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재무장

본론

by 성주영



이러한 상황 속에서 최근 일어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한-일 관계 등 다양한 국제 이슈에 대해 설명해보고자 한다. 먼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부터다.


먼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일본과 독일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한 번 알아보자. 먼저 일본부터다. 일본은 전쟁이 일어난 직후 푸틴의 측근 17명에게 자산 동결을 가하고, G7 회담에서 회원국들과 함께 러시아산 천연가스, 금 수입을 금지했으며 일부 품목 수출도 금지시키고, 우크라이나 난민 수용, 러시아와 가상 화폐 거래 차단, 드론 지원, 전쟁 초반 우크라이나에 3억 달러(한화로 약 3918억원)를 지원하는 등 러시아에 매우 적대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이후 러시아도 보복 대응에 나선다. 쿠릴 열도와 관련한 협상과 사업을 빌미로 일본을 외교-경제적인 측면에서 압박하고, 군사 보복도 단행했다. 먼저 러시아가 단행한 군사 보복에 대해 알아보기 전 일본의 평화 헌법의 등장 배경과 그로 인한 결과를 살펴보자.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미군정의 통치 하에 들어가게 되고 이로 인해 1889년에 제정된 일본제국헌법은 효력을 상실한다. 하지만 1946년 평화 헌법이 새로이 공포되고, 이는 1947년부터 시행되기 시작한다. 이로 인해 천황의 권력은 상대적으로 일본 제국 때보다 약화되었고, 입법 공포와 일본 국민의 상징적인 존재로만 역할을 하게 된다. 또한 일본은 평화 헌법에 명시된 바에 따라 외국에서 전투가 불가능하게 되었다. 군대를 대체할 만한 군사 조직이 필요했던 일본은 1954년 자위대를 창설하게 된다. 이후 자위대는 선제적 공격과 해외에서 전투를 하지 못 함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안보를 위한 준군사조직으로서 그 규모와 힘을 꾸준히 늘여나가 지금 상태에 이른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러시아의 군사적 대응을 살펴보자. 러시아는 일본의 쓰가루 해협에서 구축함을 동원해 군사적 압박을 가했으며 이후에는 러시아의 소함대가 북쪽으로는 훗카이도, 남쪽으로는 오키나와에 일주일 동안 머물러 있었으며 쓰시마 해협도 자국의 영해인 마냥 항해했다. 이 소함대는 대잠 구축함을 기함으로 하는 5척의 러시아 군함이 포함되어 있었던 소함대였다. 이에 더해 이번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빌미로 러시아가 일본에 대한 군사적 압박에 나서자 중국 해군도 러시아와 연합해 일본 압박에 나서게 된다. CNN에 따르면 두 척의 중국 구축함과 한 척의 보급선이 수도 도쿄에서 500KM 정도 떨어진 이즈 제도 부근에서 항해를 했다고 한다. 저 두 척의 구축함 중 하나는 중국 해군의 55식 유도탄을 탑재한 구축함 ‘라싸’가 포함되어 있었다. 중국 해군 함선 3척은 6월 12일부터 일본 영해 부근에서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다만 이러한 군사적 압박은 작년 10월 총 10척의 중국-러시아 군함이 합동군사훈련을 한 것과는 달리 개별적으로 일어난 군사 활동이었다.


심지어 최근 미국 정계 서열 3위에 해당하는 펠로시 하원 의장이 대만을 방문하자 중국은 이에 대해 연일 무력 시위를 하고 있었는데 이 과정에서 중국이 사정거리 700KM 안팎의 둥펑-15 계열 탄도탄을 대만의 내륙을 가로질러 발사했다. 이 중 5발이 일본의 EEZ 안쪽에 떨어졌으며 다시 한 번 일본의 안보가 위협받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이렇듯 일본 영해 주변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연이은 무력 도발 수위가 높아지자 일본 정계 내에서는 평화 헌법의 개정 논의가 급격하게 오고 가기 시작한다. 만약 개헌을 하게 된다면 어떤 것을 개헌하게 되는지 좀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아래는 일본 평화 헌법 원문 중 9조 1항과 2항을 발췌한 것이다.


