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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atros Jun 06. 2021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를 기다리며

주인공 5인방을 그리스 신화 속 신들에 대입해보기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의학드라마로서 재미와 감동, 현실성을 적절하게 충족시켜 일반 드라마 팬들뿐만 아니라 의사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았던 드라마입니다.

그렇기에 2021년에 시즌2가 방송된다고 합니다(6월 17일 예정이군요).

지금도 열심히 촬영 중이라는 이야기도 들리고요.

슬기로운 의사 생활 시즌1 포스터 중 하나.

사실 저는 TV를 잘 안 보는 편이라, 처음에는 이런 드라마가 있는 줄도 몰랐다가 주위 친구들이 재밌다고 추천해서 중간중간 챙겨보며 어느 정도 내용을 파악하게 되었습니다.

보다 보니 주인공 5인방 설정이 저와 나이도 비슷하고, 제 친구들 중에도 바이탈을 다루는 과를 전공한 경우가 있어 어느 정도 캐릭터들에게 정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시즌2 방영을 기념하여 제 나름대로의 전야제(?)를 기획하였습니다.

바로 제 관심 분야인 그리스-로마 신화를 가지고 주인공들의 캐릭터를 분석해보는 것입니다!

그리스-로마 신화 속 신들(좌)와 슬의생 주인공 5인방(우).


그럼 5인방의 캐릭터 분석을 시작하겠습니다.


1.     제우스/에로스/데메테르 혼합형인 안정원

안정원(좌상단) - 제우스(좌하단), 에로스(중앙), 데메테르(우)

5인방이 모이는 시발점이 되는 안정원부터 살펴보자면, 사회적 지위 상 제우스적인 면모가 있고, 순진무구한 연애 세포는 각성 전의 에로스와 비슷하며, 소아외과 의사로서의 자애로움은 데메테르와 흡사합니다.


안정원이라는 캐릭터는 극 중에서 다른 4명의 친구들을 율제병원으로 모집하는 역할이며, 본인의 욕심은 하나도 없지만 율제 그룹의 후계자이기도 합니다. 율제 병원을 ‘올림포스(Olympos, Όλυμπος)’로 생각해보면, 형제자매들 중 막내이지만 후계자가 되고(물론 그 분들이 모두 종교에 귀의해서이지만…) 다른 친구들을 모아서 이끈다는 점에서 제우스가 상상됩니다.

그러나 완벽하게 제우스가 아닌 것은, 본인이 타고난 지위 빼고는 제우스와 비슷한 점이 없어서입니다. 바람둥이도 아니고 강한 물욕이나 권력욕도 없고, 오히려 자신도 종교에 귀의하고 싶어할 지경이니까요.


잘생긴 외모에 비해 연애 경력이 별로 없는 점은 프시케를 만나기 전의 ‘에로스’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애교도 있고 장난끼도 있어보이지만, 뭔가 연애를 잘 하는 느낌도 아니고 그 쪽으로 눈치도 없는 듯하니까요. 그런데 장겨울 선생이 등장하여 연애세포를 깨워주는 것 같습니다. 약간은 철없던 안정원을 어른스러운 남자로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장겨울 선생이 프시케처럼 보이기도 하네요. 기나긴 짝사랑의 시간과 외과 전공의로서 고생의 시간을 보내다가 사랑을 쟁취하는 것이 신화 속 프시케의 여정과도 닮아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안정원의 어머니인 정로사 여사님은 아프로디테(신화 속 에로스의 모친)가 아닌지라 결혼을 반대하실 것 같진 않네요ㅋㅋㅋ.


안정원의 데메테르적인 면모는 자신이 선택한 과와 본인의 성향에서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소아 환자들을 아끼고 그들을 도우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이 신화 속 데메테르와 흡사합니다. 데메테르는 자신의 딸인 페르세포네를 극진히 사랑하여, 그리스 신화 속에서는 가장 다정하고 정상적인 어머니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나중에 페르세포네가 납치된 후 딸을 찾아 헤매는 과정에서만나게 되는 아이들에게도 대부분 온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죠(아스칼라보스 제외). 

