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복단재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메리 Sep 17. 2023

6."혹시 저 기억하세요?"라고 선톡 보내는 여자

복잡하지만 단순하게 재혼해 살고 있습니다.

"혹시 저 기억하세요?"

그렇게 선톡을 보냈더니 3초만에 기억났다고 바로 답신이 왔다.

다시 기록을 보니 3초가 아니네...

1초도 안 걸렸군. 훗 ㅎㅎㅎㅎ


여전히 위트 있고 센스 있는 답변이 왔다.

B남도 진짜 할 일 없고 심심했던지

집에서 먹던 통닭을 내려놓고!!!

한 입 먹은 맥주는 쏟아붓고!!

얼른 꽃단장을 하고 택시를 타고 우리 집 근처로 달려왔다.


내가  B남네 근처로 간다고 했는데도 온다고 기다리란다.
그렇게 그가 도착할 때까지 다시 연락된 카톡은 언제 끊겼냐는 듯 어색함 하나 없이 끊이지 않았다.
그때는 그렇게 힘들었던 만남이 너무도 쉽게 성사되는 순간이었다.

4개월 만이었다.

추운 1월 초 개인사정(?)이 생겨 연락을 끊은 후

완연히 따뜻해진 5월 초 저녁이었다.

(다... 나의 업보로다...)

서로의 집은 차로 30분 거리.

생각보다 일찍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고 근처를 산책하던 나는 약속 장소로 갔다.

횡단보도 건너편에 마스크를 끼고 서 있는 B남이 보였다.

저 사람인가?

전화를 걸어봤다.

전화를 받는다.

아! 저 사람이구나! 오~


B남은 나를 알아보지 못하고 내가 먼저 알아봤는데,
훤칠한 키에 딱 벌어져 보이는 어깨가 너무 멋있어 보였다.
나중에 보니 그 디건이 어깨를 넓어 보이게 해주는 효과가 있었다.

남자도 옷빨이 확실히 있었다.
뒤늦게 날 알아본 B남도 기분이 좋아보였다.

분위기가 좋았다.

서로가 쑥쓰러워하며 가기로 했던 가게로 향했다.


가게에서 내가 마스크를 벗는 순간 반짝이던 B남의 그 눈빛이 아직도 생각난다. ㅎㅎㅎ

B남은 자리에 앉자마자 벗었고, 나는 주문을 하고 음식이 나올 때까지 벗지 않았었다.

그 타이밍이 애매하기도 했고 남자 반응도 보고 싶었고 어쩌면 B남의 실물에 충격을 받아 마스크 벗는 걸 깜빡했을 수도 있고. ㅎㅎ

그러다보니 B남이 내 마스크 벗은 모습을 기대하는 게 느껴져 더 부담되고 그 살짝 긴장해 있는 모습을 좀 더 놀리고도 싶었다. ㅋㅋ


음식이 나오고 마스크를 벗었더니 얼굴이 환하게 펴지는게 눈에 띠는데 너무 웃겼다.

엄청 좋아했다.

속으로 '훗. 넘어왔네!' 생각했던 것 같다.
진짜 이 남자도 그동안 셀기꾼, 마기꾼 여자들 많이 만났나 보구나 싶기도 했다. ㅎㅎㅎ


왜 그런지 날 실제로 본 남자들은 그렇게 다 좋아했다.

사진에는 엄청 이쁜 것만 올려놓아서 기대치가 올라갔는데 실물이 낮으면 그만큼 실망도 큰 것 같다.
나도 나름 사진보정 많이 한다고 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그 수준이 장난 아닌가 보더라.

내가 올린 사진들과 실물의 차이가 크지 않아서 그래서 그런 것 같다.

솔직히 남자들도 사진이랑 실물이랑 차이 엄청 많이 났는데...


아무튼 나는 온갖 내숭을 떨어대며 집 근처까지 바로 나와준 이 남자가 너무 고마워 이야기를 술술 늘어놓았고, B남은 진짜 나한테 반했는지 쓰잘데기없는 이야기에 모두 다 맞춰주며 즐거운 만남이 이어졌다.

집에 바래다주는데 B남의 키가 너무 커서 키 큰 남자란 게 이렇게 듬직했나 싶어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외모가 살짝 마음에 걸렸지만 그래도 너무 즐거웠기에 흐믓하게  잠이 들었다.

사진에 보정은 적당히 ㅎ
매거진의 이전글 5.고이 모셔둔 B남을 다시 꺼내게 된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