭐 먹을래?"라는 질문에 항상 고민 없이 떡볶이를 외치던 내가, 이제는 더 이상 '떡볶이'라는 메뉴를 입 밖에 꺼내지 않는다.
떡볶이와 멀어지게 된 계기는 역시 우울증의 영향이 컸다.
내가 중증 우울증 인지도 모르고 그저 열심히,
최선을 다해 무리해서 살던 하루였다. 평소처럼
야근을 한 뒤 오늘 하루를 보상받고 싶어 내가 가장 좋아하는 떡볶이를 먹었다.
그리고 3일을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먹은 떡볶이가 소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날부터 '소화불량'이라는 우울증 신체화 증상이
추가되었다.
나는 신체화 증상이 한두 개가 아니라 삶의 질이 너무나 떨어졌고, 떡볶이를 먹으면 몸이 고통스러우니 슬슬 떡볶이를 피하게 되었다.
그렇게 약 8개월 동안 나에게 떡볶이는
'너무 슬프지만 먹을 수 없는 소울푸드'였다.
그랬던 '떡볶이'의 존재를 다시 먹어보게 된 계기는
항상 나에게 새로운 경험을 열어주는 소중한 언니,
라희 샘의 집에 놀러 가서였다!
치킨과 떡볶이라는 완벽 조합으로 저녁 식사를 하게 되었고, 그날의 떡볶이는 떡슐랭 시절 내가 즐겨먹던 아주 좋아하는 브랜드의 떡볶이였다.
나는 포장만 보고도 알았다.
저건 '차돌'떡볶이고 그렇게 많이 매운 편도 아니어서 순한 입맛으로 변한 나도 먹을 수 있다는 걸!!!!
그렇게 설레는 마음으로 내가 먹을 수 있는 작은 사이즈로 떡을 잘라 입 안에 넣었다.....
옛날 그 맛이 나지 않았다.
옛날 그 기분이 들지 않았다.
그냥 떡에 고추장 양념이 발린 음식이었다.
다른 음식과 같은 '먹을 것'이었다.
그저 '푸드'일 뿐, '소울'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렇게 나는 소울 푸드를 잃었다..
떡볶이는 내 행복 보증수표 같은 존재였는데,
사라지고 말았다.
그 이후로 나는
좋아하는 음식이 뭐예요?
라는 흔한 질문에 대답하지 못한다.
정말 좋아하는 음식이 '없기' 때문이다.
먹는 즐거움을 잃는다는 건,
삶의 큰 행복을 잃는다는 것과 같은 뜻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