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이란의 은밀함

양국의 엇갈린 행보

by 성주영


*들어가기 전: 이 글은 2024년 5월 19일 이란에서의 헬기 추락 사건 전에 썼던 글이라 지금의 국제 정세와는 다를 수 있습니다. 특히 여기서 언급되는 라이시 대통령과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은 2024년 5월 19일 헬기 추락사로 고인이 된 상태이며 각각 이란의 전임 재통령이자 전임 외무부 장관이었습니다. 현재 대통령은 페제쉬키안, 현재 외무부 장관은 페제쉬키안이 임명한 압바스 아락치입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대한 중국과 이란의 행보와 입장에 대해 살펴보자. 중국과 이란은 앞서 언급한 인도, 튀르키예, 사우디 아라비아보다도 노골적으로 친러적이다. 인도 파트에서 설명했듯 2000년대 후반부터 러시아와 긴밀히 협력해 온 중국이 이번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 러시아를 지지해 주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이란은 어떨까? 이란은 미국과 핵 문제에 대해 합의를 보고 있는 중인데 이 핵 합의가 우여곡절이 많았고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게다가 핵을 보유하겠다는 이란에 미국은 경제 제재를 가했고 아직까지도 이러한 경제 제재는 해제되지 않은 상태다. 뿐만 아니라 아무리 이란 내에서 온건파라 할 수 있는 페제쉬키안 신임 대통령이 취임해 미국이랑 관계 개선을 해보려 해도 트럼프가 이에 응할지는 미지수며 설려 트럼프가 응한다 하더라도 이란의 실질적인 권력자는 하메네이 최고 지도자지 페제쉬키안 신임 대통령이 아니기에 이란 측에서 어떤 행보를 보일지도 불투명하다. (페제쉬키안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얼마 안 가 레바논의 헤즈볼라 지지 선언을 한 것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이렇게 되면 양국 간 핵 합의는 물 건너갈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란은 자국의 적(=미국)의 적(=러시아)과 손잡은 것이다. 아래는 이란과 중국의 행보를 적은 것이다.


중국: 러시아의 침공을 규탄하고, 즉각적인 철군을 요구하는 UN 총회의 결의안 통과에 기권표를 던졌고(반대표를 던졌을 때 중국이 직면할 국제 사회의 비판을 피하면서도 이와 동시에 러시아 편을 들어주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브릭스{Brazil, Russia, India, China, South Africa의 앞 글자를 따서 BRICS라고 불리며 회원국은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 공화국이다. 이 국가들 모두 1990년대 말~2000년대 초까지 잠재적 경제 발전 가능성이 높은 나라들이었다. 최근에는 UAE(아랍 에미리트), 에티오피아, 이란, 이집트가 추가로 가입하여 몸집을 불렸다. 요즘에는 신냉전이 격화하는 가운데 G7(영국, 프랑스, 캐나다, 미국, 일본, 독일, 이탈리아)에 대항하는 경제 동맹체라고 여겨진다.} 정상 회담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경제적 연대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러시아 입장에서 주최했던 전쟁 올림픽에 대표단을 파견하고, 러시아에서 열렸던 동방-2022 훈련에 참여하는 등 친러적 행보를 보였다. 물론 중국 국방부는 동방-2022 훈련에 참여하는 이유가 인도, 벨라루스, 타지키스탄, 몽골 등의 군대와의 실무적인 우호 협력을 심화시키기 위함이며 당시의 국제 정세와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시 한창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진행 중에 있었고, 서방이 경제 제재를 가함으로써 러시아와 첨예한 대립 관계에 있었던 상황이었음을 감안해 본다면 “중국이 과연 위에서 말한 이유 하나만으로 동방-2022 훈련에 참여하는 것일까?”라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또한 서방이 경제 제재를 가할 때 중국은 경제 제재는 더 큰 재앙을 불러올 뿐이다고 말하며 미국과 서방을 비난했고, 이와 동시에 러시아산 원유도 지속적으로 수입했다. 이외에도 당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한창 진행되는 중에 개최된 아프가니스탄 주변국과의 외교 장관 회의가 끝난 후 중국 왕이 외교부장과 러시아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보란 듯이 군사/경제/외교 등의 각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중국 해군은 러시아 해군과 함께 일본에 대한 군사적 압박에 나선 것과 동시에 공군을 이용해 북한-러시아와 함께 한국에 대한 군사적 위협도 감행했다. 일본과 한국이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 대상이 된 이유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발발 후 한국과 일본이 대러 경제 제재에 동참했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이를 빌미로 군사적 압박을 가할 때 한국-일본을 견제해야 하는 중국도 이번 기회에 러시아와 협력해 일본-한국에게 무력시위를 한 것이다.


