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을 해 보니

by 자봉

서른다섯 해의 직장 생활을 마치고 퇴직을 했다.

나이로는 예순하나, 환갑을 갓 넘긴 때였다.

1985년 공직 생활을 시작했으니, 한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왕성한 시기를 나라 일을 하며 보낸 셈이다.


그 세월을 돌아보면, 화려하거나 특별한 이야기는 없다. 다만 그저 묵묵히 버티며 지나온 시간들뿐이다.


그러나 그 평범한 시간 속에는 비바람과 눈보라 같은 날들이 적지 않았다.

공직 생활은 흔히 안정된 직업이라고들 말한다. 그러나 막상 그 안에 들어가 보면 그렇게 단순한 이야기는 아니다.


비가 오면 비상근무.

눈이 와도 비상근무ㆍ

태풍이 불어도 비상근무

선거철이 되면 또 비상근무였다.

돌이켜 보면 참으로 비상근무가 많았던 시절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새마을 대청소가 있으면

아침 6시에 출근해 동네 골목골목을 돌며 주민들과 함께 빗자루를 들었고, 바르게 살기 운동 캠페인이 있으면 거리로 나가 구호를 외쳤다.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떠나거나 귀국하는 날이면 일직과 숙직 근무가 강화되었고,

또다시 비상근무 체계가 가동되었다.

그 시절 공무원의 봉급은 대기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래도 누구 하나 크게 불평하지 않았다.

가족수당은 겨우 오천 원이었다.

숙직비도 오천 원이었다.

휴일에 일직 근무를 서면 수당이 오천 원ㆍ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올 만큼 적은 금액이다.


그러나 그때는 그것이 당연한 줄 알고 살았다.

나라 일을 한다는 자부심 하나로 버텨냈다.

민원 창구에서 근무하다 보면 온갖 일을 다 겪는다.

고마워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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