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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

by 자봉

운명!

인생 후반기에 접어들어 나이가 들어가다 보니

하루하루 시간도 빨리 가고

정처 없이 흘러가는 세월이 야속하다


10대 후반부터 사회생활을 하면서 온갖 고생을

하였으니 거의 50여 년이란 세월을 번개처럼 살아왔다.


지난 세월들을 되돌아보면

남에게 못쓸 짓 것이나 해를 주지 않았고,

많이 도와주지는 못했을 망정 여러 차례의

사기와 피해를 많이 당하면서

살아온 내 운명이다.


나를 보증인으로 세워놓고 도망가버린 죽마고우와

물질적으로 나에게 피해를 주고

이제는 서로 만나지도 않은 처제와 사촌 처남

그리고 내 형제 일부와 친척들

이들을 인연으로 만나 우여곡절 고된 인생이었다.



어느 날인가 친목 모임에 가면

유난히 활기차고 밝은 분위기에

에너지가 훨훨 넘치는

기분 좋은 만남이 있다


이 세상의 살아온 온갖 것들을 이야기하고

서로 반갑게 만나 웃으면서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는

그러한 만남이 너무 좋다.


만나면 서로 격려와 칭찬, 위로해 주고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그러한 모임이 좋다.

아직도 35여 년 지속된 모임이 있는데

70대 중반인 그분은 아직도 똑같은 말을 하더라도 꼭 기분 나쁘게 돌려서 말하고

술과 여자를 너무 좋아한다.


이제 나이 들어 이러한 모임에서 탈퇴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20대 후반에 첫 직장생활을 했던 동료들이 그리워서 쉽게 탈퇴를 못하고,

자주 모임에 참석하더라도 그분의 옆에 앉아있기 싫어

일부러 다른 자리로 피하게 된다.


오늘은 내 인생의 굽이 굽이 살아온 자국마다 가시밭 길과

서러운 내 인생 다시 가라 하면 가지 않으리라

바람처럼 사라져 간 내 인생 70여 년!

돈이 없고, 가난해서

남들처럼 아름다운 사랑도 못해봤고

학창 시절의 추억도 없는 게 너무 아쉽다.



아 아~

친구들과 지인들을 만나

젊은 시절과 학창 시절의 에피소드를 듣다 보면

그 들의 달콤했고 행복했던 학창 시절과

대학의 낭만 캠퍼스 시절들이

그렇게도 나를 부럽게 만든다



아름다운 10대 청춘시절에

그 흔한 데이트도 못해보고

가슴만 설레면서

돈이 없어

대중목욕탕 한번 가보지 못하고

돈이 없어

엄동설한에도

얼음장처럼 차디찬 자취방 방바닥에서

어머님이 만들어준 목화꽃 솜이불을 똘똘 말아

몸에 휘어 감고 체온을 유지한 체

차디찬 냉방에서 겨울을 나야 했다.



나의 학창 시절

14세 중학교 입학 때부터 시작된

타향에서의 자취생활은

재래식 화장실 냄새나는 인분을 바케스에 퍼서

밭에다 뿌리면서 학교에 다녀야 했던

꿈과 낭만과 희망이 없었던 학창 시절!



친구들은 꿈 많고 낭만 가득한 대학 캠퍼스에서

여유롭게 공부하는데

책 대신 안주와 맥주병을 들고 밤새도록 술병을 날려야 했던

나의 10대 후반과 20대 초반!

모든 것이 허물어졌다.



눈 내리고 비 오는 날

눈보라와 폭우를 맞아가며

우의를 입고 무등산 기슭 증심사 근처까지 석간신문을 배달할 때

단독주택에서 은은한 피아노소리가 들릴 때에는 잠시나마 발걸음을 멈추고 피아노소리에 귀를 기울였지!

저 집에 학생들은 얼마나 행복할까!라고

홀로 생각하면서 마음껏 울었었지!



20대 초반 비상계엄과 긴급조치가 발동해 살벌했던 1970년대 후반에 분단된 대한민국의 청년으로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강원도 동부전선 최전선 12사단 비무장지대에서 34개월의 초병생활을 하면서

남들처럼 전역 후 행복하게 살아보고자 일병 봉급 2,000원에 공무원 종합수험서를 구입해

틈틈이 공무원 시험준비를 한 후 전역하여 5급 을류인 9급 행정직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여

주말이면 100원짜리 시립도서관을 찾아 공부했었지!


더 출세하고 잘 살아보기 위해 방송강의로 대학공부를 하는 방송대 행정학과에

입학해 간간히 출석수업에 참석하고 계절학기로 학점 취득, 40세가 지나 사회복지학 전공,

50대 중반의 대학원 공부,


지나고 보니 그렇다 할 즐거운 추억은 없고, 시간은 그동안 가보지 않은 길로 흘러간다


조용히 지나온 생활들을 되돌아보면

특별하게 잘한 것도 없는 바쁘게 살아온 내 인생의 운명이다

70여 년의 삶을 살아오면서 지나온 과거들을 되돌아보니 남는 것은 집 하나와

35년의 성실한 공직생활로 국가에서 받은 근정훈장과 표창장들!


그리고 지방행정사무관 정년 퇴직자와

은퇴자로만 남는다.


이제 다시 사람으로 태어난다면

기타도 칠 줄 알고, 놀 줄도 알고,

후회 없이 돈에 구애받지 않고 공부해 보고

낭만이 가득한 소년으로 태어나고 싶다.



인생 후반기!

인생을 살아오면서

앞으로의 인생을 위해

내 이름으로 된 책 몇 권을 세상밖으로

발간도 해 보면서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이 함축된

인생의 축소판 전기를 만들어 보련다


모든 게 늦었지만

어느 노래 가사처럼,

사라져 간 내 인생아!

아~ 사랑이여!

눈물이여!

묻어 버린 내 청춘이여!

아름다운 사랑은 다시 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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