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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메리 Sep 15. 2023

5.고이 모셔둔 B남을 다시 꺼내게 된 이유

복잡하지만 단순하게 재혼해 살고 있습니다.

주섬주섬 하트♡

A남과 나는 서로 동시에 어플을 지우고 어쨌든 진지하게 만남을 시작했다.

주변 사람들은 어플에 그런 남자가 정말로 있냐며 놀라워했다.

내가 결혼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서 계속 만날지 고민 중이라고 하면 무슨 그런 배부른 투정을 하냐며 그냥 연애만 하라고 오프라 윈프리도 장기 연애 하지 않냐며 그게 대세라고 했다.

정신 좀 차리라고 했다.

정말 조건면이나 매너면이나 흠잡을 데가 없긴 했다.


그렇지만 연애라는 건 한계가 있는데...

연애는 헤어지자는 한마디면 너무도 쉽게 끝나는 관계인데...

나는 남자친구 부모님 장례식장에도 당당히 갈 수 없다.

회사에서 특별휴가도 주지 않을 뿐더러 남친 부모상 당해서 휴가 낸다고 하면 글쎄...

시부모상 당해서 휴가를 내면 회사에서 조의금도 근조화환도 보내준다.

그게 관계의 무게감 아닐까?

어쨌든 단순히 그것 때문에 결혼을 하려는 건 아니지만 연애와 결혼은 서로에 대한 책임 부분에서 천지차이라는 거다.


결국 이 결혼에 대한 가치관 차이 때문에 A남과는 헤어지게 되었다.

A남은 한 사람과 안정적인 연애를 하고 싶었던 마음은 있었다고 생각한다.

A남의 누나분이 장기 연애를 하고 계셨는데 사실혼 관계라고 볼 수 있었다.

누나의 자녀들이 아빠라고 불렀고, 명절이면 연인의 부모님을 찾아뵈었고 경제적으로도 얽혀있었으니 법적으로 신고만 안 했지 정말로 사실혼 관계였다.

그래서 A남은 우리도 서로에 대한 믿음만 있다면 그렇게 연애하다 보면 그게 결혼한 거나 마찬가지 아니냐고 우리도 그렇게 될 수 있다고 설득했다.


문제는 내가 법적으로 공인된 결혼 관계를 원한다는 것이었다.

실제로는 주말 부부를 하고 각자 아이를 키우고 같이 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나는 혼인 신고를 해서 법적인 부부가 되길 원했다.

나는 그게 우리가 서로를 더 믿고 사랑하는 관계라고 생각했다.

A남은 내가 경제적 도움을 원하는 상태도 아니고, 양육적으로 필요한 것도 아니면서 왜 그것에 집착하냐고 했다.

혹시 자기한테 말 안 한 뭔가가 있냐고 의심을 하기도 했다.


하긴 그렇게 의심할 만했다.

많이들 그렇게 생각했다.

오히려 법적으로 결혼하면 여자인 내가 손해인 거 아니냐고 왜 그러냐고 이해를 하지 못했다.


그런데 사실혼 관계에 대해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너무 얄팍해 정말 연애와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나는 서로에 대해 온전히 책임지는 관계를 원했을 뿐이다.

책임지지 않는 나쁜 배우자도 있긴 하지만 그건 어쩔 수 없지 뭐. 

그건 그냥 배우자 없는 상태랑 같은 거니까 다시 원점이라고 생각하면 그만이다. 

내가 책임져야 되는 상황이 오면 그건 그것대로 어쩔 수 없다. 

나는 감당할 자신이 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대가라고 생각했다. 

그게 인생이니까.


결국 이 격차가 좁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나의 집요한 성격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결혼을 하지 않을 거면 빨리 보내달라는 내 말을 들어주었는지, 그 흠잡을 데 없는 A남은 나를 보내주었다.

나도 생각보다 덤덤하게 받아들였다.

헤어짐을 예감했어서 그랬는지 솔직히 그냥 '아... 또 시간 낭비했네.' 싶었다.


어쨌든 이제는 정말 이별에 슬퍼하고 있을 시간도 없다.

다시 또 움직여야 한다.

어떻게 할까...

그 결정사를 다시 가입해서 진짜 전문직을 만나볼까?

그때 9살 많았던 약국장과 만남이나 가져볼 걸 싶은 후회도 들었다.

가입비 30만원 괜히 날렸다.
아니면 상담받았던 듀오에서 계속 연락 오는데 가입을 해볼까?
그냥 어플을 다시 할까?
이런저런 고민을 했다.


그런데 그 이별로 남편 찾기에 대한 열망이 조금 사그라들고 이성이 찾아왔던 거 같다.

내가 뭐 하고 있나 싶은 현타도 왔던 것 같다.

물론 돌싱모임에서 알았던 사람들과 만나서 혹시나 하고 가끔 놀긴 했지만 여전히 다 마음에 들지 않았고 어쩌다 마음에 드는 남자들은 다 짝이 있었다.

뭐 항상 그런 식이지.
그렇다고 결정사에 몇 백만원이나 되는 돈은 쓰긴 싫었고,

처음 사용했던 어플은 그 몇 달 사이 여성 무료에서 유료로 전환되어 버린 상태였다.

코로나로 여성들도 어플 사용이 늘어난 게 확실하다!!!

진짜 여성 유료라니... 정말 충격적이었다.

(그래도 남성보단 싸다. 한 달에 만원? 인가?)

인생은 타이밍 ㄷㄷㄷ


그렇게 고민을 하던 사이,

'나는 솔로'나 '돌싱글즈'에 나가보려고 지원서를 프린트해 놓고 진지하게 고민을 시작했는데,

친구들은 대체적으로 찬성이었지만,

가족들이 진짜 극혐을 했다.


근데 솔직히 나도 자신이 없었다.

진짜 백번 양보해서 내가 욕먹고 쪽팔린 건 괜찮았는데,

아이들이 걱정이었.

이혼 사유에서 전남편 욕을 안 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방송에다 공개적으로 니들 친아빠가 나쁜 놈이라고 어떻게 말하나...

범죄자도 아닌데... 차라리 사기라도 치든가 써글놈.

아이들 앞에서는 어찌 됐든 니들 아빠는 좋은 사람이고 그냥 서로 안 맞아서 이혼했을 뿐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방송에서 그렇게 말하면 아이들이 얼마나 혼란이 오겠나.

(그런데 친정엄마가 뭐라 하는 건 나도 막을 수 없다. ㅎㅎ;;;)


아무튼 그러다가 만나지 못하고 헤어져서 너무 아쉬웠던,

그래서 한쪽에 고이 모셔뒀던 B남이 계속 생각났다.

그만큼 위트 있는 남자가 좀처럼 없었기도 했다.

그렇게 B남에게 연락을 할까 말까 고민을 했다.
하지만 무슨 낯짝으로 연락을 하겠는가.

그 사이 여자친구가 생겼을지도 모르고...

날 까먹었을 수도 있고...


하아... 진짜 순간의 선택이 너무 중요하다.
그러던 어느 스트레스가 잔뜩 쌓였던 주간근무 퇴근길.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눈 딱 감고 B남한테 카톡을 보냈다.


"혹시 저 기억하세요?"

남자들이 반하는 이유 "선톡 하나면 이미 게임 끝"  https://www.ajunews.com/view/2013052800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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