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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메리 Sep 19. 2023

8.하지 말았어야 할 키스 그리고 말

복잡하지만 단순하게 재혼해 살고 있습니다.

출처 : 연애의 과학

네 번째 만남에 고백을 받아냈다.  


확실한 걸 좋아하기 때문에,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어야 한다.

썸 타는 사이 같은 건 내 취향이 아니다.

이 남자가 어장치고 그럴 남자 같진 않았지만,
나를 좋아하는 거 같은데 자꾸만 미적 미적대길래,

고백하라고 거의 대놓고 말했다.
남편의 말에 의하면 나도 자기한테 호감이 있는 거 같긴 한데

자꾸만 오신호가 있어서 헷갈렸다고 다.
나의 직설화법이 문제였던 거 같다.


진짜 너무나도 놀랐던 게,
남편은 살면서 자신이 못생겼다는 소릴 한 번도 들어본 적 없었다는 거다.ㄷㄷㄷㄷ

나는 많이 들었는데...

어쨌든 그 소릴 썸 타는 사이였던 내가 했다. ㅜㅜ

그러니 헷갈릴 수밖에.


이 여자는 그래서 내가 좋다는 겨 싫다는 겨?


이때 난 너무 문화충격을 받았다.
나는 대학이나 직장을 너무 험한 곳을 다녀서 그런지,

정말 반농담 반진담으로 대놓고 뚱뚱하다 못생겼다 하는 소릴 들어왔기 때문이다.
특히 남자들은 친구들끼리 서로 못생겼다고 말하는 게 기본인 줄 알았다.
그래서 내가 자기가 못생겼다고 말한 게 너무 놀라웠다는 거다.
자기 정도면 괜찮지 않냐는 거다.


어쩐지 그 소리 듣고 정말 놀라더라...

나는 그 모습에 더 놀랐지...

엥? 진짜 스스로 괜찮다고 생각하나?

거울 보면 만족스럽단 말인가?
그래서 거울보고 무슨 생각이 드냐고 물어보기까지 했다.

어쨌든 와 ㄷㄷㄷ


다시 생각해 보니 진짜 도대체 내가 무슨 짓을 한 건지...

어쨌든 그런 소릴 듣고도 남편은 나한테 진짜 반하긴 했는지,

스타벅스 주차장에 주차를 해놓고

어쩔 줄 몰라하며 뒷좌석에서 꽃다발을 꺼내 건네며

사귀자고 고백을 했다.

풋풋하고 어색한 그 고백이 정말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심이 느껴졌다.


그날 처음 손을 잡고 산책을 했는데,

분위기가 참 좋았다.

이제 진짜 서로 사귀는 사이가 되었으니, 알콩달콩했다.

그래서 그랬는지... 남편은 기분이 업되었는지 갑자기 뽀뽀를 하려 했다.


그런데 아직 거기까지 마음의 준비가 안 되었던 나는...
거기다 대고 또 해서는 안될 짓을 해버렸다.


"오빠, 잠깐 오늘 뽀뽀는 안돼."
서툴게 입술을 쭈욱 내미는 남편 얼굴을 손으로 밀면서 저딴 말을 내뱉어 버리고는
"오빠, 오늘은 안기만 하면 안 돼?"
하고 꼭 안았는데 남편이 왜 안 되냐고 물었다.


거기다 대고 내가 아직 오빠 얼굴 보고 뽀뽀할 자신이 없다고

차마 말할 수 없어서

어쩔 수 없다는 심정으로 눈 질끈 감고 입술 박치기를 했다.

그렇지만 사귀기로 해놓고

이 나이에 그런 막말에 입술 박치기라니...

순간 내가 뭔 짓을 했나 싶어 정신을 얼른 수습했다.


차에 올라타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시무룩해진 채 차에 타는 남편의 모습이 보였다.
너무 안쓰럽고 미안해서,

미안하다고 다시 하자고 말하며 진짜 키스를 시도했다.

출처 : 연애의 과학, 키스의 맛은 사실...


어라?

다시...

몇 번을 시도해도 키스 느낌이 안 난다.

그만 나는 또 뇌를 거치지 않고 말을 내뱉어 버렸다.


"오빠, 입 냄새나"

으아아악~~

내 입을 꿰매어 버렸어야 한다.
미친 거 같다.

어떻게 저런 예의 밥 말아먹은 여자가 있나.

도대체 내 어디가 좋다고 결혼을 한 건지 남편한테 잘해야겠다.

"응? 아까 만두 먹어서 그런가?..."
얼굴이 빨개지며 더욱 시무룩해지는 남편이 보였다.
다시 시도한다.

"오빠, 그... 치아가 자꾸 부딪치잖아"

ㅜㅜ 진짜 내가 제대로 미쳤었다.

그때는 그냥 키스를 정말 잘 해내야겠다는 생각 밖에 없었던 것 같다.

"나 여자들이 부드럽게 키스 잘한다고 했는데..."
"응? 진짜? 여자들이? 그랬다고?"

와... 네가 아주 결혼할 생각이 있냐... 없냐... 어?
잠깐의 정적이 흐른 후,

"연습하면 나아지겠지~ 긴장해서 그런 걸 거야~"
와... 다시 생각해 보니 당시에는 나름 위로한다고 한 말이었는데 실상은 확인 사살까지 완벽하게 했다.


사실 더 많은 말로 팩트 폭력을 했던 것 같지만 차마 적지를 못하겠다.
우리 남편 보살이네, 진짜...
이런 날 왜 만났지?
거참 콩깍지가 제대로 씌었고만.


고백을 받은 로맨틱한 그날은 키스의 마무리가 이상해서 어색하게 헤어지고 말았다.

남편은 그날 친구에게 여자친구가 생겼다고 말을 전하면서 근데 곧 차일 것 같다고 했단다.

나는 당시에 외모를 넘어 이 키스 못하는 남자를 어떻게 해야 할지 혼자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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