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자봉 Jun 19. 2024

고춧잎 절임과 물김치

" 불러봐도 울어봐도 못 오실 어머님을 원통해 불러보고 땅을 치며 통곡해도 다시 못 올 어머니여

불초한 이 자식은 생전에 지은 죄를 엎드려 빕니다     

손발이 터지도록 피땀을 흘리시며 못 믿을 이 자식의 금의환향 바라시고 고생하신 어머님이여!

드디어 이 세상을  눈물로 가셨나요 그리운 어머니!  "



이 가사는 고생만 하시다가 별세하시고 하늘나라로 떠나가신 어머님을 그리워하면서 부르는

노래제목의 가사이다.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는 시골 면 행정지역이 좁고 인구가 적어서 중학교가 소재하지 않아 인근 면에 위치한 장평중학교로 배정이 되지 않아, 집에서 15킬로 30리 멀리 떨어진 읍내에 소재하는 중학교로 배정되었다.     

읍내에 소재하는 중학교이기 때문에 인근 면소재지에 중학교가 없는 안양면 부산면과 일부 유치면

. 대덕. 용산. 강진군 군동면에서도 읍내중학교로 입학하여 학년당 학생수가 500명이 넘고

전교 학생이 1,500명 이상된 큰 학교이다.     


이렇게 학교까지 거리도 멀어 집에서는 도저히 학교에 다닐 수가 없어, 초가집을 읍내에 월세방을 얻어놓고

부모님이 고향에서 숲이 울창한 산으로 올라가 솔나무가지와 땅에 떨어진 소나무 잎사귀를 갈퀴로 긁어모아 탄탄하게 만든 나무와 잎들을 나는 매주마다 고향에 가서 일요일이면 마대포대에 발로 꼭꼭 담아

 어머님이 일주일 동안 먹을 쌀과 땔감을 머리에 이고 십리길 고개를 넘어 머리에 이고 두 시간에 한 번씩 오는 완행버스를 타는 아들 모습을 보고 꼭 손을 흔들면서 완행버스가 저 멀리  떠날 때까지 손을 흔드시다가

집으로 되돌아가셨던 어머님이 너무나 그립다.     

어둠이 깔린 읍내에 완행버스가 도착하면 어머니가 여기저기에 꽉 차게 채워준 나무와 쌀, 김치, 조선된장,

고추장, 깻잎을 등뒤에 지고, 자취방에 오다 보면 온몸이 땀으로 범범 되고,

가난이 원망스러워 중학교를 그만두고 빨리 돈을 벌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었다.


배가 고파 보리가 많이 섞인 쌀을 씻어 밥솥에 넣은 뒤 아궁이에 나뭇가지에 성냥불로 군불을 지펴 저녁밥을 짓고 미지근한 온기가 드는 방바닥에 목화솜으로 만들어준 이불을 덮고 무더운 삼복더위를 보내면서 가난과 고향생각, 어머님 생각으로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서러움과 그리움으로 이불속에서 밤새도록

울고 잤던 기억들이 엊그제 일처럼 뇌리를 스쳐

지나간다.

    

14세 소년 중학교시절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하기까지 너무 힘들게 생활하면서 경제적으로 빈궁하여

끼니도 제대로 먹지 못하다가,  점심때가 되면 도시락 대신 운동장 모퉁이 수돗가로 달려가 수돗물로

굶주린 배를 채웠던, 쓰라리고 가슴 아픈 아련한 그 시절도 생각난다.


이제는 많은 세월이 흘러  어머님도 형제들도 저 멀리 떠나 꿈속에서나 만나볼 수 있지만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고 초여름과 휴가철이 다가올수록 부모. 형제들이 더 보고 싶고 그립다.


생전에 어머님이 고향에서 만들어 주신 고춧잎 절임과 감자, 콩자반, 그리고 마당 한편에 있었던 절구통에 생고추와 마늘을 갈아서 금방 만들어 주신 물김치, 어머님의 손맛이 담겨있는 고향에서의 반찬들이

무더운 날이 계속될수록 그립고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작가의 이전글 안전사고 컨설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