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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by 자봉

어젯밤에는 깊게 숙면을 하다가 천둥과 번개가 치는

바람에 달콤한 잠을 못잤다


섬뜩한 섬광이 베란다 유리창으로 투영되어

여러 번씩 잠에서 깨어나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하다

이른 새벽에 일어나 보니 "종다리"라는 태풍 영향인지 약한 비가 내리더니

시간이 갈수뢱 장대 같은 장대비로 변해

강하게 퍼 부운다

종다리라는 태풍의 이름은 북한에서 지은

명칭이라고 하는데

태풍의 영향으로 비는 내리지만

일주일에 한 번씩 처리하는 재활용 분리수거

작업을 오전6시에 끝내고

조간신문을 읽고 혼자 식탁에 앉아

조식을 먹는 게 하루 일과가

되어 버린지도 오래다.

그렇다고 이렇게 이른 아침에 혼자 일어났지만

아내와 자녀들은 아직도 꿈나라에서

꿈을 꾸고 있는지 일어나지 않는다.

직장에 다니면서 밤늦도록 일을 하다가

거의 12시에 퇴근하는 자녀들에게

늦잠을 잔다고 뭐라고 말할 수도 없고

일에 파 묻혀 사는 자녀들이

가끔씩은 측은해 보인다.


아내는 방과 후 여러 가정의 가정을 방문해

아이들을 가르치다가 61세가 되니 자동면직되어

집에서 쉬고 있으면서 낮과 밤이 바꿔버린 것 같다.


나도 직장에서 은퇴한 지 7년째 접어들었지만 다행이도 규칙적인 리듬을 깨지 않기 위해

잠이 오지 않아도 밤 10시 이후에는

안방으로 들어가 혼자라도 잠을 청한다

그렇지만 아내는 잠이 오지 않는다고 티브를 보고 영어회화 공부를 혼자 하다가

밤을 꼬박 새우고 새벽에 잠을 자니

나와 정 반대로 생활한다.


자봉은 은퇴 후 소일거리와 자원봉사를

4년 동안 하다가 요즘에는 건강이 나빠져

그냥 오라는 곳도 없고 가라는 곳 도 없어 집에서 간단하게 도시락을 준비해

평생학습관과 도서관에 가서 책이나 보면서 시간을 보낼 때가 많다


오늘도 도서관 책장에 꽃혀있는 한권의 시를

집어들고 열람실 의자에 앉았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책장을 넘기다 보니 고등학교 국어수업시간에

선생님이 한편 읋어준 푸시긴의 시가 있어

조용하게 모든것에 감사하면서 읋어본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슬픔의 날을 견디면 기쁨의 날이 찾아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살고, 현재는 늘 괴로운 법

모든 것은 순간이며 지나가는 것이나

지나간 것은 훗날 다시 그리워 지나니"


이 시는 푸시킨의 시인데 나에게는

많은 위안이 된다


너무 힘들었던 지난날들의 역경과 고난을 극복하며

파란 만장한 인생을 살아와서 그런지

오늘은 자주 푸시킨의 시를 반복해서 읽고 싶다.

마음이 우울하거나 편하지 않은날에는

푸시킨의 시를 자주 을프면서

차분해지는 기분으로 힘든날을 평온하게

보내련다


지금의 나는 행복하다고!

(강원도 횡성 안흥에서)


앞으로도 행복하겠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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