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해결되지 않는 찝찝함

by 성주영


*들어가기 전: 오늘 올리는 글은 한국인의 정서상 받아들이기 매우 힘든 글일 수 있습니다. 그냥 세상엔 이런 정보도 있구나라는 식으로 가볍게 읽고 넘어가시길 바랍니다. 앞으로도 이런 부류의 글이 계속 올라올 예정이오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광복절에 올릴까 생각하다가 잘못하면 완전 큰일 날 것 같아 오늘에서야 올립니다. 글을 읽으시면서 드는 의문점들이나 반박에 대해서도 향후 글을 진행하며 전부 올릴 테니 의문이 들고 찝찝하고, 반박하고 싶으셔도 일단은 그냥 넘어가주시길 바랍니다. 양이 너무 방대해 이렇게 토막내서 올리오니 이 점 역시 양해 부탁드립니다.



'일본’, 독자들은 이 단어를 봤을 때 어떤 생각이 들까? 악감정? 호감? 무관심? 아니면 앞서 언급한 모든 감정들이 얽혀 만드는 복잡 미묘함? 이 단어를 봤을 때 사람마다 느낄 감정은 모두 다를 것이다. 마치 푸바오가 떠났을 때 울었던 한국인이 있었고, 무관심했던 한국인이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필자가 일본이라는 단어를 가지고 온 이유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한-일 관계에 대한 모든 것들을 다루기 위해서다. 소위 먼 나라 이웃 나라라고 하는 일본에 대해 제대로 알아보자. 먼저 욱일기부터다.


1. 욱일(승천)기: 욱일기 소위 욱일승천기라고도 불리는 이 깃발은 일본이 대외 팽창을 시도하던 일본 제국주의 시기에 사용되어 한국인들 사이에서 불쾌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 깃발이다. 현재까지도 일본의 자위대는 욱일기와 유사한 해상 자위대기, 육상 자위대기를 사용하며 이따금씩 한국과 논란을 빚기도 한다. 그렇다면 왜 일본은 이런 욱일기를 애용하는 것일까?


먼저 욱일기의 모양부터 살펴보자. 욱일기는 말 그대로 해를 형상화한 것이다. 엄밀히 따져 말하면 승천하는 해를 상징하는 것이다. 그래서 한가운데에 빨간색 원이 있고, 그 옆으로 햇살이 뻗어 나가는 줄기들이 붉은색으로 표시되어 있다. 그렇다면 왜 하필 해가 떠오르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일까? 이는 일본의 설화와 역사 속에 답이 있다.


왼쪽은 일본제국해군기 현재의 해상자위대기이며 오른쪽은 일본제국육군기 즉 욱일기다.
왼쪽은 욱일기가 모티브인 현재의 육상자위대기이며, 오른쪽은 현재 일본의 국기인 일장기다. 닛쇼키(日章旗), 히노마루(日の丸)라고도 한다.


먼저 설화부터 살펴보자. 일본에는 아마테라스라는 여신이 존재했는데 이 아마테라스 여신은 태양을 상징하는 존재이며 그 태양을 상징하는 존재를 계승한 것이 천황이다. 즉, 천황이라는 존재는 태양의 후예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일본의 설화는 한국의 단군 신화와 같다고 보면 된다. 이러한 설화 때문인지 일본에서는 아직도 천황을 정신적 지주로 믿으며 천황에 대한 충성심이 남다르다.


아마테라스 여신의 모습

천황과 관련한 일본 역사를 살펴보자. 645년, 일본은 야마토 시대였다. 이때 일본은 중국의 황제 제도를 본받아 다이카 개신을 단행했는데 이때 생겨난 개념이 천황이다. 쉽게 말하면 중국의 황제가 곧 일본의 천황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천황의 권력은 나라 시대가 끝나고 헤이안 시대가 들어서면서부터 귀족의 권위가 강화되기 시작하자 실추되기 시작했고(이 당시 대표적인 귀족 가문: 후지와라 가문), 헤이안 시대가 끝난 후 가마쿠라, 무로마치, 에도 막부 등 무사 즉 사무라이가 집권하는 일이 연이어 생기자 천황은 그저 막부의 꼭두각시로 전락했다. 그러다 1867년 에도 막부의 마지막 쇼군 도쿠가와 요시노부가 메이지 천황에게 권력을 돌려주는 사건인 대정봉환이 일어나자 천황의 권력이 되살아났다. 1868-69년 보신전쟁, 1877-78년 세이난 전쟁을 거친 후 천황을 중심으로 서구의 의회주의와 헌법 정치가 혼합되면서 일본제국이 탄생하게 된다.(1868년에 일어난 메이지 유신) 이후 제국주의 시대와 1차 세계대전을 거친 후 2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하며 일본에 미군정이 들어섰으나 얼마 안 가 일본 정부 즉 내각이 수립되고 이후에도 천황이라는 존재는 일본인들의 정신적 지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일본 제국의 아버지 메이지 천황


추가적으로 덧붙이자면 앞서 언급한 야마토 시대는 일본이라는 개념을 형성시켰다는 점에 있어 일본사에서 아주 중요한 시기다. 어느 정도로 중요하냐면 애초에 야마토라는 단어가 현재 일본 민족을 일컫는 별칭이기도 하며, 위에서 언급했듯 천황제가 성립되었으며, 일본이라는 국호도 이때 처음 사용되었다. 국호를 일본이라 정한 이유도 천황제와 관련이 있는데 앞서 말했듯 천황은 태양의 후예다. 그렇기에 그 천황이 다스리는 나라 또한 태양과 관련이 있을 수밖에 없다. 태양이 떠오르는 것은 아침이 시작되는 것을 상징하는 것이고 이런 태양은 동쪽에서 제일 먼저 뜨니 그 태양이 떠오르는 것을 제일 먼저 접하는 나라가 아시아 동쪽 끝에 위치한 일본이기에 국호가 日(날 일), 本(뿌리 본) 따라서 하루의 근본이 되는 나라라는 의미로 일본인 것이다


