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혼자 마시는 커피

by 자봉

싱그러운 신록의 계절 5월이다.

2년에 한 번씩 받는 자동차 정기검사도 받아야 되는데, 모레가 만기일이다.
검사기간 내 30일 전ㆍ후까지 검사를 받지 않으면 과태료가 4만 원부터 최대 60만 원까지 부과된다고 한다.
은퇴를 한 이후에는 천 원권 한 장도 소중한데, 검사를 받지 않아 과태료를 물게 되면 한 달 용돈이 날아간다.
오전에는 업무로 정신없이 분주하게 일을 하는 막내딸을 대신하여 승용차를 직접 운전해 집과 가까운 민간 자동차검사소로 가서 종합검사를 받아 줬다.
검사결과는 합격이다.




이제 나이도 들어 은퇴를 한지도 꽤 오래되었지만, 일은 하고 싶다.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가끔 사회공헌 일자리와 자원봉사를 하다가 도서관에
가서 책도 읽으면서 좋은 글이 있으면 하얀 백지 위에 필사를 해본다.

바깥의 날씨는 봄인데도 불구하고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았다.
평생학습관에 가서 세 시간 동안 책을 읽고 컴퓨터를 하기도 한다.
나이 70세에 계속해서 독서하기도 눈이 침침해 지하철을 타고 경복궁역에 내렸다.
몇 달 전, 퇴직했던 은퇴자들끼리 익선동에서 저녁 모임을 한 적이 있어서 어렵지 않게 익선동의 한옥 점포와 식당,카페가 즐비한 거리를 걷다가 목이 말라 3층 카페로 들어갔다.



이제, 70세 은퇴자는 어디를 가도 정겹게 반겨주는 곳 이 별로 없다.

은근히 주변인들의 눈치도 봐진다

내돈내산으로 마시고 싶은 뜨거운 아메리카노 한 잔을 주문하고 3층으로 올라가 핸드폰을 열어 놓고 ‘혼자 마시는 아메리카노’라는 글을 써본다.

자리도 편하고 빈자리가 많이 있어서 넓은 자리에 혼자 앉아 있어도 카운터의 눈치도 보지 않으니 정말 자유롭다.
나이가 들면 남들과 더 어울리고 살아가야겠지만,
은퇴 후 다시 일을 하는 동료들도 많고 돈이 아까워 어울리지 않고 집에서 혼자 보내고 있는 동료들도 많아졌다.
61세에 33년 이상 다니던 직장에서 은퇴하고 66 세까지 자원봉사 활동과 단순한 일을 찾아 열심히 일을 한 탓인지 집에 가만히 있는 성격이 아니다.
움직이지 않고 있으면 금방이라도 병이 라도 날 것 같다.
가끔씩 이렇게 나 홀로 나와 스크린골프장과 영화관도 다니고 노래를 부르고 싶을 때에는 지척에 널려있는 코인노래방을 간다.
공공도서관과 평생학습관을 다니 면서 글을 써본다.


그동안 가만히 지나온 세월들을 회상해 보니 서운한 일, 슬펐던 일, 기뻤던 일도 많았던 것 같다.
한옥이 어울리는 익선동 카페에 앉아 글을 쓰다 보니 집에서 혼자 용돈을 벌기 위해,
60대 중반의 나이로 주식투자를 하면서 고군분투하는 아내에게 익선동 카페로 나오라고 전화를 하니 그냥 집에 서 쉬고 싶다는 대답이다.



아내와 뜨거운 커피 한 잔 마시는 것도 틀렸고, 조용히 3층 창가에 앉아 골목길을 걷는 젊은이들을 내려다본다.
이곳 익선동은 젊음이 생동하는 활력 있는 거리인 것 같아 너무 좋다.
손가락으로 핸드폰에 초성 중성 종성 글자를 하나하나 누르다 보니 단음이 글이 되고 문장이 된 다.
탁자 위에 올려놓은 뜨거운 커피는 조금씩 식어간다.
뜨거운 커피는 왜 이리 빨리도 식는지 얼른 마시고, 손목닥터 8 천보를 채우기 위해 익선동 거리를 걷는다.
오늘도 목표 달성 8 천보를 걸었으니, 서울시에서 지급하는 정책수당으로 200원 적립에 성공했다.



70세가 되도록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앞만 보 고 살아왔지만,
이제부터는 지금의 나를 위해 가보지 않은 노인의 길을 안전하고 후회 없이 걸으련다.

자식들을 위해 함께 고생하고 동고동락했던 아내를 데리고 뜨거운 차 한 잔과 비싸지 않고
소소한 따뜻한 밥 한 그릇이라도 같이 먹어가면서 남은 인생을 즐기리라.
그동안 살아왔던 내 인생을 조용히 되돌아보니 여기까지 온 나 자신이 고맙고 감사하다.
무탈하고 부모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 자식들에게도 고맙고,
구구팔팔 하게 살다가 이삼일만 아팠 다가 떠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어른에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명심하면서....

앞으로도 많이 걷고, 좋은 생각과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면서 행복한 노후를 살아야겠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막내 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