자꾸 종교인이 되고 싶어하는 것도 ‘엘레우시스의 비밀 제의’를 만든 데메테르와 살짝 통하는 점처럼 느껴집니다.


2.     헤라 패밀리의 특성을 지닌 양석형

가운데는 양석형,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헤베, 헤라, 헤파이스토스, 에일레이티이아.

아니 남자에게 갑자기 헤라???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양석형의 성격이나 삶의 방식, 그리고 본인이 전공하고 있는 과들을 볼 때, 헤라 그리고 그녀의 자녀들인 에일레이티이아, 헤파이스토스, 헤베의 특징이 조금씩 다 보입니다.


가정을 중시하지만, 본인도 이혼한 상태이고 아버지도 내연녀와 당당히 다니는 상황을 봐야하는 양석형은, ‘결혼과 가정의 신’이지만 항상 바람 피고 돌아다니는 제우스를 봐야하는 헤라와 비슷한 심정일 것 같습니다.

산부인과 의사, 특히 수많은 산모들을 돌보는 산과 전문이라는 점에서 ‘출산의 여신’인 에일레이티이아가 생각나고, 약간은 자신만의 세계가 뚜렷해 보이고, 얼핏 곰 같아 보이나 섬세한 성격은 우직한 대장장이의 신이지만 아프로디테에게 상처받는 헤파이스토스 같기도 합니다. 그리고 친구들과 밴드를 하고 싶다는 소원을 말하는 것을 보면 영원한 청춘의 여신인 헤베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아미 5인방에게 정신적으로 넥타르와 암브로시아(불로불사의 음식)을 주고 있는 역할이 아닐까 싶네요. 


3.     하데스의 성향이 많이 보이는 김준완

하데스(좌)와 김준완(우).

바이탈과의 대표 주자 중의 하나이며 지원자 부족으로 인한 인력난에 시달려 의외로 이름이 잘 알려진 과가 ‘흉부외과’입니다. 이러한 흉부외과 부교수이고, 수술에서 살아난 환자의 심장박동에 감동하여 전공을 결정했다고 하는 김준완은 ‘죽음’과 가까이 있는 ‘하데스’와 닮아 보입니다. 신화 속에 하데스의 성격에 대해 특별히 많은 정보가 나와있지는 않지만, 제우스의 형임에도 불구하고 지하세계를 다스리게 되었고, 망자들의 세계와 신화 속 죄인들이 가득한 타르타로스까지 관리해야하는 역할이다보니 성격이 그닥 밝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래도 자신이 맡은 바 임무를 묵묵히 수행하는 것을 보면 상당히 진지하며 책임감은 충분한 것이 아닌가 싶네요. 이러한 점 역시 김준완과 하데스가 비슷하다는 인상을 받게 합니다. 


하데스가 발랄한 소녀인 페르세포네에게 반했듯이, 활달한 성격의 이익순과 사랑에 빠진 것도 ‘율제의 하데스’ 답습니다ㅎㅎ. 그런데 하데스가 일년의 절반은 페르세포네를 지상으로 돌려 보내야했듯이, 김준완도 이익순이 유학 가는 것을 지켜봐야하는 입장인 것은 좀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이런 공통점은 없어도 되는데 말입니다.


4.     아폴론과 가까운 이익준

이익준(좌), 아폴론(중앙), 코로니스를 죽인 아폴론(우).

