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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복단재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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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메리 Sep 09. 2023

1.[해치지 않아요]라고 쪽지를 보내는 남자

복잡하지만 단순하게 재혼해 살고 있습니다.

[해치지 않아요.]
위트 있는 한마디에 빵 터져서 나는 이 남자의 쪽지에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소개팅 어플에서 쏟아지는 수많은 남자들의 쪽지에 일일히 다 대답해 주다가는 아마 내 머릿속이 펑 터져버렸을 거다.

이미 너무 많은 남자와 쪽지를 주고 받고 있었고, 만남 일정을 잡았던 터라 이 남자까지 받아주기는 좀 벅찼다.

이 남자의 쪽지에서 진정성이 느껴지기는 했지만 대답을 하지 않기로 마음을 기운 상태였다.

그런데 그런 내 마음을 읽었는지 어쨌는지 저렇게 쪽지가 온 것 이었다.

나도 모르게 웃으며 대답을 하고 있었다.
 
이번 어플은 다른 어플들과 좀 다른 것 같았다.
남자들의 혼인관계, 학력, 재산, 직장, 자녀유무 등등이 전부 오픈되어 있었다.
물론 나도 프로필에 적어놓긴 했지만, 인증 사진을 올려놓진 않았다.
그런데 남자들은 명함, 집, 차 사진은 기본이고, 혼인관계증명서에, 재직증명서에, 졸업증명서에, 원천징수영수증에, 등기부등본 등 까지 올려놨다.
안 올린 남자들도 있긴 했는데, 그런 남자들은 무시하면 그만이었다.
 
일단 나는 다른 건 상관없고 유부남을 거르기 위해 혼인관계증명서상 혼자인 게 맞는지 반드시 확인하고 대화를 했다.
정말 신기한게 대한민국에 이혼위기인 부부들이 그렇게 많더라...

툭하면 다 이혼 직전이라면서 와이프랑 사이가 엄청 안좋다면서 온갖 말로 동정심을 사면서 꼬시고 막상 정주고 마음주면 언제 그랬냐는듯이 절대 이혼 안한다.

막상 이혼을 하려하면 엄청 어렵고 힘들다.

이혼 결심도 어렵고 이혼 도장 찍는 것도 힘든 일이다.
어쨌거나 여기서는 진지한 만남을 원하는 남자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게 되었다.
 
약간 아쉬운 조건들이지만 내가 나름 만든 기준들은 다 충족한 이 남자.

정말 위트 하나 만큼은 끝내줬다.
이런 어플로 남자를 만날 때 가장 걱정되는 여자의 마음을 웃음으로 만들어 버리는 문장으로 시작된 대화는 끝이 없었다.

이 남자 보통이 아니다.
 
그렇지만 당시 내가 연락하던 다른 경쟁자들도 만만치 않다.
그래서 나는 그렇게 일생일대의 후회를 하게 된다.
이때 이야기만 나오면
난 남편한테 아무 말도 못 하고 죄인이 된다.
아마도 죽을 때까지 그럴 것 같다.

어쩔 수 없지.

그냥 그럴 때마다 가슴 공격하고 사슴 눈망울하고 사랑 한다고 뽀뽀하고 매달릴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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