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

위태로운 목숨줄

by 성주영


*들어가기 전: 오늘은 나름 주관적인 생각을 많이 적은 글입니다. 이때까지는 객관적 정보 나열 90-95%, 저의 주관적 견해 5-10%였다면 오늘의 글은 그 반대입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때까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대한 국가별 입장을 살펴봤다면 이제는 부수적인 내용을 언급해보고자 한다. 중국은 위에서 언급한 북-러의 밀착을 달갑지 않게 받아들였다. 그도 그럴 것이 중국은 이때까지 북한을 한국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해 왔고, 완충지대로써 활용해 왔다. 그러면서 북한에게 경제 원조를 제공해주기도 하고, 반대로 국제 사회의 감시를 피해 북한이랑 거리를 두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중국은 북한을 관리했다. 북한은 이러한 중국이 달갑지 않았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경제적으로 살아남으려면 중국의 원조가 필수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중국이 싫든 좋든 북한은 중국과 가깝게 지내야 했고, 중국이 본인들을 경제적 수단을 통해 길들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그러려니 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북한에게 러시아가 접근했고, 러시아는 중국과 달랐다 당장 포탄이 급했던 러시아는 북한이 원하는 것을 최대한 들어주려고 했으며(러시아는 북한의 군사 지원에 대한 대가로 판치르 이동식 방공시스템, 전자전 체계, 전파 교란장치 등 군사 기술을 제공했다.) 북한은 이를 자신들이 중국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기회로 받아들였다. 이에 북-러 양국은 밀착했고, 이로 인해 더 이상 북한을 본인 지배 하에 두지 못 하게 된 중국은 탐탁지 않아 했다. 중국은 이에 대한 대응 조치로 자국 내에서 일하고 있던 북한 노동자를 귀국시키라고 북한에게 요구했다. 뿐만 아니라 외교적으로는 한국과 밀착하며 북-러의 밀착을 견제했다. 북-러 밀착에 위기감을 느낀 한국도 중국의 접근을 환영했다.


여기서 우리가 알 수 있는 사실은 한 가지다. 중국과 러시아는 한국과 북한을 본인들이 필요할 때만 이용한다는 것이다. 북한이 본인들에게 위협이 되면 한국을 이용해 압박하고, 한국이 본인들에게 위협이 되면 북한을 통해 한국을 외교적/군사적으로 압박하는 것이다. 이 두 나라는 한국의 통일을 위해 무언가 해줄 생각이 없으며 양국은 되도록이면 한반도가 분단되어 있기를 바란다. 그래야지만 본인들이 한국과 북한을 입맛대로 조종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이 힘을 키우는 것도 원치 않고, 한국이 통일을 해서 본인들과 대립하는 것도 원치 않는다. 그래봐야 본인들에게 안보상의 위협만 되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중-러가 한국의 통일을 위해 무엇이라도 해줄 거라는 기대감을 버리고, 중-러에 대한 유화적 정책을 그만두어야 할 때다. 그들이 우리를 위해 무언가를 해줄 것이라는 기대감 하나만으로 미국, 일본, 유럽과 거리를 두고 중-러를 신경 쓰는 외교 정책을 행하는 것은 한국에게 더 복잡한 외교적 딜레마를 안겨줄 뿐이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안미경중) 대표적 예로 사드 보복 사태/러시아에 대한 경제 의존 때문에 미국&서방과 러시아 사이에서 외교적 딜레마에 빠진 것 등}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필자는 한국의 균형 외교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며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경제적 의존을 점차 줄이고, 수출입 다변화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해야 외교적 딜레마로부터 벗어나 한국의 외교 무대가 넓어지고, 외교적 자율성이 증대되며, 한국의 선택지가 많아진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 우리는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다. 그중 하나는 특정 나라에 과잉 의존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EU와 독일을 생각해 보자. 이들은 각각 러시아의 가스 수출의 83%를 국내 가스 소비량 중 60%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었다. 그 결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발발했을 때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했고, 결국 전쟁의 장기화를 막을 수 있었음에도 사태를 더 장기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건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아래 사진들을 보자.



첫 번째 사진은 주요 국가별 수출 비율과 10년 간격으로 변화한 G2(미•중) 수출 비율 추이를 보여준다. 1993년 즉 한국의 노태우 정권이 북방외교(사회주의 국가들과 친분을 선제적으로 쌓는 외교)를 통해 중국과 외교 관계를 수립한 지 1년이 지난 시점에는 여전히 미국의 수출 비율이 22.1%, 중국의 경우 6.3%로 미국의 수출 비율이 약 3.5배 더 높았다. 2003년에는 미국이 17.7% 중국이 18.1%로 상황이 역전되어 중국의 수출 비율이 1.05배 더 높았다. 2013년에는 미국 수출 비율이 11.1%, 중국 수출 비율이 26.1%로 중국 수출 비율이 약 2.4배 더 높았으며, 2018년에는 대중 수출 비율이 26.8%, 대미 수출 비율은 12%로 대중 수출 비율이 대미 수출 비율보다 약 2.2배가량 높았고, 2020년에는 대중 수출 비율이 25.9%, 대미 수출 비율이 14.5%로 대중 수출 비율이 대미 수출 비율보다 약 1.8배가량 더 높았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발발한 2022년(이 글을 썼던 시점)에는 대중 수출 비율이 22.8%, 대미 수출 비율이 16.1%로 대중 수출 비율이 대미 수출 비율보다 약 1.4배 더 높은 수치였다. 2023년에는 대중 수출 비율이 19.7% 대미 수출 비율이 18.3%로 대중 수출 비율이 대미 수출 비율보다 약 1.07배가량 더 높았다. 참고로 표에는 제시되지 않았지만 2024년 대미 수출 비율은 18.7%, 대중 수출 비율은 19.5%로 대중 수출 비율이 대미 수출 비율보다 약 0.98배 더 높다. 가면 갈수록 격차가 줄고 있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대중 무역 의존도가 상당함을 보여준다.