*9조 1항: 일본 국민은 정의와 질서를 기초로 하는 국제 평화를 성실히 희구하며, 국권의 발동의로의 전쟁과 무력에 의한 위협 또는 무력의 행사는 국제 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는 영구히 포기한다.


*9조 2항: 전항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육, 해, 공 그 밖의 전력은 보유하지 않으며 국가의 교전권은 인정하지 않는다.


일본은 위와 같은 평화 헌법 조항들 중 1항에 ‘자위대를 공식 군대로 인정한다.’라는 문구를 추가로 명기하자고 주장한다. 이렇게 되면 일본의 자위대는 군대로 인정되기 때문에 사실상 국토 방위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타국에서도 교전을 할 수 있게 된다. 즉, 일본 우파가 원하는 대로 ‘일본의 보통 국가화’ 다시 말해 타국에서 전쟁과 같은 활동을 할 수 있는 국가가 되는 것이다. 추가적으로 일본의 집권 여당인 자민당이 공약으로 내건 것 중 하나가 새로운 ‘새로운 국가안전보장 전략’이라는 사실이다. 여기에는 ‘적 기지 공격 능력’ 즉, 적을 선제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이 포함되어 있는데 일본의 평화 헌법 개헌이 성공하면 자민당의 공약인 새로운 ‘국가 안전보장 전략’이 현실화되는 것이며 이는 자민당의 공약 중 하나가 실현되는 것이나 다름없다. 자민당은 창당 이래 계속해서 일본의 평화 헌법 개정을 당의 목표로 내걸어 왔으며 이는 지금도 변함이 없었는데 일본의 저러한 개헌 움직임은 정치적 의도와 맞닿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개헌을 하려면 거쳐야 할 과정과 단계가 많기에 얼마나 빨리 개헌에 성공할지는 확실치가 않다.


이에 덧붙여 일본은 최근 반격 능력을 보유하겠다고 선언하며 미국과의 협력을 더욱 가속화하기 시작했다. 우선 일본은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미국으로부터 수입하기로 결정했으며 현재 GDP의 1% 수준인 방위비를 5년 뒤인 2027년에는 GDP의 2%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다. (해당 발표가 나왔을 때가 2022년이었고 필자가 글을 쓰는 시점이 2024년이므로 현시점을 기준으로 3년 정도 남았다.) 뿐만 아니라 유도탄/탄약 확보 등 전투 지속 능력 확충, 종합 미사일 방어 능력 향상 및 정찰/감시 능력 향상, 우주/사이버 능력 향상, 자위대 내 상설 통합 사령부 설치, 방위산업 육성 및 방위 장비 수출 규제 완화 검토 등도 안보 문서에 담겼다. 이러한 일본의 행보는 최근 가중되는 중국의 군사적 압박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인한 안보적 위협이 가중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후 급변하는 국제 정세와 안보 상황 때문에 일본의 재무장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이는 냉전 이래 계속되어 왔던 일본의 안보 구조가 서서히 바뀌고 있음을 시사한다. 일각에서는 일본의 저러한 재무장이 한국에게 위협이 되고, 독도가 위험에 처해질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하지만 현재 신냉전이 시작된 새로운 국제 질서 속에서 한국의 협력이 필요한 상황에 일본이 저런 급진적이고도 위협적인 움직임을 보일지는 미지수다. 게다가 미국이 존재하는 한 일본은 섣불리 그러한 행태를 보이기 어렵다. 미국 입장에서는 대중-대러 견제를 위해서 일본과 한국 둘 다 필요하고, 이러한 측면에서 한/미/일 삼각 공조는 미국에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인 이상 일본이 재무장을 통해 한국을 위협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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