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과 러시아의 만남
*들어가기 전: 이 글은 2024년에 쓴 글이라 현재의 국제 정세와는 다소 다를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베트남이다. 최근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중 베트남을 방문해 정상 회담을 했다. 베트남의 속셈은 무엇일까? 일단 베트남이 러시아와 정상 회담을 한 이유를 알려면 베트남과 중국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남중국해 분쟁을 알아야 한다. 남중국해 분쟁이란 말 그대로 남중국해에서 베트남과 중국이 남중국해 밑에 매장되어 있는 지하자원을 두고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일단 베트남의 에너지 기업과 러시아의 에너지 기업이 서로 협력하여 남중국해에 있는 지하자원을 채굴하고 있었는데 중국이 이에 반발을 하며 선박을 활용해 채굴 작업을 방해한 것이다. 이에 같이 채굴하고 있던 러시아 기업은 사업에서 손을 뗐으며 중국은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베트남이 남중국해에 있는 자원을 채굴하지 못하도록 방해를 했다. 베트남은 이러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러시아가 필요했다. 러시아가 자국과 합작해 자원을 채굴해 주면서 이와 동시에 중국이 방해 공작을 펼 경우 이를 막아 주기를 바랐던 것이다. 이렇게 해서라도 남중국해에서의 자국의 핵심 이익을 지키고 싶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베트남은 인도처럼 러시아 무기를 대량으로 사들이는 나라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베트남은 2000년~2021년 동안 러시아로부터 약 8조 5000억 원의 무기를 사들였다. 그럼 여기서 질문이 하나 생긴다. “남중국해에서의 중국 견제라면 미국과 함께 하면 되지 않느냐?”, “무기도 미국으로부터 사들이면 되지 않느냐?”라는 질문이다. 미국과 베트남 사이의 관계가 최근 들어 좋아지고 있고, 베트남 내 반중 정서도 심화되고 있는 것은 맞다. 또한 군사 분야에서의 협력도 강화되고 있다. (남중국해에서의 중국 견제 때문) 하지만 여전히 문제가 남아있다. 2023년 초부터 베트남에서는 정계에서의 고위 관료 교체와 숙청이 연이어 일어났었는데, 현재 그 결과로 친중 세력이 권력을 잡게 됐다. 그리고 이들은 대부분 북베트남 출신이고, 북베트남은 옛날부터 사회주의 성향이 강했다. (베트남 전쟁 당시 북베트남은 호찌민을 중심으로 한 사회주의 국가였고, 남베트남은 미국의 지원을 받은 민주주의/자본주의 국가였음을 감안하면 이해하기 쉽다.) 또한 베트남은 베트남 전쟁 이후 공산화되었고, 그 정치 체제가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으며 그렇기에 베트남의 사회적/정치적 분위기는 아시아의 기타 민주 국가(대만, 일본, 호주, 한국 등)에 비해 상당히 억압적이다. 그리고 베트남은 공산당이 정치를 이끌어가기에 중국과의 동질감도 어느 정도 존재한다.
이렇기에 베트남이 설령 미국에 무기 지원을 해달라고 해도 미국이 어디까지 지원해 줄지도 불투명한데다 미국이 앞서 언급한 정치 체제를 빌미로 무기 지원을 거절할 수도 있기 때문에 베트남은 미국 대신 러시아로부터 무기를 사들이는 것이다. 그리고 남중국해에서의 중국 견제에 있어서도 미국에 완전히 의존하는 것보다 베트남의 정치 체제에 관심 없는 러시아를 끌어들여 추후에 난처해질 상황{미국이 남중국해에서의 중국 견제의 대가로 베트남에게 정치 체제 개혁(공산주의에서 민주주의로의 변혁)을 요구하는 것}에 미리 대비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러시아는 무슨 속셈일까? CNN의 분석에 따르면 러시아는 베트남에 접근함으로써 미국과 아시아 국가들 간의 관계에 균열을 내고, 겉으로는 러시아가 서방의 생각과 달리 외교적으로 고립되지 않았으며 서방이 러시아를 고립시키기 위해 가한 경제 제재 또한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고 러시아는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푸틴 본인이 정치적으로 건재함을 알리려는 의도 또한 내재되어 있다. 이외에도 캄보디아가 중국 군함이 정박할 수 있도록 중국에게 항구를 임대해 줬는데 이를 견제하기 위해 푸틴이 베트남을 방문하기 2주 전에 미국의 국방부 장관인 오스틴이 캄보디아를 찾아가 우려를 표했다. 동남아에서의 이러한 미국의 행보를 견제하기 위해 푸틴은 베트남을 찾아간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러시아는 “어떻게 하면 서방의 경제 제재를 회피하여 자국의 단골 무기 손님인 베트남에게 무기를 팔고 달러를 벌어들일 수 있을까?”라는 의제에 대해 베트남과 상의하기 위해서 찾아간 것도 있다(전쟁 때문에 경제 제재를 당하고 있는 러시아에게 달러화는 중요한 경제적 지불 수단임.) 그리고 앞서 언급한 베트남이 처한 지정학적 상황과 국내 정치적 상황 때문에 베트남은 러시아의 무기가 필요했고, 이에 응했다. 이러한 이유들로 푸틴과 베트남 사이에서 정상회담이 성사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