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모디 총리의 양면성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대한 인도의 입장을 한 번 알아보자. 인도라고 하면 우리는 친미 국가로 인식해 왔다. 하지만 이번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대한 인도의 행보를 보면 이런 인식에 대해 의문이 든다. 러시아의 경제 제재에 동참하지 않으며 되려 러시아산 원유를 대량으로 수입하고, 쿼드 정상 회담에서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적 지원 메커니즘 구축 외에는 러시아에 대해 어떠한 규탄도 하지 않았으며 2022년 3월 초 UN 총회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고 즉각적인 철군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킬 때는 이 결의안 통과에 대해 미국과 우방인 유럽 국가들처럼 찬성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인도는 기권표를 던졌다.
이렇게 인도가 친러 행보를 보이자 2022년 6월 26일 독일에서 열린 G7 정상회담에서는 인도를 초대해 인도를 경제 제재에 동참시키기 위하여 개발 도상국의 사회 인프라/전력/통신망/보건 체계에 6천억 달러(한화로 772조 원/당시 환율 기준)를 투자하겠다고 했으나 대화와 외교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해결하겠다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원론적 입장을 재확인한 것 말고는 얻은 것이 없었다. 그렇다면 인도는 왜 이렇게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있어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일까? 이는 인도가 상당히 복잡한 지정학적/외교적 상황에 처해있는 것과 관련이 있다. 이에 대해 미국과 러시아로 나누어서 설명해 보도록 하겠다.
1. 미국과의 관계:
인도는 중국과 지속적인 국경 분쟁을 해왔다. 1962년부터 21세기인 지금까지 말이다.(냉전 시기 스탈린에 대한 흐루쇼프와 마오쩌둥의 이견 그로 인한 소련의 대중국 원조 중단 등으로 중국과 소련은 같은 사회주의임에도 불구하고 사이가 안 좋았다. 이러한 갈등이 무력으로 터져 나온 것이 바로 국경 분쟁이었다. 지금은 분쟁 지역인 카슈미르 내 아크사이친을 두고 양국이 분쟁 중이다.) 이렇게 지속적인 국경 분쟁 때문에 인도는 안보적 차원에서의 파트너가 필요했다. 인도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러시아와 미국이었다. 하지만 러시아는 냉전 이후 소련이 해체되며 군사력이 현저히 약화되었고, 인도의 적국인 중국과의 관계 형성에 나섰고, 인도도 냉전 때보다 미국과 더 깊이 있는 이교 관계를 구축하기 시작했기에 미국을 중국 견제에 있어 파트너국으로 선택했으며 군사적/경제적으로 긴밀히 협력하기 시작했다.
이후 미국은 2001년에 벌어진 9.11 테러로 인한 아프가니스탄 전쟁 때문에 인도의 군사적 지원이 필요했고, 인도는 이런 미국에 군사적 지원을 해줬다. 그에 대한 대가로 미국은 인도에게 가했던 경제 제재를 해제했고, 인도의 핵보유를 묵인하는 태도를 보였다. (미국의 경제 제재는 인도의 핵 실험 때문이다.) 또한 인도는 이러한 대중 견제의 연장선으로 아시아-태평양판 나토이자 대중국 견제망인 쿼드(인도, 호주, 일본, 미국이 회원국이다.)에도 가입해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데 동참했다.
한편으로는 9.11 테러의 주범인 오사마 빈 라덴이 파키스탄 수도인 이슬라마바드 근처에 은신해 있었는데 미국은 그를 잡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었다가 결국 2011년 5월 넵튠 스피어 작전을 통해 파키스탄 영내에서 특수부대인 네이비 실을 투입해 암살하는데 성공한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막강한 정보력을 가진 첩보 기관이었던 ISI 즉 파키스탄 내무정보부가 오사마 빈 라덴이 자국 내 수도 부근에 은신해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며 파키스탄을 의심했다.
반면 파키스탄은 영내에서 허락도 없이 테러리스트 암살이라는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난 것에 대해 주권 침해라며 미국의 암살 작전에 강력히 항의했다. 사실 냉전 시기 파키스탄은 친미 국가로서 미국의 우방 역할을 했지만 이 사건으로 냉전이 끝날 갈 때 무렵 파키스탄은 친미에서 친중으로 돌아섰고 카슈미르에서 파키스탄과 갈등을 빚던(제1•2차 인도-파키스탄 전쟁이 그 대표적 예시) 인도는 이참에 파키스탄과 중국을 동시에 견제하려고 미국과 손을 잡는다. 즉 동맹의 역전이 일어난 것이다. 여담으로 이러한 구조는 18세기 오스트리아와 프로이센, 프랑스, 영국 사이에서도 일어났었다. (자세한 내용은 ‘은유로 읽는 세계 2‘ 중 ‘빙결’ 작품 참고)
(자랑 좀 하자면 맨 위 두 개의 사진 중 오른쪽과 바로 위의 쿼드를 나타내는 지도는 작성자 본인이 직접 그렸다. 한때 저런 거에 빠졌던 적이 있었으니… 그야말로 ㅁㅊ 놈이었던 것…ㅋㅋㅋ….)
2. 러시아와의 관계:
그렇다면 러시아와는 왜 협력 관계를 유지하며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있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일까? 이에 대해서는 냉전으로 다시 한번 거슬러 올라갈 필요가 있다.
