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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복단재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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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메리 Sep 18. 2023

7.대머리여서 못 만났나...

복잡하지만 단순하게 재혼해 살고 있습니다.

완전 변신한 박해수 배우님. 모발이식을 시켜야하나...

지금은 내 눈에 너무 잘생기고 멋진 내 남편이 된 B남이지만,

당시에는 조금 충격이었다.
머리는 파마를 했는데 엠자 탈모에,
(알고 보니 어릴 때부터 원래 그런 머리 ㄷㄷㄷ)
치아는 완전 엉망이고,
피부도 까만데 여드름에 기름기에... 암튼 그랬다.

그래서 얼굴을 잘 못 쳐다봤는데,
그 말발은 여전해서 너무 편하고 재밌었다.

키가 크다는 것도 마음을 설레게 해서 좋았다.


첫만남에 왜 그랬는지 2차로 닭발을 먹으러 갔다.

저녁에 첫만남을 가진 것도 예외였는데,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주기에 역시 술 만한 게 없으니 1차로 막걸리 한병을 나눠마시고 2차를 갔다.

먼저 연락을 끊고 다시 뻔뻔하게 연락해놓고 이거저거 따지기 미안해서 그랬던 것 같다.

그리고 남자 표정을 보아하니 이미 넘어온 것도 같았고 ㅋ

정말 나쁜 사람 같지도 않았다.


서로 잘 보여야 할 만남에 닭발은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그런데 유쾌했다. ㅎㅎㅎ
서로 말도 많이 하는데 닭발 먹으랴 말하랴 웃겨 죽는 줄 알았다. ㅎㅎ

둘 다 동시에 오물오물 뺏고 말하려고 바빴다.


진짜 사람이 너무 괜찮아서 이상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렇게 괜찮은 사람이 왜 여태 안 갔을까?

이혼한 지 9년이면 갈만한데...
그래서 혼자 속으로 중얼거렸다고 생각했다.
"대머리여서 못 만났나?..." 하고!


근데 나중에 알고 봤더니 그 소리가 남편한테도 들렸다나? ㄷㄷㄷㄷㄷ
아이고 두야...
남편은 그 소릴 듣고 분위기는 좋았는데 이렇게 차이려나 싶었단다.
난 진짜 혼자 속으로 한 줄 알았는데, 그게 들렸을 줄이야!

남편은 그래서 엄청 헷갈렸다고 한다.

즐겁긴 즐거운데 차일 것도 같고 아닐 것도 같고 그래서 조심스러웠다고.


그래서 정말 그냥 나는 즐겁게 데이트를 마치고, 다음 날이 되었다.

다음날 눈을 뜬 나는 분명 그 남자와 데이트가 너무 즐거웠는데, 그 남자 얼굴이 정말 그 얼굴인가 싶어 확인하고 싶었다.
정말로 그 얼굴인가? 정말로?


고민을 하다가 일단 봐 보자 하고!
대뜸 영상통화를 하자고 했다.
노빠꾸다. ㅋㅋㅋ
대낮에 다시 화면으로 본 그 얼굴은 어제 밤에 본 그 얼굴이 맞았다.
그래서 고민에 빠졌다.
내가 이 얼굴을 사랑할 수 있을까.
이 남자 너무 매력적이고 좋은데,
외모를 극복할 수 있을까...


그래서 영상통화로는 안 되겠다 싶어 대면을 하기로 했다.
실물은 다르지 않은가!

만나보자!

주말 출근을 했던 나는 회사에 사정을 해서 3시간 외출을 했다.

그렇게 두 번째 만남을 급 추진.


이 남자 내 마음을 어떻게 읽었는지...

소고기를 턱하니 사준다. 헉!

아... 이러면 또 만나야잖아.

어떡하나.


물론 그거 말고도 내 맘에 쏙 드는 포인트들이 계속 있었다.

머리가 기가 막히게 좋다.


만남 장소를 정하는데 우리 회사 근처였다.

도로에 등록된 장소가 아니라서 이걸 어떻게 설명을 할지 고민이었다.

회사 방문객들 중에는 지도를 캡처해 보여주고 설명해줘도 못 찾아오는 사람들이 태반이었다.

물론 나는 처음 발령받을 때부터 알아서 척척 찾아갔기에 설명을 듣고도 못 찾아오는 사람들이 신기했지만 뭐 대다수가 어렵다니까 그러려니 해야지.


어쨌든 이 남자 내가 뭘 말하면 척하고 알아듣는다.

거의 나와 동급이다.

아! 맞다. 내 생소한 직업도 바로 유추해서 알았지.

풍경 사진만 보고 직장 위치까지 바로 알아냈을 땐 좀 스토커 같아서 의심했었던 기억도 났다.

자기가 구글 정이라고 불릴 만큼 검색을 잘한다나?


어쨌든 이런 남자 처음이야!
진짜 너무 맘에 쏙 든다.

아... 어쩔 수 없다.

계속 만나보자.

소고기 얻어먹어서 그런 게 아니다.

너무 매력적이다.

그래서 이 다음부터는 목에 근육통이 올 때까지

만날 때마다 그 남자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내가 이 얼굴을 사랑할 수 있을까 싶어서
자주 보면 익숙해질까 싶어서
정말 다른 건 다 너무 좋았다.

소고기 사주는 사람! 놓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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