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연수 준비의 시작
해외연수... Visiting Scholarship이라고도 부르는 1년 간의 새롭고도 즐거운 경험.
2022년 한 해 동안 경험했던 일들에 대해 정리해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아서 남겨본다.
*** 이 글은 [대한 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 학회] 웹진에도 연재되었습니다.
해외 연수를 떠나보자!
어느 새 거의 3년 전이 되어버린 2020년 후반, COVID-19 Pandemic으로 어수선하던 시기라 해외 여행이고 학회 참석이고 모두 어렵던 시기라, 장기연수라는 것을 갈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었다.
좋게 말하면 조심성이 많고 보수적인, 나쁘게 말하면 소심하고 겁 많은 ‘의사’인지라 불확실한 것 투성이인 시기에 머나 먼 타국을 간다는 것이 썩 내키지 않기도 했다. 그러나 내가 계속 연수를 미루면 후배 교수님들까지 연수 스케쥴이 줄줄이 밀리게 생긴 상황(T-T)이라 어찌 됐든 떠나야만 했고, 연수에 대한 결심이 서니 어디로 가야할지 고민되기 시작했다.
물론 기본적으로는 ‘미국에 가야겠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넓디 넓은 미국에서도 어디로 가야 배울 것도 많고, 좋은 사람들도 만나고, 그리고 1년이란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안전하고 건강하고 쾌적하게 지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심사숙고가 시작되었고(상대방이 나의 연수 신청을 거절할 것이란 생각 자체를 하지 않는 대범함...--;)...
오랜 고민 끝에 결국 UCSD가 있는 도시인 ‘샌디에이고(San Diego)’에 가야겠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이에 따라, 당연히 PI는 UCSD Health의 '진행성 핵상 마비(Progressive SupraNuclear Palsy, PSP-파킨슨 증후군의 하나)'의 대가 Dr. Litvan으로 (내 마음 속에서) 결정되었다!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리는데 있어서, 아주아주아주 조금쯤은 샌디에이고의 명물인 ‘코믹콘(San Diego Comic-Con International)’의 존재가 영향을 끼치기도 했지만, 어쨌든 PSP diagnostic criteria를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임상의로서도 배울 게 많다고 알려진, 무브먼트 계의 셀럽 Dr. Litvan과 1년 간 얼굴을 보며 지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부풀어올랐기에 나는 즐거운 마음으로 그 분에게 메일을 쓰기 시작하였다.
공손한 말투로 쓰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자기소개 및 연수 신청을 원한다는 내용이 담긴 글과 영문이력서 파일을 이메일로 발송하고 긍정적인 답변이 오길 기대하며 며칠을 기다렸다. 처음에는 의기양양하게 메일을 보냈으나, 주위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판데믹 시국이라 그런지 ‘연수 신청을 거절’하거나, ‘아예 답장이 없거나', 급기야 ‘PI가 아프거나’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는 정보들이 들려왔고, 귀가 얇은 나는 갑자기 초조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이 분이 거절하면… 목표했던 샌디에이고에 갈 수 없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하는가? 대안은 무엇인가??? 등의 생각이 올라와 머리 속이 복잡해지고 있었는데 다행히 행운의 여신은 날 외면하지 않았고, Dr. Litvan이 Zoom을 통해 인터뷰를 해보자는 답장을 보내주었다.
그리고 대망의 인터뷰 당일, 사실 나는 영어 실력이 그다지 좋지 못하므로 굉장히 긴장을 한 채로 Zoom meeting에 들어갔고, 저 분이 못 알아들을 이야기도 많이 한 것 같았지만… 의외로 굉장히 너그러운 스타일이었던 Dr. Litvan(본인도 우루과이에서 건너오신 분이라 언어 관련 이해심이 많은 것 같기도?)은, ‘당신이 원한다면 UCSD에 Visiting Scholar로 와도 좋다!’고 수락을 해주었다.
연수 허락을 받자 무언가 해냈다는 성취감이 드는 것과 동시에 실제적으로 1년간의 샌디에이고 거주 준비를 시작해야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금 무거워졌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거기엔 어떻게 가야하는 걸까???
해외연수는 이제부터 시작인 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