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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로봉

by 자봉

향로봉(香爐峰)은 강원도 고성군 간성읍·수동면과 인제군 서화면에 걸쳐 있는 산이다.

높이는 1,296m이고 험준한 강원도 동부전선 최 전방고지로 비무장 지대와 휴전선 155마일 일부를

전방 사단에서 24시간 불철주야 간첩이 침투하지 못하도록 경계근무와 작전을 수행했던 부대이다


이곳은 금강산·국사봉·설악산·오대산으로 연속되는 태백산맥 북부에 위치한다.

산맥의 서쪽에는 큰 까치봉·작은 까치봉·건봉산·향로봉·둥글봉·칠절봉·매봉산 등이 연이어 있어, 산세가 매우 험한 향로봉산맥이 형성되어 있다.


청춘이 피 끊고 젊음이 불타 오른 1980년 논산훈련소에서 군인으로서 기초교육인 총검술과 사격, 각개전투

수류탄 투척 등 4주간의 군사교육을 마치고 빛나는 2만 촉광 이등병 계급장을 푸른 군복에 부착하고

3년(34개월)의 국방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도로도 포장되지 않은 비포장도로를 흙먼지 자욱한 군용 트럭

뒷좌석에 타고 전역(만기복무) 시까지 복무해야 할 이곳 을지부대에 배치되었다.


우리 을지부대는 휴전선 따라 철책선이 서부전선과 중부전선 동부전선으로 이어지는 최전방 부대라서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고 정적막이 감도는 철책선 너머 북한에서 심리전으로 항상 대남방송을 하고 있어

첫 야간근무 때에는 온갖 긴장도 많이 했다.

(동부전선 휴전선 향로봉에서 총을 든 군인이 필자)



최전방 철책선에 근무하다 보면 대학교를 다니다가 최 전방으로 며칠씩 집체교육을 들어오면 대학생들을

데리고 야간에 6시간씩 교대 근무하면서 무료한 6시간을 보내곤 했다.


비무장 지대를 경계하고 책임지는 GP관측소나 GOP에 들어오면 6개월 동안 민간인도 구경할 수 없는

최전방 철책선에서 전국에서 모인 8도 사나이들이 군가를 부르면서 전우들이 똘똘 뭉쳐 소총에

대검을 착검하여 실탄과 수류탄을 소지하고 부모 형제와 나라를 지켰다.


1980년대 후반이니 지금으로부터 45년 전이다.

국방색 전투복과 검정 군화를 신고, 무거운 철 모를 머리에 쓰고 얼굴을 검은색으로 위장을 한 후

간첩이 침투하지 못하도록 경계근무를 했다.


야간에 거의 꼬박 눈 내리는 전선에서 경계근무를 한 후 지오피 내무반에서 오전에는 취침을 하고,

오후에는 쌀이나 반찬 재료 등 부식수령을 위해 산 밑에 내려가 쌀과 부식, 초소 보강공사를 위한

돌을 산 정상까지 두세 번 등 뒤에 지고 날리다 보면 하루해가 서산으로 지곤 했다.


1980년부터 1982년까지 함께 우정과 전우애를 나눴던 광주 상업고등학교 졸업 출신인 최수준

병장과 서울 면목동이 집이었던 어윤정 병장, 그리고 부산광역시가 고향이었던 이대실 병장,

조선대학교 경영학과 재학 중 입영한 최훈영 병장 등 그 당시 전우들이 보고 싶다.


다들 나이는 똑같은 동갑내기이었는데 서로 두 달 서너 달 차이가 나서 선임병 대우를 받았던

전우들이다.


최전방 부대에서 나라 지키는 병영생활을 했던 탓인지 45년 전 내가 복무했던 전방부대에

방문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민간인으로서 방문하기도 쉽지 않다

(155마일 철책선을 따라 경계근무)

눈이 내리면 시멘트로 만든 땅속 저장소에 물을 담수하여 보관해 사용하고, 눈이 내리면

세숫대야에 눈을 녹여 얼굴과 발을 씻었던 그곳!

나의 20대 초반 피 끊는 젊은 청춘을 불살랐던 그곳! 향로봉과 진부령이 그립고,

이제 일선에서 사회생활을 하다가 일손을 놓고 7학년에 다다르니 45년 전 더우면 더운 데로

추우면 영하 40도까지 내려갔던 최 전방 고지에서 생사고락을 함께 했던 전우들이 그리운 것은

젊음에 대한 향수가 살아나는 걸까!


강원도 동부전선 산악지대 최전방에서 복무했던

45년 전의 추억들을 더듬어 보면서 자주 불렀던

사단가를 조용히 혼자 불러본다


( 태백산 큰 줄기 우리의 의지다ㆍ

보아라 우리의 모습을

우리는 억세고 늠름한 용사들

빛나는 조국의 정예다


아! 줄기차게 영용 하게 싸워 나가는 이겨 나가는

아! 휘날리는 깃발을 보라ㆍ동해처럼 영원타

12사단 나간다 ㆍ 12사단 용사들!

이나라. 이겨레ㆍ 영원히 빛난다)


현역사병으로 복무 시 자주 불렀던 사단가를 불러보니

마음도 젊어지고 청춘으로 되돌아간 것만 같다


철 모를 푹 눌러쓰고 M16소총에 대검을 꽂아

푸른 군복에 초록나무잎새들을 꺾어 군복 여기저기에

꽂아 적이 알아보지 못하도록 얼굴에는 검은색 위장

크림을 발라 매복 근무를 하고 유격훈련을 받던

힘들었던 젊은 시절도 인생 후반기에는 그리움이

되어 세월은 흘러간다

(추억 속의 현역 사병 복무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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