게다가 서방과 미국의 전력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때문에 러시아로 집중된 상황에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하자(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해 신경 쓰면서도 동시에 대만에 대해서 신경 쓰고 있으며 중국은 허튼 생각하지 마라 라는 의도로 미국 국내 정치 서열 3위에 해당하는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을 보냈었던 것 같다.) 중국은 이를 빌미 삼아 대만을 위협했다. 당시 일본 의원과 캐나다 의원들도 대만 방문을 예정했던 터라 이때가 중국에게는 대만에 군사적 압력을 행사할 수 있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였을 것이다.


중국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에서 협상을 권유하면서 중재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대한 중국의 입장이 바뀌었다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우크라이나가 2022년에 했던 것처럼 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남부에 걸친 점령지를 보유하고 있는 시점에서 협상을 하라는 것은 러시아한테 유리한 것이다. 하필이면 이러한 때에 중국이 양국을 협상을 통해 중재하라고 하는 이유는 중국이 중재자 역할을 함으로써 국제 사회에서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이때까지 자국에 꼬리표 마냥 붙어있었던 팽창주의적 프레임에서 벗어나 국제 사회에서의 비난을 예방하고 동시에 러시아와의 관계도 유지하기 위해서다.


이란: 첫 문단에서 언급했듯 미국과의 핵 합의가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왜냐하면 이란은 이란혁명수비대를 미국의 테러 조직 명단에서 제외시켜 달라고 했지만 미국은 이를 거부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미국 고위 관리가 CNN과의 인터뷰에서 말하길 이란은 EU의 최종 중재안 답변서에서 이란 혁명수비대를 테러 조직 명단에서 제외할 것을 요구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외에도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무부 장관은 주요 쟁점 3가지 중 2가지에 대해 미국이 융통성을 보였다고 답했다. (이때는 바이든 행정부가 한창 임기 중에 있었고 이란과의 핵 합의를 본인의 정치적 업적으로 삼고 싶기도 했던 바이든은 트럼프 때보다는 이란과의 핵 합의에 있어 어느 정도 완화된 입장을 보이기는 했다.) 이렇게 한 때는 핵 합의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지만 여전히 이를 위한 여정은 멀고도 험한 것이 현실이다. 미국 내 반 이란 정서도 만만치 않고, 합의를 봐야 하는 쟁점들도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렇듯 이란과 미국이 핵 합의를 두고 힘겨루기를 하는 상황에서 바이든이 중동 순방을 다녀간 후 이란의 전직 대통령인 라이시 대통령(2024년 헬리콥터 추락 사고로 사망), 튀르키예의 에르도안 대통령,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이란에서 정상 회담을 개최했으며 이 정상 회담 직후 푸틴 대통령과 라이시 대통령은 또 별도로 정상 회담을 가지며 러시아와 이란 최대 에너지 기업들의 전략적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로 인해 러시아의 가스 국영 기업인 가스프롬은 이란의 유전 및 가스전 개발 등에 협력하고, 러시아 기업들이 이란에 400억 달러(당시 환율 기준 한화로 약 52조 3천억 원)를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이러한 협력에 힘입어 2023년부터 이란은 러시아에게 공격용 드론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당시 국내 언론 보도 내용에 따르면 최근 이란 혁명 수비대(IRCG)가 당시 현지 시간으로 2023년 8월 23일 자국산 공격용 드론을 타국에 수출했다고 밝혔으며 미국은 이란의 드론 수출 대상이 러시아일 것이라고 예측했었다. 2023년 8월에 러시아 공무원이 이란을 방문해 드론을 직접 살펴봤다는 것을 감안해 보면 미국의 예측이 틀린 것은 아니며 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 사실로 드러났다. 당시 이란은 이렇게 자국산 공격용 드론인 샤헤드-136을 러시아에 수출함으로써 주변 지역에 대한 영향력 확대, 반미 연대 강화를 통한 미국 견제, 자국의 군사력 과시, 국제 사회에서의 존재감 피력 등 이 네 가지를 달성할 계획이었고 실제로 성공했다. 앞으로 이란과 중국이 어떠한 행보를 보일지 계속해서 지켜봐야 할 듯하다.