얼굴도 잘생기고, 학생 시절부터 잘 놀지만 성적도 좋았던 이익준은 다재다능한 미남신으로 여겨지는 아폴론과 매우 흡사합니다. 아폴론의 원반던지기의 명수였듯이 이익준도 야구를 좋아하구요, 리라 연주의 명수였던 아폴론처럼 일렉기타도 잘 연주합니다. 아폴론이 의술의 신이었다는 것을 보면, 의사로서의 정체성도 매우 잘 반영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점도 아폴론과 닮았습니다. 수많은 잘난 점들을 갖췄음에도 늘 연애나 사랑이 비극으로 끝난다는 것입니다.


아폴론은 본인이 뛰어난 매력을 지닌 미남신인데도 불구하고, 아버지인 제우스와 비교하면 항상 처참한 연애 이력을 보여줍니다. 제우스나 아폴론 모두 상대방인 여성들의 끝이 좋지는 않지만, 나 몰라라 하며 새로운 사랑을 찾아 나서는 제우스에 비해 아폴론은 자신이 입는 내상이 상당합니다. 특히 아폴론의 연애 대상들은 상당히 냉철해서 아폴론에게 여러가지 조건을 걸거나 아폴론 몰래 바람을 피우는 등, 고대 그리스 시대 기준으로 보자면 욕심 많고 불경한 인간들로 보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아폴론과 사귀며 아이를 가졌던 코로니스란 여성은 다른 남자를 만나다가 들켜 아폴론의 화살을 맞아 죽기도 했구요(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가 바로 의술의 신인 아스클레피오스 입니다), 카산드라나 시빌라 같은 여인들은 아폴론에게 ‘예언의 힘’이나 ‘기나긴 생명’을 요구한 후에 정작 아폴론의 구애는 거절하여, 아폴론의 사랑이 저주로 변하기도 하였습니다.

이익준 역시 그의 부인이 자신의 꿈을 위해, 아이도 익준도 버리고 떠나버리죠. 여러모로 불행한 연애의 아이콘입니다. 과연 채송화와의 사랑에서는 그 불행의 기운을 벗어낼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5.     아테나에 아르테미스가 몇 방울 섞인 듯한 채송화

가운데는 채송화, 좌측은 아르테미스, 우측은 아테나.

채송화는 뇌수술을 담당하는 신경외과 의사인데, 전공부터가 제우스의 머리를 열고 나온 여신인 아테나와 잘 어울립니다. 똑똑하고 자기 일을 잘 해내며, 옳지 않은 일에 대해 아무리 윗사람이 요구해도 타협하지 않으려는 당당한 모습은 ‘지혜와 전쟁과 승리의 여신’인 아테나, 그 자체인 것 같습니다. 학술적으로도 뛰어난 것으로 보이는데, 아테네 아카데미아 학술원의 입구를 장식하는 조각상 중의 하나가 아테나 여신의 것임을 생각해보면 정말 잘 어울리는 이미지입니다. 


아직 미혼이며, 따르는 후배도 많고 존경도 받는다는 점이, 그리스 전역에서 숭배 받았고 스틱스 강에 처녀의 맹세를 한 아테나와 역시 처녀신이자 수많은 님프들이 따르며 그녀들의 숭배를 받았던 아르테미스와도 비슷해 보입니다. 


남녀 관계에 크게 관심 없어 보이나 의외로 남성들의 흠모와 고백을 많이 받는 채송화는, 올림포스 신들 중에서 가장 연애와 거리가 먼 아테나와 중간중간 나쁜 남자(오리온과 같은)에게 흔들리기도 했지만 결국 처녀신으로서 살아가는 아르테미스를 모두 약간씩 닮아 있는 것 같습니다.


시즌2 방영일이 성큼 다가오는 슬의생.

실제 작가나 감독은 그리스-로마 신화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캐릭터들을 만들었겠으나, 그리스-로마 신화 속 신들이 워낙 개성이 뚜렷하고 스펙타클한 삶의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이런 식의 해석도 가능한 것 같습니다. 

신들이야 말로 신화라고 하는 ‘드라마’ 속의 주인공들이니까요.  



*** 이 글은 [슬의생]의 짱팬인 친구들에게 감수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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