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결혼 중매인이 되자

by 자봉

도서관의 정적 속에서 우연히 펼쳐든 신문 지면 위로 2043년이면 요양보호사의 72.6%가 고령자가 되어 노인이 노인을 수발드는 비극적인 '노노(老老) 돌봄'의 시대가 된다고 한다


가혹한 통계 수치가 활자가 되어 가슴에 박히고, 62세의 요양보호사가 정작 본인의 무릎과 허리 통증으로 인해 돌봄의 현장을 떠나야만 하는 그 서글픈 뒷모습이 단순히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 세대와 자녀 세대가 마주할 피할 수 없는 자화상임을 깨닫는 순간이다


형언할 수 없는 슬픔과 위기감이 엄습하는데,

이러한 인구 재앙의 근저에는 결혼과 출산이라는 인류의 생존 본능마저 가로막는 냉혹한 현실이 자리 잡고 있으며, 특히나 평생을 건너 다시 가정을 꾸리려는 재혼 희망자들이나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청년들이 마주하는 결혼 시장은 어느새 우후죽순 생겨난 민간 결혼정보업체들의 탐욕스러운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것 같아 씁쓸하다


수백만원 수천 원에 달하는 고가의 가입비와 성혼 사례비라는 거대한 장벽을 세워두고 있는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이러한 상업주의적 횡포를 그저 개인의 선택이나 민간의 영역이라는 미명 하에 뒷짐만 지고 방관하며 출산 장려금 몇십 몇백으로

생색을 내는 안일한 행정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닌지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35년이라는 긴 세월을 행정 일선에서 헌신했던 한 국민으로써 이제는 백세를 바라보시는 아버님을 모시고 기성세대의 책임을 고민하는 한 시니어로서 제언하건대, 이제는 국가가 직접 '최고의 중매쟁이'가 되어 철저한 신원 보증과 합리적인 행정 비용을 바탕으로 한 공공 결혼 매칭 시스템을 구축하여으 미혼 남녀와 재혼 희망자들에게 신뢰할 수 있는 만남의 장을 열어주어야 한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짝을 찾아주는 차원을 넘어 무너져가는 인구 구조의 허리를 다시 세우고 장차 닥쳐올 돌봄의 대혼란을 막아낼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이고도 시급한 복지 정책이자 국가 개조의 시작점이며,

만약 우리가 지금 이 순간에도 민간 업체들의 횡포를 묵인하고 결혼의 공공성을 외면한다면 장차 우리 자녀들이 노년이 되었을 때 그들의 손을 잡아줄 젊은 세대 대신 허리가 굽은 동년배의 부축에 몸을 맡겨야 하는 서러운 풍경을 면치 못할 것이다


국가나 지자체는 더 이상 전시 행정에 머물지 말고 지역의 인구를 지키기 위한 생존 전략으로서 공공 중매 행정을 제1과제로 삼아 과감하게 추진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가 비단 경제적 논리를 넘어 인간 존엄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라는 사실을 우리 모두가 직시해야된다



결혼과 출산 절박한. 인구 감소 문제가 한 노인의 기우로 끝나지 않도록 정부와 사회 전체가 각성하여 결혼과 가정이 더 이상 자본의 전유물이 아닌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축복이 되는 세상을 만들어야만, 비로소 우리가 후대에게 '노노 돌봄'의 비극이 아닌 상생과 희망의 미래를 물려주었다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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