여담으로 이란과 러시아 간의 관계에 대해 추가로 서술하자면…


최근 시리아 내전에서 친러 정권인 알아사드 정권이 무너졌고 이란이 미국-이스라엘 양국으로부터 공습과 외교적 압박을 지속적으로 받자 이에 위기감을 느낀 러시아는 이란과 미국 간의 중재자 역할을 자처했다. 이를 통해 평화적 이미지를 구축하여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바닥난 신뢰를 회복하고, 이란의 안정을 꾀해 자국 국경의 안정을 되찾으며 또한 알아사드 정권의 붕괴로 줄어든 중동 내 자국 영향력을 회복하려고 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에 대한 연장선상으로 최근에는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을 공식적으로 인정•승인하는 행보도 보였다. 테러하면 치를 또는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러시아가 테러를 싫어하는 이유는 그 연대기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2002년 모스크바 극장 인질극, 2004년 베슬란 학교 인질극, 2010년 모스크바 지하철 폭탄 테러, 2015년 시나이 반도 코갈림아비아 항공 여객기 추락 사건/이 사건은 초기 IS의 소행으로 밝혀졌으나 나중에는 기체 결함으로 인한 추락으로 결론지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논쟁의 여지가 있다. 게다가 같은 해 시리아 내전에 개입해 IS 소탕을 실행했고, 2018년 또는 2019년 미국과 함께 IS 근거지를 대규모로 폭격, 2024년 IS에 의한 러시아 모스크바 크로쿠스 시티홀 테러 사건 등)


이렇듯 러시아와 이란은 긴밀한 공생 관계를 맺고 있다 이란에게 있어 러시아는 외교적 고립을 탈피하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되는 외교적 파트너고 러시아에게 있어 이란은 시리아 내전에서의 패배 후 중동 내에서 무너진 자국 패권과 국경 안정화를 위해 필수적인 파트너다. 한마디로 전략적 공생 관계인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러시아의 탈레반 치하 아프가니스탄 승인은 시리아 내전 이후 급변하는 중동 내 상황과 이러한 이란-러시아 관계 서의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다.


1번은 시리아, 4번은 이란, 5번은 아프가니스탄이다. 이를 통해 왜 러시아가 중동에서 목슴을 거는지 지정학적인 관점에서 예측해볼 수 있다.
IS에 대항할 겸 중동 내 영향력도 확보할 겸 러시아가 자국 중심으로 만든 RSII 연합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레바논의 헤즈볼라를 포함하기도 한다.

(참고로 RSII 연합이라는 명칭은 Russia의 R, Syria의 S, Iraq의 I, Iran의 I에서 기인한 이름이다. 물론 시리아 내전에서 알아사드 정권이 붕괴하며 사실상 이 연합도 유명무실 해졌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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