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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접역

by 자봉

진접역은 4호선 종착역이다

콘크리트와 건물들이 즐비한 도심에서

살아온 탓인지 진접읍은 시냇물이 흘러가고

녹음이 우거져 새들의 지저귐과

내 고향 집에 온 것처럼 너무 편안해서 좋다



20년 전에 분양가가 저렴할 때 2억대에

일반분양을 받았으나 자녀들이 결혼도 하지 않고

아직까지 한 지붕 아래 같이 살고 있어

어쩔 수 없이 전원도시인 진접에서 살지

못하고 있다



마음은 진접에서 살고 싶은 생각 굴뚝같지만

여건이 이러니 거의 2년 만에 손수 자가운전을

하면서 진접에 도착했다


푸르른 수목들이 우거진 계절 탓인지

가로수 옆 나뭇잎들은 온통 푸르르고

녹음이 우거져

눈으로 보는 것으로도 힐링이 되고

마음이 여유로워지고 편안하다


우리 시니어 액티브는 간단한 점심을 진접에서

사 먹고 그냥 서울로 돌아가기가 아쉬워

산림청에서 관리하는 국립 광릉수목원에 입장했다


지정된 주차장에 주차를 해놓고 맑고 깨끗하게 흘러가는 왕숙천 냇물과 수목원의 아름답고

걷기 좋은 둘레길을 걸으니

이른 무더위는 나의 고민과 번뇌를

가져간다

(수목원과 주변 둘레길)

대중교통을 이용해 이곳에 오려면 지하철 4호선

종점 진접역에 내려 시내버스를 타고 와야 되는데

오늘은 수요일 평일이라 그런지 수목원을 관람하는

인원이 적다

여행객이 많지 않아 주변 둘레길을 걷기도 한가해

좋았다


한 시간 정도 수목원을 걷고 나서 음식점과

카페들이 밀집되어 있는 포천 소홀읍을 지나니

논은 보이지 않고 계곡을 따라 도로가 양옆에는

식당들이 많았지만 공터 조그마한 밭에는

옥수수와 콩 등 농작물들이 진한 초록잎으로

물들어 잘 자라고 있다


이곡리와 의정부 방향으로 운전을 하면서

수락산과. 웅장한 자태를 위용스럽게 뽐내는

도봉산의 우뚝 솟아있는 봉우리들을 보면서

노원과 도봉지역을 지나 미아 삼거리와

종로 창경궁 광화문을 지나면서 서울을

관통해 시내 구경을 하면서 집에 들어오니

고향의 푸르른 산천들이 생각나고

퇴직 전 직원들과 함께 야유회와 체련대회를

북한산과 도봉산 관악산으로 갔었던

옛 추억들이 엊그제처럼 떠오른다

(수목원 주변)

이제. 지나간 것들은 모두가 다 흘러가버린 과거의

시간이고, 추억에 불과하다

잊어버릴 것은 모두 다 잊어버려야 하는데

잊는 것도 쉽지 않다

인생 전반기 기억하기 싫은 일들이 금세 잊어지지 않으니 살아왔던 지난날들이 행복했단 말인가?


그동안 살아왔던 세월들이 함축하여 늙게 되고

인생이 되었다

한 많은 세월들을 걷다 보니 여기까지 왔고

사랑하는 부모와 동생들도 먼저 멀리 떠났다

짧다고 생각하면 짧고

길다고 생각하면 길게 느껴지는 게 우리네 인생사

이지만 이제는 달과 함께 별과 함께 구름도 바람도

소중하게 여기며 자연과 함께 친구 삼아 지내리라


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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