사실 인도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 기간 동안 비동맹주의 노선을 택해 제3세계(냉전 당시 제1세계는 자유주의로 대표되는 미국이었고, 제2세계는 사회주의로 대표되는 소련이었다. 제3세계는 이 둘 중에 어느 한쪽에도 속하지 않는 국가들을 의미한다. 주로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의 신생 독립국들이 이에 해당한다.)로 남아 미국과 소련 양측에서부터 원조를 얻고자 했다. 하지만 인도의 적국이었던 파키스탄이 미국 편에 서고, 또한 방글라데시의 독립의 계기가 됐던 제3차 인도-파키스탄 전쟁애서 미국이 파키스탄을 지원해 주자 인도는 소련으로부터 무기 수입을 늘리고, 소련과의 관계를 확대해 나갔으며 이는 1991년 소련이 해체되기 직전까지 유지된다.
하지만 1번에서 언급했듯 소련이 해체된 후 2000년대 후반에 들어서자 러시아가 중국과 관계를 이어나가기 시작했고 인도는 서방/미국과 관례를 확대해 나가며 중국 견제를 위해 미국과 우호적인 관계 형성에 돌입한다 그렇다고 해서 인도가 러시아를 완전히 버린 것은 아니었다. 지도를 보면 인도는 중국, 파키스탄 등 적국에 둘러싸여 있는데 러시아가 중국&파키스탄과 우호적 관계를 맺어 인도를 배제하고 양국과 연합이라도 한다면 이는 인도의 안보에 있어 큰 위협이 될 게 분명하다. 이것을 감안해서라도 인도는 러시아와 우호적 관계에 있어야 했다. 러시아도 이러한 인도의 유연한 관계에 암묵적으로 동의하며 인도에게 위협이 될만한 행동과 발언은 자제해 왔다.
대표적 예로 1990년에 인도가 핵 실험을 했을 때 러시아는 이를 지지해 줬고,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에서 카슈미르 분쟁이 발생해 UN이 개입하려고 하자 당시 여러 차례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카슈미르 분쟁이 국제 문제로 불거져 인도가 난처해지는 것을 막아주기도 했다. 또한 미국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초기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자 인도는 이를 보고 파키스탄과 전쟁이 발발했을 때 미국보다 러시아가 자국을 더 도와주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이러한 인도의 판단 또한 인도가 러시아와 관계를 유지해 나가는 이유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또 다른 이유로는 러시아가 인도의 최대 군사 장비 수입국이라는 것이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17년~2021년 동안 인도 무기 수입 비중이 미국의 경우 12%인 반면 러시아의 경우 46%다. 또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발발하기 전 인도는 러시아산 방공 미사일 S-400(미국의 사드와 유산한 무기다.)을 54억 달러(당시 환율을 기준으로 한화 약 6조 3600억 원)에 구매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미국은 왜 도대체 이러한 인도의 행보를 용인하고 있는 걸까? 이는 인도의 국력과 지정학적 중요성에 이유가 있다. 인도는 2024년 기준 국가 GDP 규모가 3조 9400억 달러로 GDP 규모가 3조 5000억 달러인 영국보다 크다. 순위는 5위에 해당한다. 불과 3년 전인 2021년만 해도 영국이 3조 1084억 달러로 5위였고 인도가 2조 9461억 달러로 6위였는데 2022년에는 영국을 제치고 5위에 올라 그 순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군사력의 경우 4위에 해당한다. 인도의 이러한 군사적/경제적 능력을 감안하면 인도는 남아시아에 있어 지역 맹주나 다름없다. 또한 미-중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대중국 견제에 있어 지리적으로 봤을 때 인도는 미국에 매우 중요하다. (인도는 중국의 티베트와 국경을 맞닿고 있으며 중국의 남동쪽에서 일본과 호주가 중국을 견제한다면 남서쪽에서는 인도가 중국을 견제할 수 있기에 중국은 양쪽에서 군사적 압박을 받게 되며 이는 중국에게 충분한 부담이 된다. 이러한 지리적 이유 때문에 인도는 유사시에 대만이나 한반도 또는 일본 열도 방면으로 집중될 중국의 군사 전력을 분산시키는 역할도 담당할 수 있다.) 이렇기 때문에 미국은 인도와 계속해서 우방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 이러한 이유들로 미국은 인도가 러시아와 협력을 확대해 나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으며 이로 인해 인도의 정치적/외교적 자율성이 타국보다 높은 것이다.
마지막으로 인도의 국가적 목표는 꾸준한 경제 발전을 통해 남아시아에서의 지역 강국을 넘어 국제 사회에서 자국의 존재감을 키우고,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되도록이면 불필요한 국제 분쟁 개입을 자제하고, 정치 안정화와 경제 발전 등 자국 발전에 대해 더 많은 신경을 쏟아야 한다. 이러한 맥락 때문에 인도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있어 소극적인 것도 있다. 괜히 경제 제재에 동참해 서방처럼 손해를 볼 경우 인도 경제에 부담이 될 게 뻔하고 그렇게 되면 자국 내에서 반정부 시위가 발생하여 나렌드라 모디 총리 본인의 정치적 입지가 위태로워질 수 있으며 그 결과 본인의 장기적 목표인 인도의 경제 성장과 그로 인한 국제 사회에서의 영향력 확대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추가로 최근 미국이 러시아에 대해 휴전 협상을 압박하며 러시아가 협상에 응하지 않을 시 러시아산 원유 수입국에 고율의 관세 부과를 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이에 따라 인도와 중국에게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근거로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하는 중이다. 그러자 인도 정부는 인도의 주권 행위에 대한 침해라며 반발했으나 인도 원유 기업들은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줄이거나 중단하는 중이다. 이러한 인도의 이중적 행보가 미-러 협상의 지지부진, 그에 대한 트럼프의 관세 부과 압박으로 어떻게 바뀔지 한 번 지켜봐야 할 듯 하다. 그리고 결국 러시아가 이 압박에 못 이겨 2025년 8/15에 알래스카에서 미-러 정상회담을 개최했는대 결국 별다른 성과 없이 종료되었다.(자세한 건 ‘주도권 확보‘ 편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