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고파 보리가 많이 섞인 쌀을 씻어 밥솥에 넣은 뒤 아궁이에 나뭇가지에 성냥불로 군불을 지펴 저녁밥을 짓고 미지근한 온기가 드는 방바닥에 목화솜으로 만들어준 이불을 덮고 무더운 삼복더위를 보내면서 가난과 고향생각, 어머님 생각으로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서러움과 그리움으로 이불속에서 밤새도록
울고 잤던 기억들이 엊그제 일처럼 뇌리를 스쳐
지나간다.
14세 소년 중학교시절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하기까지 너무 힘들게 생활하면서 경제적으로 빈궁하여
끼니도 제대로 먹지 못하다가, 점심때가 되면 도시락 대신 운동장 모퉁이 수돗가로 달려가 수돗물로
굶주린 배를 채웠던, 쓰라리고 가슴 아픈 아련한 그 시절도 생각난다.
이제는 많은 세월이 흘러 어머님도 형제들도 저 멀리 떠나 꿈속에서나 만나볼 수 있지만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고 초여름과 휴가철이 다가올수록 부모. 형제들이 더 보고 싶고 그립다.
생전에 어머님이 고향에서 만들어 주신 고춧잎 절임과 감자, 콩자반, 그리고 마당 한편에 있었던 절구통에 생고추와 마늘을 갈아서 금방 만들어 주신 물김치, 어머님의 손맛이 담겨있는 고향에서의 반찬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