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무모하지만, 그냥.

무작정 퇴사는 아니고, 나름의 계획이 있다고요.

by 샌디


그만두고 싶습니다. 이번엔 정말입니다.



2025년 5월의 어느 날.

나는 인생 세 번째 회사에서 퇴사를 선언했다.


한 때는 작가로, 지금은 회사원으로,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약 6년간의 시간이 사회생활이라는 명목 하에 흘렀다.

퇴사를 결심하게 된 이유는 제각기 달랐지만, 그중에서 찾을 수 있는 공통점 중 하나는 다름 아닌, '도망치듯' 어딘가로 급하게 이직했다는 것.

마음이 급하다 보니, '내가 이곳을 정말 원하는가?', '내가 얻고자 하는 게 이곳에 있나?' 하는 의미 있는 생각보단, '그래, 이 정도면 괜찮지.'라고 재빠르게 결론 내리며 또 어딘가로 "도망"가는 것에 나는 너무나 익숙해져 있었다.


역시나 나는 또 도피를 위해 몇 달간 이직 준비를 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결과에, 내게 남은 건 점점 조급해지는 마음과 끝을 모르고 떨어지는 자존감뿐이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나는 문득 사고의 전환을 해보기로 했다. (대략 아래의 순서로 나의 사고는 발전해 갔다.)


퇴사를 결심하게 된 사고의 5단계

1단계 (부정) - 이직이 왜 이렇게 안되지? 거짓말 아냐?

2단계 (우울) - 내가 부족한가 봐, 아니면 내 경력이 너무 물경력이던가.

3단계 (수용) - 이렇게까지 어딘가로 어영부영 또 도망쳐야 할까?

4단계 (회고) - 도망이 아닌, 내가 가고 싶은 방향을 제대로 곱씹어서 선택한 순간이 언제지?

5단계 (결심) - 내 삶의 방향을 내가 주체적으로 결정해 보는 건 어떨까?


꽤 오랜 시간 고민 끝에 내린 나의 결론은, '그래, 까짓 거 정면승부해 보자.'였다.

불안하다고 도망치지 말고, 나의 내면을 애써 무시하지 말고,

내가 진정 원하는 것,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나아가고 싶은 방향성에 귀 기울여주는 시간을 가져보기로 한 것이다.




다시 원래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내가 먼저 요청한 대화가 그저 평소와 같은 업무 미팅인 줄로만 알고 계셨던 팀장님은 '갑자기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는 표정으로 앞에 놓여 있던 노트북을 조용히 덮으셨다. 그리고 서로 누구보다 많은 대화를 나눴었기에, 아쉬운 마음에 나를 설득한다며 오랜 시간 앉은 자리에서 기나긴 열변을 토하셨다. 이제 고작 회사 생활 4년 차에 접어든 주니어의 마음을 20년도 더 된 경력의 시니어가 어르고 달래는 건 사실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엔 무언가 달랐다.

나는 이곳에서 원치 않는 일을 하고 있었고, 그것이 나에게 필요하지 않은 일이라는 것도 너무나 잘 알고 있었으며,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찾고자 하는 목표가 있었다.

마음 한편엔 약간의 두려움도 있었지만, 그것이 나의 결정을 유예시키지 못할 것이라는 것조차도 스스로 알고 있었으니.


그렇게 나는 회사에 필요한 일들을 잘 마쳐놓은 채 5월 말, 햇볕 좋은 날에 퇴사를 하게 되었다.


Dobby is Free!


오늘로써 퇴사한 지 약 5주가 흘렀다.

나는 매일매일 눈을 떠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 주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고, 나를 가장 소중하고 건강하게 아껴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나가고 있다.


짧았던 장마가 지나고 다시금 맑고 쨍해진 하늘을 보니 마지막 출근에 보았던 3주 전의 하늘이 떠오른다.

가끔 나태해지려 할 때면 하늘을 올려다보며 팀장님과의 대화에서 굳건했던 나의 태도를 상기시켜야지.



진짜 퇴사할 거예요? 아주 많이 힘들다는 얘길 돌려하는 건 아니죠?
네, 아닙니다. 그만두고 싶습니다. 이번엔 정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