이 세 가지 이유들 때문에 일본은 욱일기를 사용한다. 왜냐하면 욱일기는 그 자체로 일본과 그 민족 그리고 천황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욱일기에서 햇빛이 뻗어나가는 무늬만 생략한 일장기도 똑같은 의미다. 이따금씩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욱일기가 전범기이기 때문에 사용하지 말라라고 하는데 이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이다. 왜냐하면 만주사변, 열하사변, 중•일 전쟁, 남방 작전, 태평양 전쟁 소위 일본의 제국주의 침략 전쟁 기간 동안 현재 일본의 국기라 할 수 있는 일장기도 흔히 쓰였기 때문이다.


중일전쟁 당시 일장기 1
중일전쟁 당시 일장기 2


한국인들의 논리에 의하면 일본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일장기도 쓰면 안 된다. 일장기도 전범기이기 때문이다 욱일기도 안 되고, 일장기도 안 되면 도대체 일본은 어떤 국기를 사용해야 할까? 한국인들이 불편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일본이 국기를 새롭게 제작할 수는 없으며 그럴 필요도 없고, 그럴 의무도 없다. 국기와 깃발은 그 나라와 민족을 상징하는 수단이다. 우리가 불편하다고 해서 일본이 본인들을 상징하는 깃발인 욱일기와 일장기를 안 쓸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당장 그 논리대로라면 일본인들이 태극기가 불편하다고 할 경우 우리도 태극기를 쓰면 안 된다.


비슷한 논리로 필리핀은 스페인 국기와 성조기를, 브라질을 제외한 중•남미에서는 스페인 국기를, 브라질에서는 포르투갈 국기를, 미국과 인도에서는 영국 국기인 유니언 잭을, 인도네시아에서는 네덜란드 국기를 사용하면 안 된다 왜냐하면 앞서 언급한 국가들은 전부 지배국-피지배국 관계이기 때문이다. 인도와 미국은 영국의 식민 지배를, 필리핀은 미국과 에스파냐(스페인)의 식민 지배를, 브라질은 포르투갈의 식민 지배를 브라질을 제외한 중•남미는 스페인의 식민 지배를, 인도네시아는 네덜란드의 식민 지배를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국가에서는 해당 국기들을 아무런 문제 없이 자유롭게 표현하거나 사용한다. 똑같은 수탈과 약탈, 학살 등을 겪었음에도 말이다.(글의 분량상 이들 국가의 식민 수탈 사례까지 상세하게 설명할 수 없으니 직접 찾아보길 바란다.)


추가적으로 현재 독일 군대는 철십자 문양을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철십자 문양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이 애용했다. 하지만 그 철십자 문양을 현재 독일 군대가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한국인들의 논리대로라면 유럽인들은 독일에게 철십자 문양 사용을 금지하라고 촉구했을 것이다. 하지만 유럽인들은 이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철십자는 게르만족 그 자체를 상징하는 문양이기 때문이다. 욱일기에 그려진 승천하는 붉은 태양, 일장기에 있는 붉은 원도 같은 의미다.


나치 독일 국방군 군기, 좌측 상단에 철십자 문양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의 독일 연방방위군의 상징, 상징성에는 차이가 있으나 외관상으로는 나치 독일 국방군 군기의 철십자와 매우 유사한 형태다.
독일의 주력 전차인 레오파르트 2에 붙어있는 독일 연방방위군의 상징인 철십자 마크, 상징성에는 차이가 있지만 외관상 나치 독일 국방군 군기에 있는 철십자와 큰 차이가 없다.


이제라도 욱일기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고 이에 대해 제대로 알고 배워야 할 때다. 지금이 지나면 너무 늦다. 우리가 사는 인생은 짧고 알아야 할 사실들은 많다. 기왕이면 제대로 된 사실을 아는 게 좋지 않을까?


2. 천황: 한국에서는 유독 천황이라는 칭호에 예민하다 그래서 대신 일왕이라는 칭호를 사용한다. 도쿄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현재 연세대학교에 재직 중인 김항 교수는 이런 말을 했다. "우리가 일본의 천황을 천황이라고 부르는 것은 중국의 황제를 황제라고 부르는 것과 같다. 물론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일제강점기와 관련해 부정적 인식이 강하기에 천황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뉘앙스나 어감이 좋지 않게 들릴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천황을 천황이라고 부르는 데 있어 그렇게까지 예민하게 굴 필요가 없다."


그러므로 천황을 단지 천황이라고 부르는 것은 역사적 용어를 사용하는 것일 뿐이다. 일본의 천황을 천황이라고 부른다고 해서 매국노가 아니고 천황을 미화하는 것이 아니다는 의미다. 뿐만 아니라 천황이라는 단어는 고유명사로서 대한민국 정부에서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용어이다. 지도자의 칭호는 해당 국가에서 통용되는 고유한 명칭을 그대로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엘리자베스 2세를 영국 여왕(Queen)이라고 부르는 것과 같이 일본의 천황을 천황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앞으로 천황이라는 단어를 볼 때 감정적으로 보는 것보다 '역사를 설명하는 데 있어 사용하는 하나의 역사적 용어이자 고유명사다'라는 태도를 가지고 바라보는 것이 어떨까?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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