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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봉 Jul 28. 2024

아현동 가구단지

    - 20세에 눈물 흘렸던 그곳-

 오늘 아침도 여느때와 똑 같이 05시에 일어나 자전거를 타기 위해 현관문을 열고  집 밖을 나서본다

7학년이 되어가니 확실히 다리와 팔 근육이 빠져 살이 물렁 물렁해지고 몸 무게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집에서 만리동 고개를 지나 서울역을 거쳐 충정로와 애오개역 경사진 곳을 자전거 페달을 밟으면서

매일마다 타다 보니 조금씩 다리와 팔에 근육이 생겨난 것 같아 매일매일 자전거를 탄다

충정로 역 근처에 다 다르자 옛 경기공업전문대학 건물도 보이고, 지방에서 간신히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무작정 서울로 올라와 직업 안내소를 통해 소개받은 곳이 바로 아현동 가구단지에

있었던 액자와 병품을 만들었던 "표구사"이다.

(가구 단지)


광주에서 야간 완향열차를 11시간씩 타고 새벽에 영등포역에 내려 돈을 벌기 위해 구로 수출

산업공단과 직업안내소를 며칠씩 걸어 다니면서 소개를 받은 곳이 바로 아현동 가구 단지이다


돈이 없고 가난해서 힘들게 신문배달을 하면서 고등학교를 간신히 졸업하고

흰쌀밥에 따뜻한 밥을 먹는 것이 소원이어서 찾았던 이곳!

아현동 가구단지로 바뀐 표구사를 거의 50여 년 만에 이른 새벽에 찾아왔다.


50년 전 위치를 생각하면서 옛 표구사 건물 앞에 서서 힘들고 배고프고 고생했던

지난날들을 생각해 본다.

그 당시에는 2층건물이었는데 오늘 찾아와 보니 4층 건물로 변해 있었고, 가구점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다.


이곳에서 그 춥던 겨울날 시멘트 바닥에 박스와 종이를 깔고 두꺼운 카시미론 이불을 덮고

내 체온과 이불로 머리까지 감싸고 밤늦게까지 일을 하면서 하루 세끼 따뜻했던 흰쌀밥을

먹으면서 잠시나마 행복해했던 가슴 아픈 나의 어린 시절의 추억이 깃든 이곳을 찾다니!!!


1978년 겨울!

학생티와 소년티가 이제 갓 벗어날 때 부잣집 아이들은 대학 입학고사를 치르고

대학교에 입학했지만,

가난하고 돈이 없던 나는 직업안내소를 통해 이곳에 와서 밀가루로 풀을 쒀서, 접착제로 사용했던

밀풀을 물에 식혀 범벅이 된 손으로 만지는 일을 하다 보면 나중에는 손 등이 터져 피가 빨갛게

났던 가슴 아픈 추억이다.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이곳에서 일을 하면서 밤이면 차디찬 이불로 온몸을 뒤집어쓰고

잠을 청하노라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던 그곳! 바로 아현동 가구단지 내 표구사였다.

(아현동가구단지 앞에서 회상에 젖다)


이곳에 취업하기 전에는 며칠동안 밥 구경도 하지 못하고, 굶거나 라면으로 하루 두 끼를

해결하면서 19세와 20세를 보냈던 이곳! 그곳을 50여 만에 찾아오니 감회가 새롭다.

이제는 100여 개의 유명 가구브랜드 매장들이 모여있는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가구단지로 유명한

아현동가구단지가 되어 버렸지만, 월급은 고사하고 숙식이 해결되어 하루를 편안하게 보낼 수 있었던

이곳에 오니 부지런하고 성실하게 살아왔던 나의 지금의 모습이 자랑스럽고ㆍ


고난을  겪으면서 공부를 포기하지 않고

공직자와 방송대학 그리고 대학원공부까지 일과

학업을 병행한 내 자신이 되돌아보면 되돌아볼수록

대견하다


힘들고 어렵워 죽고싶은 마음뿐이었던. 나의

청소년시절이었건만'

50여 년 전의 나의 모습을 다시 회상해 볼 수 있어

오를 이곳에 와본. 나의 감정도 이상하다

그동안 너무 열심히 살아오면서 20세 때 내가 힘들게 일했던 그곳! 표구사 앞에 와서 50여 년 전의

일들을 추억하다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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