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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가는 날!

by 자봉

푸르른 녹음이 우거진 신록의 달 5월이다

어제는 총을 들고 나라를 지키기 위해 현역 사병으로 입영하기 위해 육군 훈련소인 논산 연무대로

광주역에서 입영열차를 타고 입영한 지 47주년이 되는 날이다

3년간의 국방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고향과 부모형제 이웃들의 환송을 받으면서 어머님과 작별해야 했던

가슴 아픈 이별!

3년 동안 자식과 헤어지면서 만날 수 없는 강원도 최전방에서 병영생활을 시작하기 위해

군인이 되는 첫 관문인 논산 연무대 육군 훈련소로 가는 모습을 보고 어머님은 눈물을 흘리셨다.

가난한 시절, 가난했던 가정에서 태어나 부유한 생활도 해 보지 못해 몸 무게는 남자의 기본 체중에도 부족한

55 킬로그램의 왜소한 몸무게로 신체검사 1급 판정을 받아 기초 군사훈련 5주를 받으러 갔다.

다른 장정들과 함께 광주역에서 군 입영열차를 타고 논산 훈련소로 떠날 때 가난했던 나에게는 어느 누구도

손을 흔들어주는 친척이나 친구도 없는 설움 속에 훈련소에 도착하여 빡빡머리에 군기가 힘들게 들어가

논산 훈련소 수용연대에서 20일을 대기하다가 27 연대에서 훈련을 받았다.

군복은 거지처럼 다 떨어져 기운 색 바랜 국방색 훈련복을 입고 철조망통과와 각개전투 수류탄 투척 등

피나는 훈련이었다.

그로부터 47년이 지난 오늘은 건강이 좋지 않다는 병원의 진단을 받아 3년 전부터 6개월마다 추적관리를

하기 위해 병원에 검사하러 가는 날이다.



오늘!

47년 전 오늘은 나라를 지키고 남자라면 4대 의무 중 하나인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러 가는 날이었지만

오늘은 70 여생을 살면서 췌장에 문제가 있어 검사를 받으러 가다 보니 옛 생각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지나간 추억들은 다들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이렇게 시간들이 흘러갔으니 세월이 가장 무섭고 밉기도 하다.

다행히도 딸이 직장복지로 부모님을 위해 효도한 건강검진을 받고 췌장에 점액성 악성 낭종이 3.5센티나

되는 큰 것이 발견되어 6개월마다 mri검사와 초음파담낭 췌장내시경을 받고 있지만 다행히 암으로 전이되기 전에 발견되었으니 그나마 행운이라고 의사 선생님은 말씀하신다.

여러 가지 종류의 암중에서도 췌장암이 가장 무섭다는 정보를 듣고는 항상 과식이나,

음주나 흡연도 하지 않고

매일매일 만보이상 걷기와 가벼운 운동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오늘 검사를 했으니 6개월 후인 11월에 다시 종합병원을 찾아와 mri검사와 췌장 초음파 내시경 검사를 해야 되겠지만 살아있는 동안은 항상 즐겁게 살고 마음을 비우고 살려고 한다.

담당 교수님은 앞으로도 정기적으로 6개월 단위로 검사를 받으면서 변형이 생기거나 크게 되면 그때 췌장수술을 해야 된다고 설명해 주신다.

내과와 외과 교수님의 설명을 들으니 그저 마음이 무겁고 착잡하다.

인생 전반기 60세 이전까지는 앞만 보고 부지런히 일만 하고 살아왔고,

인생 2막 60대 후반기와 70대에는 모든 것을 운명에 맡겨 보지만 그래도 본인 스스로 체력을

관리해야만 건강하게 살 것 같다

그나마 다행히 6개월 동안 이상 변화가 없었다고 하니 좋은 일이지만 점액성 낭종이 없어지거나 작아지지 않아 문제다

병원에 들러 아내와 함께 집으로 되돌아가기 전에 카페에 와서 조용히 커피를 마시다 보니

아내가 넌지시 질문을 던진다.




저 앞에 보이는 한강물이 햇볕에 반사를 받아 출렁거리는데 저 모습을 한글 두 글자로 뭐라고 하냐?

고 묻는다

출렁이라고 대답하자 땡! 틀렸다고 한다

정답은 윤슬.이라고 한다

인터넷에서 즉시 검색하보니 "윤슬" 이 맞다

나 때문에 오늘도 병원에 같이 와서 점심도 같이 먹고 브런치카페에 와서 출렁거리는 강물의 물결인

윤슬도 보면서 군대 입영 47주년을 회상해 보고 췌장 관련 검사결과를 받으니 특별한 날이다.

유병을 발견하게 한 큰딸과 항상 우리 부부에게 살갑게 효도하는 애굣덩어리 작은딸에게 마냥

고맙고 감사한다



삶이란! 하늘이 주셨던 것이고, 살아가면서의 행복은 본인이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한다.

비록, 췌장과 고혈압 고지혈 등 등 나이가 들어갈수록 아픈 것도 많아졌는데 그래도 항상 마음을 비우고

즐거운 마음으로 매사에 고맙고 감사하고 긍정적으로 살아가야 된다는 것을 느낀다.

가득 찬 쓰레기통을 비우고 나면 당장은 깨끗하지만, 또다시 쓰레기통은 채워져 자꾸 비워야만 되는 것처럼

나이 들어 아플 때에는 매일매일 욕심도 근심도 버리고 가볍게 살아야만 행복할 것 같다.

47년 전 나라를 지키기 위해 훈련소로 갔던 오늘이 병원에 와서 긴장하면서 검사를 받고 또한 결과를 받아야 하는 오늘이다


병원을 다니면서 깨닫게 되는 삶!

삶이란! 무엇일까?

삶이란 복잡하고 어려운 것이 아니라 둥글둥글한

달걀 같은 것이라는 깨달음이라고 한다

세상을 살면서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단순하게

생활하면서 문제를 만드지 말고 평온하고 평화스럽게

살아가자


또한, 나이 들수록 건강에 신경 써야겠다

건강해야만 보고픔도. 그리움도. 사랑도. 행복도. 모두 다

이룰 수 있다

오늘도 내일도 계속해서 건강한 삶을 유지하면서

긍정적이고 재미있게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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