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의 탄생과 진화
나토의 전략 개념과 이것이 나토의 수명 연장에 있어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 알아보고, 앞으로 나토가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 예측해 보자. 나토의 전략 개념은 나토가 결성된 후 동맹의 존재 이유, 어떤 역하을 해야 하는지 또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등 장기적인 관점에서 나아갈 방향을 명시해 놓은 것이다. 원싱턴 포스트(=WP)에서는 “The strategic concept reflected the times.”{=(나토)의 전략 개념은 시대를 반영한다.}라고 말했을 정도로 나토의 전략 개념은 나토가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적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가이드 라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러한 나토의 전략 개념은 나토 정상 회담이 매년 개최될 때마다 나오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시기마다 나오는데 여기서는 나토의 수명 연장에 영향을 준 전략 개념들만 소개해보도록 하겠다.
1991년(제5차 전략개념/냉전 종식이라는 변화된 인보 환경을 반영한 새로운 전략 개념, 대결과 방위보다는 대화와 협력 강조, 이전 전략 개념과 달리 내용을 일반에게 공개, 집단 안보라는 근본 틀은 유지하되 파트너국 및 구동구권 국가와의 협력 강조, 핵전력 사용 가능서 최소화)
1999년(제6차 전략 개념/안보를 국방 이외 정치, 경제, 사회 및 환경 요소도 포함하도록 확대하고, 냉전 종식 이후 등장한 테러리즘, 인종 갈등, 인권 침해, 정치적 불안정, 경제 위기, 대량살상무기 확산 등을 새로운 위협으로 규정, 기존의 집단 방위에 더해 위기관리 및 파트너십을 나토의 전략 개념으로 규정)
2010년(신전략개념)
등장 배경:
2010년 11월 리스본 정상회의에서 9.11 테러 이후 변화된 안보 환경에 따른 향후 10년간의 나토의 정책 방향과 군사력 운용의 지침이 될 새로운 전략 개념을 채택
기본 가치:
나토를 자유, 민주주의, 인권 및 법치를 공유하는 가치 공동체로 규정
나토 핵심 임무 규정:
1. 집단 방위:
-북대서양조약 제5에 의한 회원국 간 집단 방위 재확인
-재래식 전력과 핵전력의 적절한 조함을 통한 억제력 유지
-특정 국가를 주적으로 상정하지 않고, 기존 및 새로운 안보 위협(대량살상무기의 확산, 테러리즘, 사이버 공격, 에너지 안보 등)에 대응하기 위한 역량 구축 강조
2. 위기관리:
동맹의 안보에 여향을 미치는 모든 위기에 대해 그 위기의 모든 단계에서 위기의 발생 및 심화 예방과 위기 이후의 안정화를 위해 나토의 정치적, 군사적 역량을 동원하는 포괄적 위기관리 접근법
3. 협력 안보:
-구축 비확산에 대한 기여, 나토 회원국 확대, 파트너십 강화 등을 통한 국제적 안보 제고 노력
-현재와 같이 복합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안보 위협이 상존하는 안보 환경에서는 어떠한 국가 및 국제 조직도 단독으로 위협에 대응하기 어려운 바, 협력 안보가 중요
새로운 안보 환경:
대량파괴무기 및 운반 수단 확산 위협, 사이버 공격, 테러리즘, 에너지 안보 위협(에너지 보급로 교란), 불법 무기 거래, 인신매매, 기후 변화 등 새로운 안보 위협을 규정하고 적극적 대처 강조
방어와 억제:
-나토의 억제 전략 재확인하면서 억제력은 재래식 무기와 핵무기 간의 적절한 배합에 기반을 둔다는 점과 미국, 영국, 프랑스 전략핵무기의 역할을 확인
-핵무기가 존재하는 한 나토가 핵능력을 보유하는 동맹기구로 남을 것임을 천명하면서도 핵무기가 없는 세계를 위한 여건 조성을 위해 노력
파트너십 및 국제 협력:
-나토와 협력을 희망하는 모든 국가들과 대화와 협력을 진행할 것임을 천명(파트너국들과의 협력은 신축적으로 추진)