두 번째 사진을 보자. 전반적으로 2020년부터 2023년까지는 대중 수출액이 대미 수출액보다 더 높다. 2024년 1-5월에는 다행히도 역전되었지만 여전히 큰 차이는 나지 않는다. 자세히 살펴보면 2020년 대중 수출액이 1326억 달러, 대미 수출액이 741억 달러로 대중 수출액이 약 1.8배 더 높다. 2021년에는 그 차이가 약 1.7배, 2022년에는 약 1.4배, 2023년에는 약 1.07배다. 2024년 1-5월에는 역전되어 대미 수출액이 533억 달러, 대중 수출액이 527억이고 대미 수출액이 대중 수출액보다 약 1.01배가량 더 높다. 그럼에도 여전히 큰 차이는 나지 않는다. 그리고 역시나 아니나 다를까 추가로 사진에는 제시되지 않았지만 2024년 한 해 전반에 걸친 대중 수출액은 1330억 달러이고, 대미 수출액은 1227억 달러로 대중 수출액이 대미 수출액보다 약 1.08배 더 높았다.


세 번째 사진을 보자. 전반적으로 대중 무역수지가 증가 추세였고 특히 2013년에 최고점을 찍었으며 이후에는 하락세를 보이다가 2022년, 2023년, 2024년 3년 연속으로 대중 무역수지가 적자였다. (무역 수지) = (총수출액) - (총수입액) 임을 감안해 보면 위와 같은 현상은 한국의 대중 경제 의존도가 줄었다는 것을 보여주지 않는다. 오히려 대중 수출은 줄어든 만큼 총수출액이 줄었는데 그보다 대중 수입은 늘어나 총수입액이 증가했다는 의미다. 이 말인즉슨 전반적으로 한국의 대중 경제 의존도는 여전히 수입에 있어 심하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안심할 통계가 아니라는 소리다.


이 통계들이 보여주듯 한국도 EU와 독일처럼 비슷한 상황에 처해있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한국도 이때까지 독일과 EU처럼 안보와 경제의 딜레마 속에서 살아왔다. 한국의 경우 안보를 위해서라면 미국을 택해야 했지만 경제를 위해서라면 중국을 택해야 했고, 이는 끊임없는 외교적 딜레마로 작용했다. 이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가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와 이번의 칩 4 동맹 가입이다.


사드는 미국에서 제공한 탄도탄 고고도 요격체계로 북한의 도발에 대비를 위해 미국에서 지원을 해준 무기였다. 하지만 이 무기의 설치가 중국의 안보에 위협이 된다며 중국은 즉각적으로 경제 보복에 들어갔고, 우리나라 대기업이 중국에서 철수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거기다가 한한령(=금한령)이 적용되어 한국 연예인이 등장하는 방송, 광고 송출이 금지되기도 했다. 중국 시장에 과잉 의존하고 있던 우리나라의 엔터테인먼트 회사에게는 큰 손실이 아닐 수 없었다.


칩 4 동맹 가입의 경우 반도체 핵심 기술 개발과 미국과 그 동맹국들 간의 안보 협력 확대를 위해서라면 우리나라가 필수적으로 동참해야 하지만 중국은 이에 대해 매우 언짢다는 입장을 보였고, 국내 전문가들은 반도체 분야가 아닌 또 다른 분야에서 중국 측이 경제 보복을 해올 것이며 이건 제2의 사드 보복이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도 EU와 독일처럼 되지 않으려면 중국으로부터 어느 정도 경제적 의존도를 줄여 나가야 하고, 수출입시장도 다변화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불가피한 손실이 생기겠지만 이제는 이런 손실도 감내를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또한 이번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후 유럽이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를 줄이는 데 성공하고, 친환경 에너지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4차 산업혁명이 더욱 가속화되어 배터리 산업이 크게 발전하게 된다면 배터리를 생산하는데 필수적인 원자재 즉 리튬과 니켈이 풍부한 국가가 새롭게 떠오를 것이며 그 국가를 예측해 본다면 이는 중국과 호주가 될 것이다.(단, 호주는 자유주의의 블록 중 일원이므로 여기서 제외하겠다.) 그러나 여기서 문제는 앞으로 중국이 러시아가 천연가스를 무기화한 것처럼 니켈과 리튬을 무기화하여 세계 패권 경쟁에 지금보다 더욱 활발히 관여할 것이며 현 상황보다 훨씬 더 많은 영향력을 확대하여 국제 사회의 안정과 질서를 위협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우리나라가 하루라도 빨리 대중국 무역 의존도를 줄이지 않을 경우 위에서 언급한 상황이 도래했을 때 우리는 중국으로부터 더 많은 경제적 압박에 시달리게 될 것이며 이는 곧 더 해결하기 어려운 외교적 딜레마가 되어 지속적으로 한국에게 위협으로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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