-나토 가입을 희망하는 모든 유럽 국가들에게 문호가 열려있음을 재확인하고, 러시아, EU, UN과의 협력 증진 필요성을 강조(나토가 러시아에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시하고, 미사일 방어, 대테러, 마약 퇴치, 해적 퇴치 등 상호 이익 분야에서 대화와 협력 증진을 추진하는 것을 희망)
2022년 전략개념:
-러시아는 나토 회원국의 안보와 유럽-대서양 지역의 평화 안정에 가장 심각하고, 직접적인 위협임
-중국의 명시적인 야망과 강압적 정책은 우리의 이익, 안보, 가치에 도전함. 그리고 중국은 우주, 사이버, 해양 영역에서 규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 전복을 시도함
-지역을 넘어서는 도전과 공통의 안보 이해에 대응하기 위해 인도-태평양 내 파트너 국가들과 대화와 협력을 강화할 것
그럼 이러한 전략개념들이 어떻게 나토의 수명 연장에 영향을 끼쳤을까? 먼저 5차와 6차 전략개념부터 살펴보자. 이 전략 개념들이 나토에 의해 채택된 시점이 1991년 소련이 해체되던 혹은 해체된 후의 시점이었고, 냉전이 저물어가던 시절이었으며 유고슬라비아 전쟁(크로아티아 전쟁, 슬로베니아 전쟁, 보스니아 전쟁, 코소보 전쟁이 이 전쟁에 포함되며 1991년~1999년 동안 진행됨)이 발발했던 때였다. 특히 보스니아 전쟁의 경우 세르비아가 인종 청소를 한답시고 민간인을 대량 학살했다. 보스니아 전쟁 기간 동안(1992년~1995년) 101,040명(유고슬라비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크로아티아 등의 군인 사망자와 민간인 사망자 모두 포함)이 사망했다. 또한 코소보 전쟁(1998년~1999년)에서는 13,548명이 사망했다. 이때 나토가 이 두 전쟁에 개입하고 이후에는 데이턴 협정(1995년에 맺어진 협정으로 보스니아 세르비아로부터 독립해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라는 연방제 국가로 재편됨)의 체결을 주도하면서 냉전이 끝난 후에도 나토의 중요성을 국제 사회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2001년 9.11 테러, 2002년 인도네시아 발리 클럽 폭탄 테러, 2004년 스페인 마드리드 열차 폭탄 테러, 2005년 영국 런던 지하철 폭탄 테러, 2009년 러시아 노브고로드 지하철 폭탄 테러 등 테러가 전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자 테러리즘이 새로운 위협으로 등장하게 된다. 이런 과정 속에서 나토는 2010년 신전략개념을 채택해 테러리즘에 대해 포괄적 공동 대응 능력을 강화하는데 주력한다. 뿐만 아니라 이 전략 개념은 나토가 유럽과 대서양을 넘어서 민주주의 동맹으로까지 확대되어야 한다는 것을 함축하고 있기도 하다. 즉 지역의 군사 동맹을 넘어서 범국가적 글로벌 거버넌스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는 내용을 함의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의미를 내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앞서 언급했던 테러가 세계를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었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테러 피해국 더 나아가 국제 사회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2010년 이후에도 테러는 꾸준히 발생했으며(2015년 프랑스 파리 테러, 2016년 벨기에 브뤼셀 테러, 터키 이스탄불-앙카라 자살 폭탄 테러 등) 이는 나토가 장기적으로 존재해야 함을 재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되었다.
이렇듯 테러와의 전쟁으로 정신이 없던 나토에게 또 다른 위협이 다가오게 된다. 바로 경제적으로 급성장한 중국과 전통적 군사 강국인 러시아였다. 미국은 쿼드와 파이브 아이즈, 자국의 군사력 등을 이용해 중국 견제에 집중하고 있었지만 이에 비해 러시아의 경우 나토를 통해 정기적으로 합동 훈련하는 수준에 그치다 보니 중국에 비해 압박/견제의 수위가 약할 수밖에 없었다. 이 틈을 타 러시아는 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다.
그리고 6월 나토 정상 회담이 다시 개최되고 2022년 전략 개념이 채택된다. 이 전략 개념 마지막 부분에는 인도-태평양 내 파트너국들과 대화와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문장이 나와있는데 이 문장은 2010년 신전략개념이 함의하고 있던 나토의 범국가적 글로벌 거버넌스로서의 역할이 일정 부분 실현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리고 2022년 6월에 개최된 나토 정상 회담에 왜 아-태권 국가(뉴질랜드, 호주, 일본, 한국)가 초청됐는지도 이 문장을 통해 알 수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지역을 넘어서는 도전이고, 이 도전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서는 인도-태평양 국가들과 협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도를 보면 러시아는 유럽과 아시아에 걸쳐 있고, 아-태권 국가가 블라디보스토크 방면 즉 극동 방면에서 나토가 모스크바 방면에서 견제하면 한 방면에서 견제하는 것보다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냉점 당시의 분위기가 다시 한번 대두되자 나토는 2010년 테러 때문에 그 중요성이 부각된 후 중국과 러시아 때문에 또다시 한번 그 중요성이 드러났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하나다. 냉전 당시의 분위기가 재점화되면서 나토는 다시 원래의 역할에 충실해질 수밖에 없고 이러한 분위기가 지속되는 한 나토는 존속할 수밖에 없으며 설령 러시아와 중국을 견제하는데 성공한다 하더라도 여전히 남아있는 테러리즘의 위협 때문에라도 나토는 또 한 번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하기에 당분간은 나토가 해체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여담으로 푸틴 역시 나토 가입을 희망한 적 있었는다. 혹자들은 이때 러시아가 호의를 가지고 친서방적 태도를 보였을 때 나토 가입을 시켜줬으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하며 다시 또 서방 탓을 시전하는데 이는 어불성설이다. 애초에 러시아의 나토 가입을 받아줬다면 나토 자체가 무의미 해졌을 것이다. 위에서도 언급했듯 나토의 성립 목적은 예나 지금이나 소련과 러시아 견제였는데 러시아가 나토 가입을 하면 도대체 나토가 왜 있어야 하겠는가? 또한 푸틴이 2000년에서 2001년 나토 가입 가능성을 시사한 건 어디까지나 자국 중심의 결정권을 보장하고 나토를 이끌어 가는데 있어 러시아가 비중 있는 혹은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 당연히 나토 회원국과 미국 입장에서는 이를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당시 푸틴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아래와 같이 말했다
“러시아가 평등한 입장에서 받아들여진다면 가입을 고려할 수 있다.“
당연히 저 ‘평등한 입장‘이라는 단어는 미국과 서구 중심의 나토에 일반적인 회원국으로 참가하거나 편입되겠다는 것이 아니라 미국을 중심으로 한 나토의 구조 그리고 의사 결정 과정을 러시아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의미였고 나토 내에서 미국과 대등한 또는 그 위의 입지에 놓여야만 가입하겠다는 전형적인 푸틴식 힘겨루기였다. 나토 입장에선 이런 그의 발언이 달갑지 않았고, 이후 러시아의 나토 가입 의사를 무시한다. 그 결과 푸틴은 나토의 세력 확대와 나토 가입 거절로 인한 불만이 폭증 그렇게 하여 2007년 뮌헨 연설에서 미국을 맹비난, 이후 2008년 조지아-러시아 전쟁, 2011년 시리아 내전에서 미국과 적대하는 알 아사드 정권 지원, 2014년 크림 반도 합병과 돈바스 전쟁에서 친러 반군 지원, 북극해에서 북극항로에 대한 통제권을 두고 충돌하는 등 반미 행보를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